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햇빛이 복지다”…에너지 전환 실험들

초점& 주민소득과 마을복지에 활용하는 에너지 자치 모델

등록 : 2026-09-10 14:03 수정 : 2026-09-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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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다락원체육공원 주차장에 설치된 도봉햇빛나눔발전소 3호기. 도봉구 제공

도봉구, 취약층 전기요금 지원
행안부, 햇빛소득마을 공동체 육성
복지 인프라로 발전 가능성 실험

도봉구(구청장 김동욱)가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이익을 에너지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지원에 활용하면서 에너지가 복지와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자원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수익을 만들고 이를 다시 지역의 에너지 취약계층에 돌려주는 구조다.

구 관계자는 “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소득 기준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 300가구에 가구당 5만원의 전기요금을 지난달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원 재원은 도봉구 기후대응기금이다. 기금에는 공원 등 공공부지에 설치한 공공 태양광 발전소 6곳의 전력 판매 수익과 구청사 전력 사용량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 등이 포함됐다. 도봉구의 공공 태양광 발전소는 햇빛나눔발전소 1~4호기, 도봉산 수변무대 발전소와 위탁 운영 중인 다락원체육공원 발전소 등 6곳으로 합산 설비 규모는 441㎾다.

특히 올해 도봉구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중앙정부가 마을 단위의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익 공유를 국가 정책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는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햇빛소득마을 확산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구성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주민 소득이나 마을 복지에 활용하는 에너지 자치 모델이다. 정부는 올해 햇빛소득마을 700곳을 조성하고 2030년까지 3천 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업 대상은 전국 3만8천여 곳이다.


행안부는 1차 공모를 통해 86개 마을을 선정했다. 발전 사업 허가 등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안내하고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까지 금융 지원을 하는 등 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말까지 진행된 2차 공모에는 전국 12개 시도와 116개 시군에서 모두 608개 마을이 신청했다. 1차 공모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행안부는 하반기 추가 공모도 적극 검토하는 등 올해 700개 마을 발굴을 목표로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햇빛소득마을에는 마을 주민 70% 이상의 동의와 마을총회 승인을 거쳐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방식도 적용됐다. 주민이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발전 수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다.

이 같은 정책의 핵심은 태양광을 단순한 발전원이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정부가 소개한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마을에서는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 공동체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발전 수익으로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고 어르신들의 이동을 돕는 행복버스 운영에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소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넘어 마을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으로 기능하는 사례다.

도봉구의 방식은 햇빛소득마을과는 다르다. 농촌 주민이 직접 태양광 발전에 참여해 수익을 나누는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부지에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그 수익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환원한다. 그러나 에너지 생산으로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가 공유한다는 방향은 같다.

도봉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은 농촌 마을이 주민 공동체를 중심으로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고, 도봉구는 공공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해 얻은 이익을 도시 취약계층의 에너지 복지로 연결한 것으로, 방식은 다르지만 에너지 생산으로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가 공유한다는 큰 방향에서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염과 한파가 심해질수록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의 부담은 커진다. 냉방과 난방을 줄이면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전기를 충분히 사용하면 가계 부담이 커진다. 기후위기가 에너지 빈곤 문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의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은 기후 대응과 에너지 복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및 전기차와 냉방 수요 확대 등으로 세계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IEA가 올해 발표한 ‘Electricity 2026’은 2030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저배출 전원의 세계 전력 생산 비중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이 세계 전력 생산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크게 확대된다. 2038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21.9GW로 전망됐다. 전체 발전설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45.5%로 예상됐다. 원전은 35.2GW로 13.1%를 차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는 69.2GW로 25.8%를 차지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을 통해 태양광 설치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발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다. 에너지 가격은 가계의 생활비가 되고 기업의 생산비가 된다. 에너지 생산 능력은 지역의 소득이 될 수 있고 에너지 자립도는 국가 안보와 연결될 수 있다. 기후재난이 반복될수록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도봉구의 햇빛나눔발전소와 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은 이런 거대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온 작은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도봉구가 300가구의 전기요금을 지원한 사례와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공모는 에너지 복지가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다시 주민에게 공유하는 복지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에너지가 곧 화폐’라고 말할 때 중요한 것은 그 화폐를 누가 생산하고 누구에게 환원할 것인가다. 에너지 생산과 분배 방식은 복지와 안보, 재난 대응의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다.

햇빛을 지역공동체와 공유하는 도봉구와 행안부의 실험이 그 질문에 대한 작지만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복지를 함께 실현하는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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