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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14. Hold, Mixed Media on Paper, 53.5×70㎝
오밀조밀 색색의 자그마한 음식. 냉큼 하면 한입이니 눈으로 먼저 즐긴다. 그다음은 ‘향’. 고소하면서도 톡, 부드럽게 입맛을 돋운다.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재료는 신선하다. 산지에서 매일 아침 공수한 제철 재료를 가장 맛있는 부위만 도려내어 쓴다니 오죽하겠는가.
각종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서울의 ‘별’ 받은 식당 개수가 이제 미식의 도시 싱가포르를 넘어섰단다. 누구는 기분 전환 삼아 때때로 ‘별’ 맛보러 간다는데, 요지경 세상답게 ‘그림의 떡’도 제각각이라 유명한 곤드레밥집을 집 옆에 두고도 60년 만에 그 맛을 처음 보았다는 이도 있다. 내가 직접 만난 이는 아니고, 어쩌다 들은 이야기다. ‘그’에게….
대학 시절 처음 만난 그는 스무 살이 느끼기에 나이가 한참 많았다. 전동 휠체어를 몰고 나타나 웃는 그를 보며 까딱까딱 움직이는 건강한 손 하나가 웃음의 원천인가 싶었다. 꽤 오래전, 회사가 가까워 용산 한강로쯤에서 가끔 점심에 만나기도 했는데, 메뉴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항상 내게 식당을 고르게 했던 듯하다. 화제도 풍성한 식탁에서 타고난 기능의 항상성이야말로 ‘건강’이라는 생각을 처음 했지 싶다.
나는 가끔 전시회를 밥상 대신 ‘차려’ 사람들을 초대하는데, 지난해 그런 계기로 오랜만에 만난 그는 변함없이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대표란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그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김치찌개를 딸이 알려줘서 배달로 겨우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맛이 기가 막혀 찾아보니 평소 자주 가는 식당 거리에도 있더라고.
왜 몰랐느냐 물으니 야무진 그의 두 눈은 현명하기까지 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식당은 알아서 지우고 보여준다나. 약 오를 일은 알아서 차단해준다니, 하 거참…. 그의 싱글벙글 웃음의 비결을 그제야 알 듯했다.
그저 식당 입구에 경사로만 있으면 되는데, 서울시에서 경사로 설치를 열심히 해도 휠체어가 다니기 쉬운 식당은 잘 없다는 말에 ‘함께 사는 세상’ 좀 아름답게들 살지,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곤 식당의 고충도 곧 이해됐다. 대부분의 식당은 한 줌 손님의 한입 한입 만족이 아닌 회전율이 생명이니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휠체어가 달가울 리 없고, 비 오는 날 미끄러져 생기는 민원에, 건물과 사람 빼곡한 서울이 좀 좁나…. 확보해야 하는 법적 각도 ‘탓’에 욱여넣은 경사로가 인도나 차도를 침범하기 일쑤란다. 그래서 어찌어찌 설치해도 채 1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렇다면 문턱이라도 없애지! 싶지만, 청결을 위해 현관을 두는 우리 문화에서 그 일이라고 어디 쉽겠는가. 그러고 보면 권리와 효율이 부딪히는 현장이 가장 난처하고 어렵지 싶다. 권리를 찾아주는 일은 정의롭기에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생계라는 지엄한 책임 아래서는 얼굴 마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 편이 윤리적 명령을 피하는 방도라고 무의식중에 아는 건지도 모르겠다. 본래 우리는 눈앞의 약한 이에게 저도 모르게 손 내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말이다. 조금은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 지하철을 기다리다 스크린도어에 적힌 시에 눈이 갔다. 투명한 벽에 걸린 시구를 읽다보니 운현궁 고택 기둥마다 걸린 하얀 바탕에 맑고 파란 글씨로 적힌 주련(柱聯)이 떠올랐다. 분 단위로 정확한 열차 시스템에 나는 가끔 경탄하는데, 지하철의 시가 바로 “오일장에서 만나자”라며 어리숙한 기약을 하던 민족이 차마 참지 못해 걸어둔 도시의 주련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어쩌자고 웃는가 싶은 이들이 스쳐 지나고,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쉰다. 바탕 하얀 사람들의 푸른 마음이 쉴 새 없이 하느작거리는 도시이기도 하면 참 좋겠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곤 식당의 고충도 곧 이해됐다. 대부분의 식당은 한 줌 손님의 한입 한입 만족이 아닌 회전율이 생명이니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휠체어가 달가울 리 없고, 비 오는 날 미끄러져 생기는 민원에, 건물과 사람 빼곡한 서울이 좀 좁나…. 확보해야 하는 법적 각도 ‘탓’에 욱여넣은 경사로가 인도나 차도를 침범하기 일쑤란다. 그래서 어찌어찌 설치해도 채 1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렇다면 문턱이라도 없애지! 싶지만, 청결을 위해 현관을 두는 우리 문화에서 그 일이라고 어디 쉽겠는가. 그러고 보면 권리와 효율이 부딪히는 현장이 가장 난처하고 어렵지 싶다. 권리를 찾아주는 일은 정의롭기에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생계라는 지엄한 책임 아래서는 얼굴 마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 편이 윤리적 명령을 피하는 방도라고 무의식중에 아는 건지도 모르겠다. 본래 우리는 눈앞의 약한 이에게 저도 모르게 손 내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말이다. 조금은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 지하철을 기다리다 스크린도어에 적힌 시에 눈이 갔다. 투명한 벽에 걸린 시구를 읽다보니 운현궁 고택 기둥마다 걸린 하얀 바탕에 맑고 파란 글씨로 적힌 주련(柱聯)이 떠올랐다. 분 단위로 정확한 열차 시스템에 나는 가끔 경탄하는데, 지하철의 시가 바로 “오일장에서 만나자”라며 어리숙한 기약을 하던 민족이 차마 참지 못해 걸어둔 도시의 주련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어쩌자고 웃는가 싶은 이들이 스쳐 지나고,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쉰다. 바탕 하얀 사람들의 푸른 마음이 쉴 새 없이 하느작거리는 도시이기도 하면 참 좋겠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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