원룸보다 저렴하고 덜 외로운 ‘따로 또 같이’ 공간 확산

모두의 아파트·도전숙·달팽이집·이웃기웃 등 셰어하우스 인기

등록 : 2016-04-21 16:04 수정 : 2016-04-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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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정릉4동에 있는 ‘도전숙 2호’의 입주자들이 도전숙 앞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공유주택인 ‘이웃기웃’의 내부 공간. 이웃기웃 제공

‘오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오셰어하우스 제공

#1 서울 관악구 인헌동의 ‘모두의 아파트’. 서울대 남학생 8명이 생활하는 49평형 아파트의 이름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제안으로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 입주 학생들이 300만원씩 보증금을 냈고, 나머지 2억7000여만원의 전세금은 동문 선배들로 구성된 ‘큰바위얼굴 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정책자금(연리 2%) 등으로 만들어 줬다. 한 사람이 20만원씩 내는 월세로 이자를 감당한다. 이곳에 사는 정한결(27)씨는 “혼자 살면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여기선 고민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화장실이 막혔는데 혼자 살면 얼마나 난감하겠냐”며 웃었다.

#2 서울 성북구 정릉4동 성당 옆 비탈길을 지나 58개 나무계단을 오르면 오른쪽 골목에 특이한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모양새는 흔한 다세대주택인데, 바깥 벽에 ‘생각하다 도전하다 시작하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성북구청이 에스에이치공사(SH) 등과 협력해 지난해 문을 연 ‘도전숙’ 2호점이다. 도전숙은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라는 뜻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중심의 1인 창조기업인과 창업준비생 15명이 업무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이곳 입주자인 김희정 퍼니스 대표는 “주거 비용이 쌀뿐더러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하기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임대보증금은 1000만~1900만원으로 평형에 따라 다르며, 월 임대료는 평당 1만5000원이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적극적 참여

‘모두의 아파트’나 도전숙처럼 ‘같이 사는 집’이 젊은 층 주거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에선 대중화된 셰어하우스다. 우리말로 옮기면 공유주택쯤 된다. 서울에선 2~3년 전 등장한 뒤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셰어하우스에선 대체로 여러 1인 가구가 모여 산다. 개인 공간은 별도로 쓰지만 거실과 부엌, 화장실 등의 생활 공간은 공유하는 형태다. 원룸처럼 독립적으로 사는 경우라도 다양한 공동생활을 추구한다.

민달팽이유니온(민유)이 만든 ‘달팽이집’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공유주택으로 꼽힌다. 민유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청년 주거 문제를 풀기 위해 2011년 만들어진 단체다. 2014년에 8000만원의 출자금을 바탕으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해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달팽이집 1호와 2호를 공급해 17명이 입주했고,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성북구 동선동 3호집에선 13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은평구 신사동의 4호점에는 22일 12명이 입주를 한다.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은 대학생들과 대학가 주민이 힘을 합친 독특한 사례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빈방을 받아 학생에게 저렴하게 임대한다. 주민들은 공실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학생들은 비싼 보증금 부담없이 싸게 방을 구할 수 있어서 좋다. 이 조합이 운영하는 서울 회기동 주민기숙사 2호점의 경우, 근처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학생 등 71명이 살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 28만원을 내면 된다. 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한 주민은 “금리가 낮은 탓에 보증금을 받는 것보다 공실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조합에 참여한 뒤 100% 임대가 가능해진 데다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도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도전숙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공유주택을 짓기도 한다.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가 서대문구 홍은동에 지은 ‘이웃기웃’은 ‘이웃끼리 서로 기웃거리며 보살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입주 신청은 에스에이치공사를 통해 하지만, 공간 운영은 협동조합 형태로 입주자들 스스로 한다. 1인 가구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다.



여성 경찰관 24시간 상주 공유주택도 등장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소셜벤처인 오셰어하우스는 이화여대, 한국외대, 연세대 등 대학 근처에서 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빌려 주로 대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유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자취방이나 고시원에 견줘 보증금이 훨씬 적고, 월세도 시세보다 40~50% 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벤처 ‘모두가 행복한 생활공간 연구소’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촌에 셰어하우스 1호점을 열었다. 고시원을 리모델링했으며,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35만원에 입주할 수 있다.

서울시 공유경제 기업인 셰어하우스 우주가 만든 공유주택 ‘우주’는 2013년 종로에 1호점을 선보였다. 기업이 공유주택 사업에 나선 첫 사례다. 서울 여러 지역에서 27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주는 영화, 캠핑, 독서, 꽃 등 특정 테마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콘셉트형 공유주택을 전체의 절반쯤 공급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의 공유주택 ‘공가’는 빈집을 더불어 사는 곳으로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공가’(空家)를 ‘공가’(共家)로 전환하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7호점까지 문을 열었고, 8호점을 짓고 있다. 공가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난 해결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공유 공간을 만든다는 비전도 갖고 있다.

이재원 두꺼비하우징 실장은 “4호점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실이 있고, 여성 경찰관이 24시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박용태 기자, 최아리 인턴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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