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불패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이광수의 진보를 위한 투자 꺾이는 강남 집값…일관된 정책이 시장 안정을 이끈다

등록 : 2026-10-08 10:50 수정 : 2026-10-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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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반포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강남구 아파트값 8주 연속 하락세
세제개편이 바꿔놓은 강남의 셈법
외곽으로 번지는 풍선효과 잡아야

강남 아파트값이 꺾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28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56% 떨어졌다. 8주 연속 하락이다.

낙폭도 커지고 있다. 9월 들어 주간 하락률은 0.35%, 0.36%, 0.42%, 0.56%로 매주 깊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강남구는 올해 오른 몫을 모두 반납하고 연간 누적 변동률이 -0.26%로 돌아섰다. 서초구(-0.33%)와 송파구(-0.19%)도 함께 내리며 강남 3구는 4주 연속 동반 하락했다. 용산구까지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통계보다 실거래가는 더 분명하게 가격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전용 73㎡는 지난 4월 37억5천만원에 거래됐지만 9월에는 31억원에 팔렸다. 다섯 달 만에 6억5천만원이 빠졌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84㎡는 6월 54억5천만원에서 9월 49억원으로, 압구정 현대5차 82㎡는 54억원에서 51억원으로 내려왔다. 대치동 은마 76㎡도 보름 사이 2억원 낮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호가를 억 단위로 낮춘 매물도 쌓이고 있다.

왜 지금, 왜 강남인가? 답은 8월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있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집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는 것'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세율은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바뀌고, 세 부담 상한도 높아진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이름과 성격이 모두 바뀐다. 2029년부터는 오래 보유한 것만으로는 공제를 받지 못한다. 실제로 살아야 한다. 공제 금액에도 한도가 새로 생긴다.

세제 변화의 영향은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 가격이 높을수록, 실거주하지 않을수록, 양도차익이 클수록 커진다. 그 세 조건을 가장 많이 갖춘 곳이 강남이다. 지금까지 강남 아파트는 ‘오래 들고 있으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보유세는 감당할 만했고, 팔 때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수십억원의 차익을 덜어줬다. 버티는 비용이 낮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이번 개편은 바로 그 버티는 비용을 올렸다. 세금이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유자의 계산은 바꾼다. 계산이 바뀌면 매물이 나오고, 매물이 쌓이면 가격이 움직인다. 지금 강남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내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정리하려는 매물이 2분기에 몰리고, 등록임대주택 등 세제 특례의 처분 기한이 다가오는 하반기에도 매도 물량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2027~2028년 두 해만 한시적으로 완화된다는 점도 매도를 재촉한다. 출구가 열려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매도 시점의 달력을 만들어준 셈이다.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강남 불패와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그동안 정부 말을 믿지 않았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더 높이 올랐다. 그렇게 생긴 말이 강남 불패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는 이유는 말이 아니라 세금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는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 그러나 보유와 양도의 셈법을 바꾼 세제는 시장 참여자가 매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조건이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강남이 내리는 동안 강북은 오르고 있다. 같은 주 한강 이북 14개 구는 평균 0.24% 올랐다. 올해 누적으로는 성북구가 14.87%, 서대문구가 12.40%, 노원구가 11.51% 상승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여전히 오르고 있다. 상승폭이 5주 연속 줄었을 뿐이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강남 매수 심리를 누르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세제만으로 지금의 하락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강남이 떨어지느냐가 아니라, 강남이 떨어진 뒤 시장이 어디로 가느냐다. 강남 불패의 균열은 한 지역의 가격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부동산 시장 전체를 떠받쳐온 기준점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강남은 서울 집값의 천장이자 전국 집값의 기대치였다. 강남이 오르면 나머지가 따라 올랐고, 강남이 버티면 시장 전체가 버텼다. 그 기준점이 내려오면 기대가 내려온다. 기대가 내려오면 무리한 추격 매수도 줄어든다. 시장 안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만 그 안정이 완성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시장은 정부가 물러설 때를 기다린다. 과거의 강남 불패는 결국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 위에 서 있었다. 이번 개편이 예고대로 2028년과 2029년까지 흔들림 없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둘째는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는 상승세에 대한 대응이다. 강남의 하락이 강북의 상승으로 자리만 바꾼다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이동일 뿐이다. 실수요자가 닿을 수 있는 지역의 공급과 금융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부동산을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어왔다. 그 믿음의 정점에 강남이 있었다. 이제 그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이 기업과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기회이기도 하다.

강남 불패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정책이 버티는 한, 답은 ‘아니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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