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운 소비자 ‘안전망’의 힘

초점& 20년 노하우 ‘전자상거래센터’ 전국 유일 운영

등록 : 2025-12-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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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2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전파로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에서 인증사업본부 인증사업팀 김민영 팀장(오른쪽)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물품에 대한 유해성분 검사에 앞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양/강재훈(사진가)

45% 직구 소비 줄여 정책 실효성 입증
“지자체 차원 선제적 대응 모범 사례”
시험기관 협력, 감시망 촘촘하게 가동

서울시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외 온라인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 속에 숨겨진 유해 물질과 위조 상품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용품 등 생활 밀착형 제품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안전성 검사를 한 결과, 2025년 특정 검사 주기에서는 의뢰 제품 3개 중 1개꼴로 유해 성분이 확인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KC 인증 기준 엄격 적용”…전문기관 협력

시의 안전성 검사는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시험인증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카트리(KATRI)시험연구원, 피티(FITI)시험연구원 등이다. 시는 이들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했다.

시는 격월 단위로 시민들의 우려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선제적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검사 대상 선정은 국내 시장 유통 시 필요한 케이시(KC) 인증 품목을 중심으로, 생활용품과 어린이 제품 중 최근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서울시가 선정해 연구원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트리 이빛나리 연구원은 “특히 가공성을 높여 제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체내 축적 시 치명적인 납·카드뮴 등 중금속 함유 여부를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검사 체계는 2024년 5월 체결된 업무협약에서 카트리를 비롯한 시험연구원들이 검사 비용의 50%를 분담하기로 하면서, 시는 검사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훨씬 더 많은 제품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연구소 시험 결과는 시험성적서 형태로 시에 공유돼 신속한 행정 조치의 근거가 된다.

2025년 집중 검사 부적합률 37% 달해

전문 기관의 날카로운 감시망에 걸려든 제품들의 실태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2024년 4월부터 현재까지 실시된 총 32회의 검사에서 의뢰된 1860개 제품 중 261개 제품(약 14%)에서 유해성이 확인됐다. 2025년 들어 실시한 9회차까지의 집중 검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검사 제품 239개 중 89개(약 37%)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특정 시기와 품목에 따른 유해성 검출 빈도가 상당히 높았다.

검출된 유해 성분 중에서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금속은 체내에 쌓일 경우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거나 발암 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이어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역시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시는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 즉시 플랫폼에 판매 중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대부분 요청 후 2~3일 이내에 조치가 완료된다. 또한 판매가 중지됐다가 슬그머니 다시 등장하는 ‘재유통' 문제에 대해서도 30개 제품을 추가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전 우려 직구 감소” 45.3%…실효성 입증

시의 전방위적인 안전성 검사와 발표는 실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3%가 유해 물질 검출 발표 이후 “안전 우려로 인해 해외 직구 구매를 줄였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구매를 크게 줄였다’(적극적 회피)는 응답이 16.1%, ‘신중히 구매하게 되었다’(구매를 다소 줄임)는 응답이 29.2%로 나타나 정책의 실효성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한 응답자의 62.4%는 향후에도 시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구매 결정에 참고하겠다고 밝혀 정책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전국 최고 수준 55.8% 구제율

시는 해외 직구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의 소비자 피해 구제율은 55.8%에 이르는데, 이는 전국 단위 소비자 상담 기구의 평균 구제율 대비 약 2.5배 높은 수준이다. 정지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장은 “2004년 센터 설립 이후 20년 넘게 시가 전자상거래 소비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며 “상담이 접수되면 늦어도 2일 이내에 사업자에게 내용이 통보되는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처럼 높은 구제율이 가능한 비결은 주요 사업자 300여 개와 카드사 등 유관기관 30여 개와 구축한 전담 핫라인에다 상담원들의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다. 시는 센터를 통해 상담 처리는 물론, 사업자 연락 두절 시 카드사를 통해 환급 조치까지 추진하며 소비자 권익을 책임진다.

“지자체 중심의 소비자 정책, 모범 사례”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 대해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세밀한 틈새를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메워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품질 역시 최소한의 컨트롤이 될 거라 막연히 믿고 구매하지만, 실제 위해성을 개인이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서울시가 제공하는 정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필수적인 공공 데이터로서 타 지자체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직구 소비자 민원 접수는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누리집 https://ecc.seoul.go.kr, 또는 전화 02-2133-4891~6.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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