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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폰 보관함. 한겨레 자료사진
교육지원청 요청받고 이틀 만에 결정
관내 절반 학교에서 지원 신청 완료
현장 목소리 반영한 ‘생활 밀착 행정’
‘공동체 역량’ 함양과 ‘에듀테크’ 병행 지난달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 초·중·고등학교 수업 중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장애 보조 기기나 교육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스마트기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일부 청소년 인권 단체는 “자율적 소통의 여지가 사라지고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이미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 79개 국가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디지털 쉼표’(Digital pause) 정책을 시행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부터 이 정책을 전 학교로 확대하며 디지털 기기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일괄 수거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난해 결론을 내리며 법적 개정 명분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거한 수십 대의 스마트폰을 어디에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혀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는 약 1억1천만원의 교육경비보조금을 투입해 관내 47개 초중고교 1110개 학급에 스마트폰 보관함 구매비를 지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지원금은 학급당 10만원이다. 지난 3일까지 접수한 결과 관내 학교의 약 절반인 24개교가 신청서를 제출할 만큼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교육장 김선자)의 기민한 수요 파악과 구청의 신속한 결단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동부교육지원청 최소영 학교생활교육과장은 “지난 3월11일 중고교 교장단 회의 당시 보관함 지원 필요성을 물었더니 60% 이상이 즉석에서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요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의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으로 가용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관함 예산을 즉각 편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 김선자 교육장이 이필형 구청장을 만나 현장의 절실함을 전하며 지원을 제안하게 됐다.
구는 지원 제안을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예산 지원을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정 속도전을 보여줬다. 신속한 결정 배경에 대해 구 교육정책과 정미화 과장은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정 과장은 “법 개정이 이뤄진 이상 안전한 보관함이 필수라고 판단했다”며 “아이들의 스마트폰 수십 대를 기존처럼 수거 가방에 무방비하게 쌓아두다보면 노후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실 내 스마트폰 밀집 보관은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5년 11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스마트폰 보관 가방 내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해 휴대전화 20대와 보조배터리가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전국적으로 연간 600건을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가 물리적 충격이나 고온에 노출될 경우 온도가 최대 1000℃ 이상까지 치솟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밀집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다른 기기로 불길이 번져 폭발성 강한 수소 가스와 맹독성 가스를 내뿜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날 경우 교실 하나가 아니라 학교 전체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습관 교정을 넘어 재난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보관함을 마련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지원은 일선 교사들을 소모적인 갈등과 책임 소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치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스마트폰 수거 여부를 두고 학기 초마다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치며 찬반 논쟁을 벌여야 했고, 기기 분실이나 흠집에 따른 책임 소재 민원도 적지 않았다. 정 과장은 “지정 보관함이 생기면 수거를 둘러싼 논쟁이나 민원으로부터 선생님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를 쌓고 학교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대문구의 이번 지원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구는 올해 교육경비보조금 170억원을 편성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용 계정 보급, 에듀테크 지원 등 미래형 교실 조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필요할 땐 스마트하게 활용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는 안전하게 내려놓자’는 명확한 기조다. 정 과장은 “스마트폰을 개인의 이기심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고 공동의 규칙에 따르는 훈련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역시 “스마트폰 보관함 지원은 아이들이 디지털 환경의 간섭을 줄이고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안전한 울타리”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통제를 넘어 ‘안전한 절제'를 선택한 동대문구와 동부교육지원청의 협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가 줄 수 있는 실질적 안전 대책이 되고 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관내 절반 학교에서 지원 신청 완료
현장 목소리 반영한 ‘생활 밀착 행정’
‘공동체 역량’ 함양과 ‘에듀테크’ 병행 지난달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 초·중·고등학교 수업 중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장애 보조 기기나 교육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스마트기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일부 청소년 인권 단체는 “자율적 소통의 여지가 사라지고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이미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 79개 국가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디지털 쉼표’(Digital pause) 정책을 시행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부터 이 정책을 전 학교로 확대하며 디지털 기기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일괄 수거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난해 결론을 내리며 법적 개정 명분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거한 수십 대의 스마트폰을 어디에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혀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는 약 1억1천만원의 교육경비보조금을 투입해 관내 47개 초중고교 1110개 학급에 스마트폰 보관함 구매비를 지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지원금은 학급당 10만원이다. 지난 3일까지 접수한 결과 관내 학교의 약 절반인 24개교가 신청서를 제출할 만큼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교육장 김선자)의 기민한 수요 파악과 구청의 신속한 결단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동부교육지원청 최소영 학교생활교육과장은 “지난 3월11일 중고교 교장단 회의 당시 보관함 지원 필요성을 물었더니 60% 이상이 즉석에서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요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의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으로 가용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관함 예산을 즉각 편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 김선자 교육장이 이필형 구청장을 만나 현장의 절실함을 전하며 지원을 제안하게 됐다.
구는 지원 제안을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예산 지원을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정 속도전을 보여줬다. 신속한 결정 배경에 대해 구 교육정책과 정미화 과장은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정 과장은 “법 개정이 이뤄진 이상 안전한 보관함이 필수라고 판단했다”며 “아이들의 스마트폰 수십 대를 기존처럼 수거 가방에 무방비하게 쌓아두다보면 노후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실 내 스마트폰 밀집 보관은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5년 11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스마트폰 보관 가방 내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해 휴대전화 20대와 보조배터리가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전국적으로 연간 600건을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가 물리적 충격이나 고온에 노출될 경우 온도가 최대 1000℃ 이상까지 치솟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밀집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다른 기기로 불길이 번져 폭발성 강한 수소 가스와 맹독성 가스를 내뿜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날 경우 교실 하나가 아니라 학교 전체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습관 교정을 넘어 재난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보관함을 마련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지원은 일선 교사들을 소모적인 갈등과 책임 소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치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스마트폰 수거 여부를 두고 학기 초마다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치며 찬반 논쟁을 벌여야 했고, 기기 분실이나 흠집에 따른 책임 소재 민원도 적지 않았다. 정 과장은 “지정 보관함이 생기면 수거를 둘러싼 논쟁이나 민원으로부터 선생님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를 쌓고 학교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대문구의 이번 지원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구는 올해 교육경비보조금 170억원을 편성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용 계정 보급, 에듀테크 지원 등 미래형 교실 조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필요할 땐 스마트하게 활용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는 안전하게 내려놓자’는 명확한 기조다. 정 과장은 “스마트폰을 개인의 이기심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고 공동의 규칙에 따르는 훈련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역시 “스마트폰 보관함 지원은 아이들이 디지털 환경의 간섭을 줄이고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안전한 울타리”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통제를 넘어 ‘안전한 절제'를 선택한 동대문구와 동부교육지원청의 협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가 줄 수 있는 실질적 안전 대책이 되고 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