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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보건소가 지난 8일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6회 눈의 날 기념식’에서 저소득층의 눈 건강 증진과 실명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국실명예방재단과 협력해 취약계층 안과 의료비를 지원해온 강동구(구청장 이수희)가 최근 3년간 237건을 접수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190명을 수술 연계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강동구 18개 동 골목길을 걸으며 주민들의 닫힌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온 방문간호사 25명의 노력이 빛난 이런 성과를 계기로 방문간호사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천호2동 주민센터 소속 김승희 간호사를 만났다. 천호2동은 취약계층 주민이 많아 방문간호사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지역이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강동구보건소에서 현장을 누비는 방문간호사 중 한 명인 김승희 간호사가 지난 15 일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취약계층 주민 많아 두 명이 담당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해 2019년 간호직 공무원으로 입직한 김승희 간호사는 육아휴직을 거쳐 지난 1월 천호2동 주민센터로 발령받았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기초생활수급자만 약 2천 명일 정도로 취약계층이 밀집한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른 한 명의 방문간호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 간호사도 2019년 방문간호사로 입직한 베테랑으로, 천호2동을 담당해달라는 보건소 팀장의 요청으로 김 간호사와 함께하고 있다.
“강동구 18개 동에서 발로 뛰는 25명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어르신들 건강을 살피는 모든 방문간호사가 고생이 많으세요. 함께 일하는 다른 간호사는 어르신들 말씀을 깊이 들어주실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에요. 저는 조금 직설적이고 명확한 걸 좋아해 서로 다른 성격으로 시너지를 내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다 가겠다”던 어르신, 직접 찾아오기까지 김 간호사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안질환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 삶의 질로 직결된다고 했다. 시력이 저하되면 보행이 불안해져 낙상 사고 위험이 커지고, 바깥출입을 두려워하게 돼 집 안에만 머무는 은둔과 고립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상담하다보면 백내장 때문에 눈동자가 혼탁한 분들이 보여요. 안과에 가보셨냐고 여쭤보면 ‘돈이 없어서 못 갔다’거나 ‘늙어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신 분이 많아 안타깝죠.” 그는 지난 2월 복지 플래너와 동행 방문했던 75살 독거 어르신 사례를 들려줬다. 수십 년 전 사업 실패 후 가족과 단절된 채 방 안에 수납장 하나만 두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어르신은 왼쪽 눈에 심한 백내장이 왔음에도 “그냥 이렇게 살다 가겠다”며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다. “어르신께 안과 수술비 지원 제도를 안내해드리고 3월에 수술을 받으시게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4월에 어르신이 주민센터로 직접 찾아오셨더라고요. 표정이 몰라보게 환해지셔서 ‘덕분에 세상이 보이고 기운이 난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집 앞 공원조차 안 나가시던 분이 스스로 밖으로 나오실 정도로 삶의 활력을 찾으신 거죠.” 김 간호사는 안과 지원의 경우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주사 시술, 안검하수 등 다양한 질환을 연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폭언과 문전박대 심리적 극복은 방문간호사의 중요한 숙제” 방문간호사의 일상이 보람 있는 순간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상처 탓에 문을 걸어 잠근 주민들과도 접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무척 무겁다. 천호2동의 경우 하루 평균 서너 가구를 방문하고 주민센터에서 일고여덟 명의 내방객을 상담하는데 그중에는 문전박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며 욕설을 퍼붓는 주민이 더러 있어서다. “처음 입직했을 때는 심한 욕설 탓에 마음이 힘들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어요. 흔치는 않지만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헌신이나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개인이 받는 상처와 구조적 스트레스가 무척 큽니다. 간호사 자신의 마음 건강과 멘털을 지키는 요령이 없으면 현장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이 아프거나 침체해 있으면 그 어두운 기운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에게 그대로 전달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마음부터 건강하게 지키자’고 다짐하며 훌훌 털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이 되느냐”…어르신에게서 배우는 ‘인생공부’ 김승희 간호사는 방문간호 업무를 일방적인 봉사로 보지 않는다. 한 가구 한 가구를 방문해 주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깨닫는 ‘인생공부’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집에 살아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정말 절실하게 느껴요. 지하방에 사시면서도 집 안을 정갈하게 가꾸고 소박하게 책을 읽으시는 어르신이나, 90살에도 매일 아침 한강을 걸으며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어르신을 만날 때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삶의 지혜를 어르신들을 보며 배웁니다.” 