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진보 후보 단일화 ‘성장통’

초점& 세 대결 넘어 ‘민주주의 학습장’ 될까…진보 진영의 정치적 시험대

등록 : 2026-04-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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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당시 투표참여 홍보 활동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민주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일부 후보는 경선 불참을 선언하고, 후보 등록 과정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인데다, 시민참여단 참가비 대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단일화 일정도 연기됐다.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 16일 애초 17~18일로 예정됐던 시민참여단 투표를 23일로, 최종 단일후보 결선투표를 2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참가비 대납이나 중복 참여 등 부정 여부뿐만 아니라 미입금, 주소 미기재 등을 전수조사 중이다.

지난해 공교육 현장에 검증되지 않은 극우적 역사관과 편향된 이념 교육이 개입하며 학부모와 교육계를 경악하게 한 ‘리박스쿨 사태’ 등으로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강민정(북서울중교사, 전 국회의원), 강신만(전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지역사회협력위원), 김현철(전 서울시교육청 대변인), 이을재(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정근식(현 서울시교육감), 한만중(노무현 대통력직 인수위 자문위원, 조희연 서울교육감 비서실장) 등 6명이 단일화에 참여했다. 추진위가 모집한 3만여 명의 시민참여단 100% 투표 방식으로 단일화가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에서 시민참여단 70% 투표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최종 단일화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2024년 10월 보궐선거 당시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홍제남(서울시교육청남부교육지원청교육지원국장, 오류중교장)후보는 이번 경선에 불참하며 추진위 운영방식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당시 겪었던 스타 후보와 교수 등 현장 교육과 거리 먼 명망가 중심 운영과 참여자의 실질적 동의 여부 검증이 불가능해 명의 도용이나 무단 등록 문제 등이 있음을 지적했으나 추진위로부터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 민주진영이 교육의 수장을 뽑으면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문제다. 단일화도 중요하지만 이젠 우리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혁신해야 할 때라 판단해 부득이 후보 단일화 경선에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추진위가 후보들과 사전 합의 없이 (애초 등록기간이 지나서) 뒤늦게 정근식 현 교육감이 후보 등록하도록 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꿔 논란이 일자 대표단이 중도 사퇴한 일도 있다”며 “추진위 참여 114개 단체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기도 하고 후보들이 나서서 가까운 단체들을 동원해 시민참여단을 무리하게 모집해 유령투표 가능성 등 경선이 정책보다 후보의 조직동원 능력에 따라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며 추진위의 공정성과 시민참여단 투표의 공정성,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18일 복수의 추진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시민참여단 등록자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추진위에 요구한 시민이 1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제남 후보는 “이쯤 되면 시민참여단이 자발적 참여인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참여인지조차 의심받는다”며 “추진위는 단순한 일정관리나 관리상 착오로 축소하지 말고 절차의 정당성과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무작위 시민 패널 선발 등 공정한 투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일일이 시민참여단 실명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점, 추진위 운영 절차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무엇보다 후보 단일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권혜진 대변인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범민주세력이 전원합의로 진보 교육감 후보를 배출했고 이후 현직 교육감이 진보진영 교육감인 경우 후보단일화 투표를 도입해 민주성을 높였다”며 “추진단은 교육감 선거마다 예비후보들과 합의해 여론조사 비율, 선거인단 구성, 공약 평가 등을 정하고 단일화 경선을 진행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홍제남 후보 주장에 대해 “후보 등록 기간 연장 등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경선 참여 후보 전원이 동의해 단일화 경선이 성사됐으며 시민참여단의 서울시민 여부와 대리투표 여부는 최대한 확인을 진행 중이고 확인이 곤란한 부분은 (대세에 영향 없는 것으로 보고) 후보들도 인정하고 있다”며 “2024년 보궐선거에도 후보 8명의 유불리가 달랐지만 단일화 절차에 후보들 모두 동의해 정근식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가 마주한 또 하나의 벽은 후보들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여론조사 반영 비율, 경선 일정의 선후 등을 놓고 각 후보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 다른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불리함이 될 수 있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중립’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정근식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면서 추진위는 ‘본선 경쟁력’ 확보와 ‘경선 공정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권혜진 대변인은 “추진위가 특정인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줄 수는 없지만, 가장 유력한 정 후보조차 결선투표제를 수용하게 만드는 등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 내부에서는 실무적인 고충도 상당하다. 3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표를 치르는 비용을 후보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체 부담하는 것은 물론,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법적 리스크까지 오롯이 추진위 몫이기 때문이다.

권 대변인은 “추진위 활동은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에게 정책을 알릴 공평한 무대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며 “우리가 짊어진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단일화를 추진하는 진정성을 후보들이 조금 더 깊이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진위의 역할을 단순한 ‘공정 관리자’를 넘어 민주진보 교육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공동의 책임자’로 봐달라는 호소다.

서울 교육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리더를 뽑는 일은 그 자체로 교육의 연장선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겪는 지금의 진통이 단순한 ‘조직 동원력 싸움’에 그칠지, 아니면 갈등을 딛고 시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는 ‘민주주의 학습장’이 될지는 코앞으로 다가온 결선투표 등 막바지 단일화 과정에 달려 있다. 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에 유독 눈길이 머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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