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로 사경 헤맸던 소년, 전 세계 110개국의 ‘물 안전’ 지킨다

[인터뷰] 글로벌 독입 물인증 기관 NSF 페드로 산차 대표
“‘KNSF 공동 표준’으로 한국 기업 수출 날개 달도록 도울 것”

등록 : 2026-07-03 12:39 수정 : 2026-07-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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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고 씻는 ‘물’의 안전성을 100% 확신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 세계적으로 수돗물 품질이 매우 우수한 국가에 속하지만 정수기 필터를 통과한 물이 아니면 선뜻 마시기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다. 이는 소비자들이 정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넘어 건강을 위한 ‘더 안전하고 프리미엄한 가치’를 본능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중의 보이지 않는 불안을 과학적 기준으로 해결하며 전 세계 공중 보건의 ‘수호자’ 역할을 해온 기관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식품 안전 및 수질 분야 공식 협력 기관이자, 글로벌 독립 인증의 표준을 선도하는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이다. 80년 이상 인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해 온 독립적인 글로벌 서비스 기관이다. 최근 내한한 이 기관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 페드로 산차(Pedro Sancha)를 지난 30일 성수동 NSF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평범한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감춰진 물 안전의 실태와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그를 평생 공중 보건의 길로 이끈 개인적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과 인터뷰 중인 NSF 페드라 산차 대표. NSF코리아 제공

“이미 깨끗한 한국 수돗물, 그런데 왜 우리는 정수 필터를 쓸까?”

대중에게 ‘물 인증’은 낯선 단어다. 이미 깨끗한 물이 충분히 나오는 나라에서 독립적인 제3자 인증 마크가 왜 필요할까?

“정부의 수질 규제와 공공 인프라를 신뢰하는 국가일수록 제3자 민간 인증에 대한 체감도가 낮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이죠. 반면 인프라가 취약한 인도나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정부의 정수 처리를 믿지 못해 제품 겉면에 붙은 강력한 권위의 ‘NSF 마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한국처럼 선진화된 시장의 똑똑한 소비자들 역시 정부가 정한 최소 기준 충족에만 안주하지 않습니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미세플라스틱이나 영구 잔류 화학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 중금속 유출 우려를 공부하고 이를 완전히 걸러내기 위해 정수 필터에 기꺼이 지속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는 과학의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가 대비해야 할 물속 위험 요인도 완전히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년 전에는 낡은 금속 배관에서 흘러나오는 ‘납’이 공중 보건의 최대 적이었기에 NSF는 이를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식수 안전 표준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배관 소재가 플라스틱 등 신소재로 교체되면서 새로운 화학 물질 유출 우려가 생겨났고, 정밀 분석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미세플라스틱과 PFAS 같은 신종 오염 물질이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습니다. NSF는 최신 과학 데이터에 기반해 이 보이지 않는 위험 물질들을 정밀 검증하고 안전 표준을 상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한국, 헬스•웰니스의 ‘글로벌 허브’로 우뚝…아•태 연구시험소 설립 추진

산차 대표는 이번 한국 방문은 단순한 시장 점검이 아니다.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실행 거점이자 혁신 가교로 삼고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한국은 독보적인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K-푸드, K-뷰티뿐 아니라 수처리 시스템, 정수 필터 등 건강 및 ‘웰니스(Wellness)’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뛰어난 강소기업들이 까다로운 해외 시장에서 단번에 신뢰를 얻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강력한 보증 수표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산차 대표는 방한 기간 중 대한민국 국회를 방문해 포럼에 참석하고 대구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NSF 아•태 연구시험소를 설립하려는 방안을 타진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해외 수출용 인증을 받기 위해 제품 샘플을 미국 NSF 본사나 해외 연구소로 직접 보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했지만, 연구시험소가 국내에 들어서게 되면 국내에서 모든 글로벌 인증 절차를 신속하게 원스톱으로 마칠 수 있게 된다.

또한, NSF는 한국물기술인증원(KWTC)과 손잡고 한국 기업의 기술적 특성과 동남아 등 수출 대상국의 수압이나 수질 등 실제 물 환경을 맞춤형으로 반영하는 공동 표준인 ‘KNSF 표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강화된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서울 성수동 NSF코리아 사무실 입구에 선 페드로 산차 대표. NSF코리아 제공

“9살 때 겪은 세 달 동안의 사경... 깨끗한 물은 인류 모두의 존엄한 권리”

산차 대표는 물 인증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게 된 개인적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제가 어릴 때 저희 가족은 위생 환경이 열악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제 어머니는 자녀들을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마시는 물은 단 한 방울도 빠짐없이 끓였고, 시장에서 사 온 모든 채소와 과일은 독한 소독액에 매번 담가 씻어내셨죠.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염된 물을 통해 전염되는 치명적인 질환인 ‘A형 간염(Hepatitis)’에 감염되고 말았다.

“겨우 아홉 살의 나이에 꼬박 세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사경을 헤매며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보건 인프라의 불평등은 너무나 잔인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내가 세상 어느 곳에 태어났든, 가난의 정도와 인종에 관계없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누구나 오염되지 않은 가장 안전한 식수와 식탁을 보장받을 존엄한 권리가 있습니다.”

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은 그가 평생을 공중 보건과 식수 안전 분야에 바치게 만든 필생의 사명이자 거대한 꿈이 됐다.

“전 세계 미래 세대의 아이들이 더 이상 ‘내가 오늘 마시는 물과 밥상이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본능적인 공포와 불안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오직 자신의 소중한 꿈과 삶의 성장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와 NSF의 필생의 비전입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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