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 폭발시킨 서울 봄꽃축제

초점& 정주인구 훌쩍 넘어선 자치구 축제…지속 가능하기 위한 과제는

등록 : 2026-05-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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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여의도 봄꽃축제 개막식 모습. 영등포구 제공

주요 축제에만 1300만 명 몰려
서울시민보다 더 많은 방문객 수
골목 상권 살고 시민 기억 남아야
봄꽃축제는 지속 가능성 높아져

지난 4월, 서울은 거대한 꽃밭이자 정교하게 설계된 시장이었다. 송파구 석촌호수부터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이르기까지 각 자치구가 내놓은 봄꽃 성적표에는 단순한 상춘객 수를 넘어선 도시 경영의 전략이 담겨 있었다. 서울의 정주인구는 약 958만 명 수준이지만, 축제 기간 주요 봄꽃 축제에 몰린 인파만 약 1300만 명이었다. 주민등록상의 숫자를 넘어선 생활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수백억원의 경제적 낙수효과를 창출하며 자치구 행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송파구 호수벚꽃축제에 몰려든 방문객들. 송파구 제공

글로벌 관광지로 우뚝 선 송파, 골목까지 스며든 886억원의 온기

올해 송파구 호수벚꽃축제는 축제가 곧 산업임을 지표로 증명했다. 축제 기간 주변 상권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액은 총 886억원에 달했다. 정주인구(약 64만 명)의 14배가 넘는 901만 명의 생활인구가 유입되며 거대한 소비 시장을 형성한 결과다. 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석촌호수와 방이맛골, 송리단길, 호수단길 등 인근 3대 골목 상권 매출은 전년 대비 일제히 7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롯데월드몰 일원 대형 시설(149.5% 증가)의 온기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까지 실어 날랐다.


외연 확장도 눈부시다. 외국인 방문객은 26만 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으며, 매출 비중은 아시아(57.1%)가 주도하는 가운데 북미(24.2%)와 유럽(14.0%)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중국, 필리핀 등 주요국을 포함해 전세계 124개국 상춘객이 석촌호수에서 지갑을 열며 K-봄꽃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5일간 360만 명 운집…최고 밀도의 행정적 효율성과 상생

영등포구 여의도 봄꽃축제는 단 5일간 360만 명을 끌어모으며 서울 최고 실적을 과시했다. 일평균 72만 명이라는 밀집도는 구 정주인구(약 37만 명)의 두 배에 이르는 인파가 매일 여의도를 가득 메웠음을 의미한다.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 킬러 콘텐츠의 결합은 방문객 수를 전년 대비 19% 증가시키며 여의도가 여전히 서울 봄꽃의 상징적 중심지임을 재확인시켰다.

영등포구는 안전과 야간 관광, 상생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운영 시간을 밤 9시30분까지 연장해 퇴근길 직장인 수요를 야간 디제이(DJ) 파티 현장으로 흡수했고, 관내 청년 기업과 전통시장이 참여하는 카페존을 통해 지역 상권과 동행했다.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인파 분석과 지능형 폐회로텔레비전(CCTV) 배치를 통해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대규모 생활인구를 수용해낸 점은 단기 집중형 축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노원구 불암산 철쭉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유치원생들. 노원구 제공

벚꽃 피한 노원의 역발상, 철쭉으로 빚은 인문학적 문화 복지

노원구는 3월 말 목련, 4월 초 벚꽃, 5월 중순 장미 순서로 개화하는 봄꽃 명소 중 수도권 동북부에 대표적인 철쭉 군락지가 없다는 점을 활용해 철쭉동산을 조성했다. 불암산 철쭉제는 체류형 문화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정주인구 대비 방문객 배수는 타 구보다 낮지만, 방문객의 75%가 구민일 정도로 지역 밀착형 생활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공 비결은 자연경관에 인문학적 콘텐츠를 결합한 데 있다. 축제 기간 중 아트포레 갤러리 방문객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야외 도서관과 산림치유센터를 연계한 프로그램은 공연 위주의 타 축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구는 하루를 온전히 즐기는 체류형 모델을 지향하며, 내년 하반기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을 기점으로 타 지역 생활인구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성과 소통으로 채운 서울 전역의 꽃길

각 자치구는 저마다의 특색으로 서울 전역을 물들였다. 서초구는 양재천을 배경으로 야간 조명과 클래식 공연을 결합한 벚꽃 등(燈)축제를 선보이며 정적인 야간 관광 모델을 제시했다. 동대문구 역시 중랑천변 장안벚꽃길에서 구민 버스킹과 소상공인 마켓이 어우러진 밀착형 축제를 성공시키며 지역 공동체 중심의 내실 있는 동네 축제 가능성을 확인했다. 강북구는 우이천변을 중심으로 등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성북구는 숲속 도서관과 연계한 신화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인문학적 경험을 선사했다.

데이터 행정의 성과와 남겨진 질적 성장의 과제

올해 서울 봄꽃 축제의 행정적 수확은 빅데이터 기반의 과학 행정이 안착했다는 점이다. 송파구는 124개국 외국인의 이동 동선을 분석해 마케팅의 정밀도를 높였고, 영등포구와 노원구는 유동 인구 분석으로 안전 관리와 광역 축제로의 진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지표의 성장이 곧 축제의 본질적 성공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최근 논문에서 “축제가 단순 인파 유치를 넘어 지역과 정서적 유대를 맺는 ‘관계인구’ 창출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규모 인파 이면에는 대형 유통 시설과 골목 상권 사이의 매출 격차를 줄여야 하는 정교한 낙수효과 설계 과제가 남아 있다. 박경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축제의 성과가 소상공인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질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결국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지표는 인원과 매출이라는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숫자가 동네 골목 상권의 실질적인 온기로 바뀌고, 다시 그곳을 찾고 싶게 하는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때 축제는 비로소 완성된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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