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구정 홍보의 달인…인터넷방송 제작부터 차량 운전까지

노원구 영상홍보팀 서형철 피디

등록 : 2017-08-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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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 노원구민회관의 행복배달부 위촉식 중계를 마친 서형철 피디. 촬영부터 편집까지 방송제작 모두를 해내는 서 피디는 최근 드론조종면허까지 취득했다.
나인블루(nine blue)? 노원구청 직원 동아리방의 한쪽을 차지한 드럼에 새겨 있는 글자다. 궁금했다. “아, 그거요? ‘구청’이에요. ‘구’라서 나인, ‘청’이라서 블루….” 서형철(45) 노원구 영상홍보팀 피디(PD)는 2010년 결성한 노원구청 직원 보컬밴드 나인블루의 리더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멤버는 인사이동에 따라 교체되기도 하지만,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동아리방에서는 밴드 연습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친목 다지기죠. 레퍼토리도 몇곡 안 돼요.” 서 피디는 겸양을 내세웠지만 나인블루는 노원구 각 과 행사 섭외 1순위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서 피디도 지난 5월29일 ‘2017 서울드럼페스티벌 시민드럼경연대회’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노원구 슬로건이 ‘행복은 삶의 습관입니다’잖아요, 자꾸 웃을 일을 만들어야지요. 직원들이 행복해야 구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서비스도 가능하겠죠?” 방송제작으로 늘 시간에 쫓기면서도 나인블루를 만들고 이끄는 이유다.

서 피디가 밴드를 시작한 건 중학생 때다. 음악 선생님에게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면서 서 피디의 꿈은 ‘음악’이 됐다. 고등학교에서도 관악부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 그러나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원입대한 의무경찰로 근무하며 음악을 향한 꿈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자’라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서 피디는 제대 뒤 1년을 더 공부해 방송기술을 배울 수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방송기술을 공부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혼자 해보자”는 욕심이 들었다. 멀티미디어학과로 학사편입을 했다. 1인 미디어가 돼보자는 생각이었다.

기획, 촬영, 편집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뒤 방송제작 외주사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2006년 <와이티엔>(YTN)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연예뉴스 편집 일을 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태어났지만, 와이티엔은 노사쟁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결국 서 피디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시 프리랜서가 되어야 했다.

서 피디가 노원구청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공식 업무는 노원구 인터넷방송(//www.nbs.go.kr) 프로그램 총괄 제작이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서 피디의 엔터테이너 기질과 부지런함, 현장 경험은 노원구에서 빛을 발했다.

행사 중계, 구정 홍보, 사업 안내…. <노원방송>이 하는 일을 다 꼽으려면 열 손가락으로 부족하다. 서 피디는 “노원구가 원하는 모든 것”이란 말로 자신의 업무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인력은 아나운서까지 포함해 모두 6명. 인력 부족을 메우는 건 서 피디의 몫이라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거의 매주 토요일 상계2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아트페스티벌 중계는 서 피디가 대부분 담당한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험은 악기와 음향 준비 등 무대를 만들고 연주자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힘이 됐다.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촬영뿐 아니라 조명과 오디오까지 두루 경험한 터라 방송제작에 필요한 어떤 일도 그는 척척 해낸다.

25개 자치구에서 노원구가 유일하게 보유한 엘이디(LED) 대형 방송차량 운전도 가끔 서 피디 몫이 된다. “제가 대형 운전면허가 있어서요, 기사님이 연세도 많으시고…. 토요일에는 한 사람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합니다.” 이런 서 피디를 노원구 직원들은 “당신은 우리를 위해 준비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는 지난해 8월 드론조종면허까지 땄다. 2015년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통행료 인하 운동 홍보영상을 만들면서 드론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에서 여러 자치단체가 만든 영상이 모두 상영됐는데 제가 만든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칭찬받았거든요.”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로 상황을 찍기 위해 외주업체의 드론을 사용하려면 대여료가 비싸다는 점이 문제였다. 영상의 질도 중요했지만 예산도 줄여야 했다. “국가 자격증이거든요. 가장 가까운 교육장이 경기도 평택에 있더라고요.” 그는 한달 동안 평택에서 기숙하며 공부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을 마다하지 않는 탓에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점은 늘 미안함으로 남는다. 그가 만든 영상에 가끔 가족이 등장하는 이유도 부족한 가족과의 시간을 보충하려는 궁여지책이다. 2013년 제작한 마을공동체 복원 캠페인 ‘마을이 학교다’를 촬영할 때는 아들은 물론 아들의 유치원 친구들까지 영상에 등장했다. “출연료도 아끼고 아이들과도 친해지고 일석이조예요.” ‘마을이 학교다’ 홍보영상은 기획부터 대본, 촬영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서 피디 혼자 만들었다.

“노원구는 행사가 참 많습니다. 마을공동체 복원 캠페인 등 다른 구가 하지 않는 일이 많거든요.” 서 피디는 노원구가 하는 일이 자신이 꿈꾸던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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