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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쉼터에서 진행 중인 주거복지 상담 모습. 서울시 제공
근골격계 질환 고통 운동 처방
호소할 곳 없는 이의 법률 방패도
정보 몰라 놓친 임대주택 안내
혹서기 얼음물 등 제공 오아시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휴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 이곳에서 만난 12년차 배달라이더 김아무개씨는 막 끝낸 건강상담에 대해 덤덤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마음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간이검사를 통해 기초 수치를 확인하고 전문가 조언을 들었지만, 건강 상태보다 더 시급했던 것은 ‘사회적 고립감’이었다. “일할 때는 온종일 누군가와 말을 섞을 기회가 없는데, 잠시라도 누군가 내 몸 상태를 물어봐주고 건강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위안이죠.” 하지만 쉼터 건강상담을 찾는 이동노동자는 많지 않다. 이날 김씨를 상담한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소속 김아현 산업간호사는 “과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최근에는 하루 평균 4명 남짓으로 내방객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예약하고도 갑자기 배달이나 대리운전 ‘콜’이 뜨면 즉시 현장으로 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노쇼’도 빈번하다.
몸은 종일 쓰는데 영양은 결핍, 이동노동자 건강 패러독스 김씨는 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배달일 탓에 크고 작은 사고로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밤이면 근육 경련과 쥐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가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경제적 장벽에 막혀 있다. “하루 일을 쉬면 오토바이 리스비 같은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소득이 끊기니, 아파도 현실적으로 병원에 가기가 힘듭니다.” 이날 김씨를 상담한 한상혁 운동사는 “배달일을 하면 많이 걸으니 운동량이 충분할 것 같지만, 체계적인 근력 운동 없이 특정 관절만 반복해 혹사하기 때문에 되레 근감소증이나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기사들도 만성적인 허리 등 통증을 갖고 있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치료 동작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동노동자들의 신체에는 여기에 영양 불균형이 더해지기 쉽다. 일하는 중간 피로를 달래려 믹스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많다보니 고혈압과 고혈당 경계선에 놓인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김 간호사는 “병원 진료를 권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 제약 탓에 ‘공복에 믹스커피를 마시기 전에 삶은 달걀이나 오이라도 조금 드시라’는 식의 실천 가능한 생활 습관 변화부터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담 결과 하루 10잔에 달하던 믹스커피를 2잔으로 줄이거나, 허리 신전 스트레칭 등 올바른 작업 자세를 익혀 만성 요통을 개선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칼끝 앞의 대리기사부터 파산 위기의 배달원까지…법률 방파제 이동노동자 쉼터가 제공하는 안전망은 건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합정쉼터 등에서 운영 중인 무료 법률상담(담당 윤희성 변호사)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기 쉬운 법적 분쟁의 방파제가 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강아무개씨 사례는 법률 사각지대에 처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강씨는 대리운전 중 고객과 말다툼 끝에 칼로 살해 협박을 당해 현장에서 신고했다. 특수협박 혐의로 공판 기일까지 잡혔으나 법적 지식이 없는 강씨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고, 가해 고객과 우연히 다시 마주치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홀로 속만 태우던 강씨가 기댈 곳은 쉼터의 법률 상담실이었다. 윤 변호사는 공판 진행 상황을 확인해주고, 강씨가 피해자 의견서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서식 작성과 소송 절차 전반을 밀착 조력했다. 정보 몰라 놓치던 공공임대…주거 안심 보듬는 ‘쉼터 동행’ 주택 공급 정보와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해 합정쉼터가 마련한 ‘주거복지상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비예산 사업’임에도 기관 간 연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합정쉼터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마포주거안심종합센터 마포주거상담소와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문 주거상담사를 매월 1회 쉼터로 파견받아 정기 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들은 공공임대, 행복주택, 장기전세 등 복잡한 주택 공급의 조건과 절차를 이동노동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세히 안내한다. 또한 금융지원 제도나 주거급여 신청, 까다로운 소득 증빙 방법 등 정보 부족으로 놓치기 쉬운 세부 행정 절차를 일대일 맞춤형으로 서비스함으로써 실질적인 주거비용 절감과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실리적인 혜택을 선사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의 상담 프로그램들은 전문가들의 파견 일정에 맞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분야별로 보면 건강상담은 서초·합정쉼터에서 한 달에 한 차례, 북창쉼터 등에서는 두 달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열린다. 전문 변호사가 직접 나서는 법률상담은 합정쉼터 기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되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마포주거상담소와 연계한 주거복지상담 역시 매월 한 차례씩 전문 상담사가 쉼터를 방문해 일대일 맞춤형으로 노동자들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쉼터에서 식히고 곳곳에서 상담·재충전… ‘이동노동자 지원망’ 혹서기에 쉼터는 노동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얼음물 생수와 일회용 쿨링타월 등 냉방용품을 무상 지급하고 있으며, 7~8월은 주말까지 매일 운영하며 노동자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다. 한편 이동노동자 쉼터 방문이 어려운 경우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제공하는 노동상담과 세무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전화와 온라인으로 수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서울 시내 25개 지하철역에서 진행되는 ‘찾아가는 지하철 노동상담’도 활용할 수 있다. 그 외에 강북노동자복지관과 서울시노동자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재충전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동노동자분들께 쉼터 방문을 통한 휴식뿐만 아니라 필요한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동노동자들의 활동에 지속적인 도움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호소할 곳 없는 이의 법률 방패도
정보 몰라 놓친 임대주택 안내
혹서기 얼음물 등 제공 오아시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휴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 이곳에서 만난 12년차 배달라이더 김아무개씨는 막 끝낸 건강상담에 대해 덤덤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마음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간이검사를 통해 기초 수치를 확인하고 전문가 조언을 들었지만, 건강 상태보다 더 시급했던 것은 ‘사회적 고립감’이었다. “일할 때는 온종일 누군가와 말을 섞을 기회가 없는데, 잠시라도 누군가 내 몸 상태를 물어봐주고 건강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위안이죠.” 하지만 쉼터 건강상담을 찾는 이동노동자는 많지 않다. 이날 김씨를 상담한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소속 김아현 산업간호사는 “과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최근에는 하루 평균 4명 남짓으로 내방객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예약하고도 갑자기 배달이나 대리운전 ‘콜’이 뜨면 즉시 현장으로 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노쇼’도 빈번하다.
