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다양성·친환경·상생 밥상 ‘눈길’

서울시의 다양한 밥 짓는 커뮤니티 키친 ‘가나다밥상’

등록 : 2017-07-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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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 제주슬로비 대표가 ‘가나다밥상’ 참가자들에게 제주의 식재료와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는 식재료가 솔직히 좋지는 않아요. 땅이 거치니까. 하지만 그 식재료들이 어우러지면 뭔가 색다른 맛이 나지요. 이제 제주로 떠나보실까요?”

지난 11일 오전 은평구 불광역 인근 서울혁신파크 안 맛동(16동). 제주 애월읍에서 로컬푸드 레스토랑 ‘제주슬로비’를 운영하는 한영미 대표의 말에 ‘가나다밥상’ 프로젝트에 참여한 30여명의 얼굴에 금세 기대감이 번진다. 이날 요리는 제주슬로비의 정식 코스요리. 한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안학교 ‘영셰프스쿨’을 졸업한 요리사들과 함께 2013년 이 레스토랑을 차렸다.

한 대표가 제주의 자연과 식재료 등을 설명하는 동안 젊은 요리사(영 셰프)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조그만 깍두기 모양의 빵인 크루통을 얹은 토마토수프에 이어 제주돌빵과 ‘한라산 미나스 티리스’가 메인 요리로 나왔다. 제주돌빵은 제주의 먹돌(현무암)을 닮은 빵으로,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다. 한라산 미나스 티리스는 제주산 돼지고기 안심, 브로콜리 등의 각종 채소, 구좌읍 감자로 만든 이탈리아식 뇨끼(수제비), 그리고 베샤멜 소스가 어우러진 양식 요리다. 미나스 티리스라는 이름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하얀 성 ‘미나스 티리스’에서 따왔다. 한겨울 눈으로 덮인 한라산 모습을 떠올려보라는 뜻이다. 후식은 제주 감귤로 만든 감귤푸딩이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맛있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강원도 철원에서 온 염혜숙(40)씨는 “서울에서 제주의 재료로 스토리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라며 “로컬푸드가 그 지역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널리 알려져 지역주민의 소득 증가에 기여한다면 더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염씨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종종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가나다밥상은 서울시가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한끼 식사’ 프로젝트다. ‘가치를 나누고 다양한 밥을 짓는 커뮤니티 키친’이라는 취지가 이름에 담겨 있다. 슬로우푸드문화원(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이 지난 4월 말부터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가나다밥상 참가자들이 ‘한라산 미나스 티리스’를 먹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에 다양한 음식이 소개되며,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 등을 통해 미리 월별 일정이 공지된다. 7월에는 베트남에서 온 다문화가정 요리활동가 쩐티홍느안의 베트남식 샌드위치, 현은주(솔체험캠핑장 이사)씨의 무항생제 우리 돼지와 화학제품을 첨가하지 않은 바비큐, 햄 요리 등이 참가자들을 만났다.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네이버나 위즈돔(www.wisdo.me) 등에서 ‘맛동’을 검색해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개 8000~1만원 정도다. 슬로푸드문화원의 김유진 코디네이터는 “매 프로그램에 50~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나다밥상은 그 취지에 맞게 다양성, 바른 먹거리, 친환경, 상생, 지속가능성 등을 지향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생활하는 요리연구가 고은정씨가 4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진행하는 ‘밥짓는 학교’가 대표적이다. 고씨는 4월에 봄나물밥을 시작으로 5월 죽순밥, 6월 두부밥, 7월 삼계밥 등을 소개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건강한 밥’들이다. 고씨처럼 매달 한 차례씩 ‘포스트모던 소셜 다이닝’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단(자연요리연구가)씨는 그동안 꺼먹돼지고기와 영양밥, 새콤달콤매콤 두루치기 쌈밥, 수박 스가파초 파스타 등을 선보였다.


김원일 슬로우푸드문화원장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나누고,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슬로우푸드문화원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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