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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valik 01, mixed media on Korean paper, 54×79㎝
아무리 호기심이 넘쳐도 모든 ‘세상’에 고개 디밀 수 없는 건 당연한바, 나이라는 핑계가 생기면서 가장 쉽게 거리를 둔 게 패션이지 싶다. 유행은 주기가 있어 돌고 돈다지. 정설로는 20년이라던데 패션 소품도 같은 주기인 걸까, 서울 곳곳 편의점 앞이며 건물 뒤편, 좁은 골목에서 흔했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다만, 요즘은 연기 대신 수증기가 많아진 듯하다. 막대사탕처럼 입에 물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는 색색의 작고 매끈한 전자기기, 전자담배다.
기호품으로 오랜 역사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담배는 종류도 가지가지다. 조선 양반들은 화려한 곰방대를, 카리스마 넘치는 처칠과 카스트로는 시가를,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과 ‘영웅본색’의 저우룬파(주윤발)가 든 건 연초였지, 아마? 세대는 달라도 누구나 담배가 멋있어 보였던 장면 하나둘쯤은 있으리라.
나라고 다르지 않아 그런 게 멋져 보였던 적도 있고, 이제는 추억이 된 일상 속 장면도 많다. 어린이 기내식에 기뻐하다가 의아해했던 기내 흡연석이며, 야근 시간이면 등장하던 사무실 내 일회용 종이컵 재떨이와, 공방이 오가던 협상 중에도 잠시 쉬었다 하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환해진 양측 애연가들의 얼굴 같은 기억들 말이다. 아, 맞아. Smoke Free Zone(금연구역)을 ‘자유롭게’ 흡연하란다고 오해해 쉬는 시간마다 모여 담배를 피우던 입사 동기들도 있었구나.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했다. 남자들 대다수가 흡연하던 나라에서 이젠 애연가들이 눈치를 보고, 담배 포장지는 흉측한 사진을 둘러 패션 소품이 될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그러던 차에 등장한 전자담배는 앙증맞은 디자인에 연기 대신 향긋한 수증기를 내며 사람을 홀린다.
며칠 전 대학로에서 내가 아끼는 파스텔색을 네온으로 두른 매장을 보곤 깜짝 놀랐다. 인형뽑기방이겠거니 했는데, 24시간 전자담배 무인매장이라는 거 아닌가. 담배가 다시 놀이 문화가 된 건지 궁금해졌다. 그와 함께 몇 달 전 그리스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고.
레스보스섬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는데, 정말 더웠다. 관광은 얼마 하지도 못하고 금세 시원한 실내를 찾던 중에 마주친 카페였다. 문 앞 테이블에 여자와 아이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구릿빛 얼굴의 일여덟 살 아이가 씩 웃었다. 그러더니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는 게 아닌가.
장난이겠거니 했는데, 라이터를 켜서 한 모금을 시원하게 빨아 담뱃불을 붙였다. 순간 너무 놀랐는데, 아이는 그걸 엄마에게 건넸다. 내가 분명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듯한데, 당황한 나를 못 봤는지 열댓 살쯤 되어 보이는 형이 재밌다는 듯 동생을 툭 치며 낄낄 웃었다.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건네받은 엄마와 웃는 형이 있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카페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길을 걷는데 담배를 입에 물고 웃던 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아기자기한 가게, 카페에도 흥미가 사라지고 파란 항구의 풍경조차 더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안 본 눈’이라도 사고 싶었달까. 그러고 보면 패션도 담배도 호기심 화수분인 나의 영역이 아님에도 내가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닌가보다. 서울 곳곳의 예쁜 전자담배 매장을 지날 때마다 그날 항구의 풍경이 자꾸 툭툭 튀어나오니 말이다. 무심한 표정을 한 어른과, 재밌는 놀이라며 초대한 소년, 그리하여 그걸 자연스레 받아들인 작은 손. 20년은 무슨…, 10년도 안 되는 이력으로도 대물림해줄 수 있는 유행 하나가 무해한 얼굴, 화려한 옷을 입고 오늘도 ‘귀염뽀짝’ 여기저기서 춤추는데. ‘신상’이라 주름 하나 없는 보드라운 손들이 누가 보여준 예쁜 걸 쥐게 될지…, 아니다. 나는, 관심이 없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건네받은 엄마와 웃는 형이 있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카페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길을 걷는데 담배를 입에 물고 웃던 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아기자기한 가게, 카페에도 흥미가 사라지고 파란 항구의 풍경조차 더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안 본 눈’이라도 사고 싶었달까. 그러고 보면 패션도 담배도 호기심 화수분인 나의 영역이 아님에도 내가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닌가보다. 서울 곳곳의 예쁜 전자담배 매장을 지날 때마다 그날 항구의 풍경이 자꾸 툭툭 튀어나오니 말이다. 무심한 표정을 한 어른과, 재밌는 놀이라며 초대한 소년, 그리하여 그걸 자연스레 받아들인 작은 손. 20년은 무슨…, 10년도 안 되는 이력으로도 대물림해줄 수 있는 유행 하나가 무해한 얼굴, 화려한 옷을 입고 오늘도 ‘귀염뽀짝’ 여기저기서 춤추는데. ‘신상’이라 주름 하나 없는 보드라운 손들이 누가 보여준 예쁜 걸 쥐게 될지…, 아니다. 나는, 관심이 없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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