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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17. A Joke, Mixed Media on Paper, 53.5×74㎝
이른 아침 등교 시간, 고등학생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몰려다니며 까르르 웃는 중학생들과는 달리 대부분 혼자다. 휴대폰을 보거나 인생사 별 볼 일 없다는 듯 뚱하니 앞만 응시한다. 그땐 나도 이해 못했다만 지나보니 알겠다. ‘공부만’ 하면 되는 그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지 말이다. 저 아이들도 반에 가면 가끔은 웃겠지? 우리 땐 참 많이 웃었던 듯한데….
딱히 산전수전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어쩌다 겪은 별별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고등학교 재수다. 덕분에 시험도 두 번, 입학도 두 번. 졸업한 두 번째 고등학교는 교가에 ‘별’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부를 때마다 ‘별 타령’이라고 쿡쿡댔다. 그러고 보면 반복되는 빤한 일상인데도 수시로 웃음을 터뜨렸던 건 그저 호르몬이 충만했기 때문만은 아닐 터다. 나와 ‘같은’ 집단이라 믿었기에 나눌 수 있던 그 나이대의 별스럽고 무해한 장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들은 친구의 출근길 이야기도 딱 그 시절의 장난만 같다.
얼마 전 친구가 아파트 단지 출입구로 향하는데 갑자기 ‘빡’ 뒤통수를 얻어맞았단다. 눈앞에 별이 번쩍해서 둘러보니 사람은 없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만 눈에 띄더라고. 설마 그럴 리가, 하곤 바삐 걸음을 옮겼는데 맞은 곳이 어찌나 얼얼한지 눈물마저 핑 돌았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음날 같은 시간 나가는 길에도 빡! 황당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전날과 마찬가지로 그 새가 ‘저도 여기 삽니다만’이라는 표정으로 같은 자리에서 태평하게 바라보고 있더라나.
이틀 연속 얻어맞은 게 어찌나 분한지, 네놈이렷다, 확신과 함께 관리사무소에 새를 잡아달라고 하면 될까, 잠시 고민했다고. 저부터도 의심이 드는데 이 말을 누가 믿어주긴 할까, 며칠간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며 웃었다.
상상해보건대 관리사무소에서 이런 별스러운 민원을 받으면 적잖이 당황스러울 성싶다. 대상이 동물인데 시간대를 안다고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볼 수도 없고, 민원 난도로 치면 상급인 셈이다. 문득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해충방제 서비스 회사 세스코의 고객 응대가 떠올랐다. 장난 같은 별별 질문에까지 성심껏 답글을 단 게 유머와 감동을 줘서 자연스레 퍼졌는데, 지금 기준으로 조심스레 생각해보면 정치적 올바름, 생명 존중 등의 관점에서 차마 웃어넘기기 어려운 질문도 없지 않았던 듯하다.
글 쓴다는 사람이 행간을 못 읽느냐는 농에도 대번 파르르하는 나부터 반성할 일이긴 하지만, 요즘은 아주 사방이 화난 목소리다. ‘같은’ 편이라는 믿음이 없어서이지 싶은데,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가시를 돋우고, 별생각 없이 건네는 농담에조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공방을 벌인다. 걸러져야 마땅한 무자비한 폭언과 악플이 횡행하는 현실도 엄연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검열의 시대’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15분의 명성을 얻는 날이 올 것”이라 했던 앤디 워홀의 예언처럼 바야흐로 1인 1채널의 시대다. 각자의 해변에서 띄운 별의별 이야기가 넘쳐 바다를 이루고 파도가 되어 다시 모두의 해안으로 밀려간다. 그러니 눈에 띄려 애쓰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맞닥뜨릴까 두려워 말 한마디, 글 한 자에 노심초사하는 사람투성이다. 나 또한 글 쓰는 손이 행여라도 몰래 죄를 지을까 별수 없이 간이 콩알만 해지기 십상이다. 표현의 자유가 도리어 입을 막는 이 모순은 어쩌면 웃긴 자극만큼이나 화낼 자극도 많아 과잉 흥분 상태로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무뎌지는 것 말고도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있긴 할 텐데…. 아무래도 부지런히 머리를 써야겠다. 자, 그래서 말인데요, 독자 여러분. 이 글에는 ‘별’이 몇 번 등장할까요?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누구나 15분의 명성을 얻는 날이 올 것”이라 했던 앤디 워홀의 예언처럼 바야흐로 1인 1채널의 시대다. 각자의 해변에서 띄운 별의별 이야기가 넘쳐 바다를 이루고 파도가 되어 다시 모두의 해안으로 밀려간다. 그러니 눈에 띄려 애쓰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맞닥뜨릴까 두려워 말 한마디, 글 한 자에 노심초사하는 사람투성이다. 나 또한 글 쓰는 손이 행여라도 몰래 죄를 지을까 별수 없이 간이 콩알만 해지기 십상이다. 표현의 자유가 도리어 입을 막는 이 모순은 어쩌면 웃긴 자극만큼이나 화낼 자극도 많아 과잉 흥분 상태로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무뎌지는 것 말고도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있긴 할 텐데…. 아무래도 부지런히 머리를 써야겠다. 자, 그래서 말인데요, 독자 여러분. 이 글에는 ‘별’이 몇 번 등장할까요?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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