김 간호사는 방문간호사를 혈압과 혈당만 재는 역할쯤으로만 보는 시선을 경계하며 방문간호의 본질은 ‘연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간호의 진정한 꽃은 ‘연계’ 서비스입니다. 가정을 방문해보면 건강 문제 뒤편에 우울증, 치매, 곰팡이 핀 주거 환경 등 복합적인 위기가 얽혀 있어요. 우울증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곰팡이 핀 집은 집수리 사업으로, 안과나 관절 수술비 등 의료 지원이 필요하면 어르신과 필요한 자원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 방문했을 때는 오지 말라고 거부하시던 분들도 두 번, 세 번 찾아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마침내 문을 열고 깊은 신뢰를 보낸다”며 “방문이나 상담을 거부하는 주민들을 만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방문간호사들이 두드리는 그 문이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이들을 다시 세상과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징검다리”라며 전국의 방문간호사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냥 이렇게 살다 가겠다”던 어르신, 직접 찾아오기까지 김 간호사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안질환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 삶의 질로 직결된다고 했다. 시력이 저하되면 보행이 불안해져 낙상 사고 위험이 커지고, 바깥출입을 두려워하게 돼 집 안에만 머무는 은둔과 고립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상담하다보면 백내장 때문에 눈동자가 혼탁한 분들이 보여요. 안과에 가보셨냐고 여쭤보면 ‘돈이 없어서 못 갔다’거나 ‘늙어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신 분이 많아 안타깝죠.” 그는 지난 2월 복지 플래너와 동행 방문했던 75살 독거 어르신 사례를 들려줬다. 수십 년 전 사업 실패 후 가족과 단절된 채 방 안에 수납장 하나만 두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어르신은 왼쪽 눈에 심한 백내장이 왔음에도 “그냥 이렇게 살다 가겠다”며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다. “어르신께 안과 수술비 지원 제도를 안내해드리고 3월에 수술을 받으시게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4월에 어르신이 주민센터로 직접 찾아오셨더라고요. 표정이 몰라보게 환해지셔서 ‘덕분에 세상이 보이고 기운이 난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집 앞 공원조차 안 나가시던 분이 스스로 밖으로 나오실 정도로 삶의 활력을 찾으신 거죠.” 김 간호사는 안과 지원의 경우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주사 시술, 안검하수 등 다양한 질환을 연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폭언과 문전박대 심리적 극복은 방문간호사의 중요한 숙제” 방문간호사의 일상이 보람 있는 순간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상처 탓에 문을 걸어 잠근 주민들과도 접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무척 무겁다. 천호2동의 경우 하루 평균 서너 가구를 방문하고 주민센터에서 일고여덟 명의 내방객을 상담하는데 그중에는 문전박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며 욕설을 퍼붓는 주민이 더러 있어서다. “처음 입직했을 때는 심한 욕설 탓에 마음이 힘들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어요. 흔치는 않지만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헌신이나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개인이 받는 상처와 구조적 스트레스가 무척 큽니다. 간호사 자신의 마음 건강과 멘털을 지키는 요령이 없으면 현장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이 아프거나 침체해 있으면 그 어두운 기운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에게 그대로 전달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마음부터 건강하게 지키자’고 다짐하며 훌훌 털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이 되느냐”…어르신에게서 배우는 ‘인생공부’ 김승희 간호사는 방문간호 업무를 일방적인 봉사로 보지 않는다. 한 가구 한 가구를 방문해 주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깨닫는 ‘인생공부’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집에 살아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정말 절실하게 느껴요. 지하방에 사시면서도 집 안을 정갈하게 가꾸고 소박하게 책을 읽으시는 어르신이나, 90살에도 매일 아침 한강을 걸으며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어르신을 만날 때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삶의 지혜를 어르신들을 보며 배웁니다.” 김 간호사는 방문간호사를 혈압과 혈당만 재는 역할쯤으로만 보는 시선을 경계하며 방문간호의 본질은 ‘연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간호의 진정한 꽃은 ‘연계’ 서비스입니다. 가정을 방문해보면 건강 문제 뒤편에 우울증, 치매, 곰팡이 핀 주거 환경 등 복합적인 위기가 얽혀 있어요. 우울증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곰팡이 핀 집은 집수리 사업으로, 안과나 관절 수술비 등 의료 지원이 필요하면 어르신과 필요한 자원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 방문했을 때는 오지 말라고 거부하시던 분들도 두 번, 세 번 찾아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마침내 문을 열고 깊은 신뢰를 보낸다”며 “방문이나 상담을 거부하는 주민들을 만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방문간호사들이 두드리는 그 문이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이들을 다시 세상과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징검다리”라며 전국의 방문간호사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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