몸은 종일 쓰는데 영양은 결핍, 이동노동자 건강 패러독스 김씨는 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배달일 탓에 크고 작은 사고로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밤이면 근육 경련과 쥐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가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경제적 장벽에 막혀 있다. “하루 일을 쉬면 오토바이 리스비 같은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소득이 끊기니, 아파도 현실적으로 병원에 가기가 힘듭니다.” 이날 김씨를 상담한 한상혁 운동사는 “배달일을 하면 많이 걸으니 운동량이 충분할 것 같지만, 체계적인 근력 운동 없이 특정 관절만 반복해 혹사하기 때문에 되레 근감소증이나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기사들도 만성적인 허리 등 통증을 갖고 있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치료 동작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동노동자들의 신체에는 여기에 영양 불균형이 더해지기 쉽다. 일하는 중간 피로를 달래려 믹스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많다보니 고혈압과 고혈당 경계선에 놓인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김 간호사는 “병원 진료를 권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 제약 탓에 ‘공복에 믹스커피를 마시기 전에 삶은 달걀이나 오이라도 조금 드시라’는 식의 실천 가능한 생활 습관 변화부터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담 결과 하루 10잔에 달하던 믹스커피를 2잔으로 줄이거나, 허리 신전 스트레칭 등 올바른 작업 자세를 익혀 만성 요통을 개선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칼끝 앞의 대리기사부터 파산 위기의 배달원까지…법률 방파제 이동노동자 쉼터가 제공하는 안전망은 건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합정쉼터 등에서 운영 중인 무료 법률상담(담당 윤희성 변호사)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기 쉬운 법적 분쟁의 방파제가 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강아무개씨 사례는 법률 사각지대에 처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강씨는 대리운전 중 고객과 말다툼 끝에 칼로 살해 협박을 당해 현장에서 신고했다. 특수협박 혐의로 공판 기일까지 잡혔으나 법적 지식이 없는 강씨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고, 가해 고객과 우연히 다시 마주치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홀로 속만 태우던 강씨가 기댈 곳은 쉼터의 법률 상담실이었다. 윤 변호사는 공판 진행 상황을 확인해주고, 강씨가 피해자 의견서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서식 작성과 소송 절차 전반을 밀착 조력했다. 정보 몰라 놓치던 공공임대…주거 안심 보듬는 ‘쉼터 동행’ 주택 공급 정보와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해 합정쉼터가 마련한 ‘주거복지상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비예산 사업’임에도 기관 간 연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합정쉼터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마포주거안심종합센터 마포주거상담소와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문 주거상담사를 매월 1회 쉼터로 파견받아 정기 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들은 공공임대, 행복주택, 장기전세 등 복잡한 주택 공급의 조건과 절차를 이동노동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세히 안내한다. 또한 금융지원 제도나 주거급여 신청, 까다로운 소득 증빙 방법 등 정보 부족으로 놓치기 쉬운 세부 행정 절차를 일대일 맞춤형으로 서비스함으로써 실질적인 주거비용 절감과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실리적인 혜택을 선사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의 상담 프로그램들은 전문가들의 파견 일정에 맞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분야별로 보면 건강상담은 서초·합정쉼터에서 한 달에 한 차례, 북창쉼터 등에서는 두 달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열린다. 전문 변호사가 직접 나서는 법률상담은 합정쉼터 기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되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마포주거상담소와 연계한 주거복지상담 역시 매월 한 차례씩 전문 상담사가 쉼터를 방문해 일대일 맞춤형으로 노동자들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쉼터에서 식히고 곳곳에서 상담·재충전… ‘이동노동자 지원망’ 혹서기에 쉼터는 노동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얼음물 생수와 일회용 쿨링타월 등 냉방용품을 무상 지급하고 있으며, 7~8월은 주말까지 매일 운영하며 노동자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다. 한편 이동노동자 쉼터 방문이 어려운 경우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제공하는 노동상담과 세무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전화와 온라인으로 수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서울 시내 25개 지하철역에서 진행되는 ‘찾아가는 지하철 노동상담’도 활용할 수 있다. 그 외에 강북노동자복지관과 서울시노동자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재충전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동노동자분들께 쉼터 방문을 통한 휴식뿐만 아니라 필요한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동노동자들의 활동에 지속적인 도움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