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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15. Turn, Mixed Media on Paper, 55×75㎝
아으 정말 못 참겠다. 내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고자질을 하나 할 테다. 아침 일찌감치 간 대학병원, 업무 시작 15분 전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의료진에게 물어볼게 있다며 다가갔다.
옆자리 동료와 담소하며 웃던 새하얀 간호사 선생님이 순식간에 새초롬해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야 한다며 잠시 기다리란다. 못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환자가 자기 할 말을 이어가자 하얀 손 하나를 허공에서 휘휘 댔다. 그이의 손짓을 보곤 나도 모르게 다가갔는데, 설마, 눈을 하얗게 굴린걸 본 건 내 착각이겠지? 저혈당이 오는 거 같으니 그걸 켜는 동안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환자와, 참고할 사항이 있는지 시스템을 봐야 한다며 기다려달라 하지 않았냐는 간호사의 말이 팽팽하게 오갔다.
상급자가 등장하고, 둘의 실랑이는 억울하다는 듯 상황을 설명하던 단발 아래 하얀 얼굴이 상급자의 꾹꾹 눈짓을 받아 환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내리깐 눈을 흘기며 “죄송하고… 죄송한데…”라고. 그말과 표정에 그만 그이의 이름이 눈에 들어와버렸다. 서울 어디서든 행인을 불러세워 물으면 네댓 중 하나는 댈 만큼 흔한 성씨에, 누구나 지인 중 한 명은 가지고 있을 법한 그런 이름이었다.
‘훅’이라고 한다든가, 머릿속에서 무한 되풀이되라고 만드는 노래의 소절 말이다. 호스피스 생활로 엄마를 보내드리는 몇 달간의 과정을 거치며 의료진에게 입혀드린 깊은 감사와 존경의 철갑에 그이의 이름이 송곳처럼 박혀 맴맴거렸다. 그이가 반복한 “죄송하고” “죄송한데”와 함께 말이다.
사과라는 건 오래 끌고 변명을 붙일수록 마음이 더 상하는 법이라던가. 어리다고 할 수만은 없는 간호사도 그저 업무 수칙대로 한 것뿐인데 싶어 억울한 마음이 컸겠지, 싶으면서도 겪은 광경에 속이 볶여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녀의 책임감으로 부모님의 병원 생활을 도맡았던 이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업으로 했던 친구는 휴직하며 1년 새 두 분을 보내드린 후 진이 쭉 빠져 아예 퇴직했다. 몹시 아프다고 했던 무릎은 어떤지 물으니, 요즘은 계단은 아예 피한다고. 찾아간 전문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단다.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도하며 6개월 기다려야 하는 대학병원 ‘명의’의 진료도 예약했다. 생업도 돌봄이요, 부모님 병환 후엔 환자의 보호자로 산데다 몇 년 전 입양한 푸들은 벙글벙글 웃도록 모시기까지 했는데, 정작 자기 몸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오랜 기간의 대장정 중 몇 개월이나 되었나, 엄마를 요양병원으로 모신 뒤 잠시 짬을 낸 친구를 만난 때를 기억한다. 상황이 여의찮은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분이 힘들지 옆에서 달래기만 하는 자기는 괜찮다며 반쪽만 해진 얼굴로 말했다. 엄마를 보내드린 친구는 홀로 남은 아버지의 일상을 구축해드리느라 곧바로 또 분주했다. 기대했던 시간을 훨씬 못 미치게 계실 줄은 꿈에도 모른채…. 설명하기 힘든 시간을 장하고 독하게 버텨낸 친구가 유예했던 일상으로 드디어 돌아가려는 순간 쳐들어온 무릎의 문제. 그제야 자기 몸이 보이며 스스로에게 미안했다고. 이제는 자기 몸을 모셔줄 차례 같단다. 네 말이 참 맞다, 앞으로는 우리 몸도 제때 병원에 모시고, 산책도 매일매일 시켜드릴 것이며, 좋은 음식도 수시로 맛보여드리자고 함께 웃으며 통화를 마쳤는데 친구가 자꾸 생각나는 게 아무래도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까보다. 어쨌거나 책임을 핑계 삼고 마는 억울한 유유상종, 친구가 또 “미안하고” “미안한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오랜 기간의 대장정 중 몇 개월이나 되었나, 엄마를 요양병원으로 모신 뒤 잠시 짬을 낸 친구를 만난 때를 기억한다. 상황이 여의찮은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분이 힘들지 옆에서 달래기만 하는 자기는 괜찮다며 반쪽만 해진 얼굴로 말했다. 엄마를 보내드린 친구는 홀로 남은 아버지의 일상을 구축해드리느라 곧바로 또 분주했다. 기대했던 시간을 훨씬 못 미치게 계실 줄은 꿈에도 모른채…. 설명하기 힘든 시간을 장하고 독하게 버텨낸 친구가 유예했던 일상으로 드디어 돌아가려는 순간 쳐들어온 무릎의 문제. 그제야 자기 몸이 보이며 스스로에게 미안했다고. 이제는 자기 몸을 모셔줄 차례 같단다. 네 말이 참 맞다, 앞으로는 우리 몸도 제때 병원에 모시고, 산책도 매일매일 시켜드릴 것이며, 좋은 음식도 수시로 맛보여드리자고 함께 웃으며 통화를 마쳤는데 친구가 자꾸 생각나는 게 아무래도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까보다. 어쨌거나 책임을 핑계 삼고 마는 억울한 유유상종, 친구가 또 “미안하고” “미안한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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