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교교히 스미는 서울 밤거리

해방촌·성북동·익선동 골목·서울로 7017
광희문 달빛로드·한양도성 달빛기행

등록 : 2017-07-13 16:53 수정 : 2017-07-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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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거리



서울의 골목만큼 달빛이
온전히 스며드는 곳 있을까
연인의 맘을 홀리는
한여름 서울의 달빛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사람만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신윤복이 그린 ‘월하정인’의 화제(그림 위에 쓰는시문)다. 글씨마저 낙낙한 모양이 꼭 달빛에 녹아든 것 같다. 신윤복의 그림을 아낀 한 천문학자는 그림 속 눈썹달의 모양과 높이를 분석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림의 계절은 8월 중순, 자정을 막 넘긴 한여름밤이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여름 교교한 달빛은 연인들의 마음을 홀린다. 담장 밑 외에도 여름 밀월을 즐길 만한 서울의 밤길을 소개한다.

서울 문화의 밤
심야책방 골목부터 서울역까지, 서울 달빛 기행

서울의 골목만큼 달빛이 온전히 스며드는 곳이 또 있을까? 해방촌, 성북동, 통의동, 명륜동, 정동 등지는 고즈넉한 동네 풍경이 남아 있어 늦은 밤까지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정처 없이 헤매는 밤이라면 남산타워 조명을 등대 삼아 해방촌으로 가보자.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닿는 해방촌은 옛 마을의 형태와 새로 유입한 청년들의 공간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월 1회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해방촌 동네책방들의 ‘심야책방’ 행사도 평이 좋다. 연인들과 숨어들기 좋은, 낭만 가득한 밤을 선사한다.


성북동도 밤이 아름다운 동네 중 하나다. 심우장이나 수연산방 등 지난 시간 담박하게 살아온 예술가들의 집, 촘촘히 지붕을 쌓아올린 북정마을의 온기와 사이사이로 걷는 좁은 골목길 풍경, 정원이 아름다운 길상사에서의 여름밤은 성북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골목 정취다. ‘성북동 빵공장’, ‘고미다락’ 등 젊은 입맛을 사로잡는 맛집들도 골목마다 평온하게 자리 잡았다.

해방촌 심야책방 골목
익선동 한옥골목은 세계 맥주와 가벼운 안줏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적당한 데이트 장소다. 열평 남짓한 아담한 개량한옥을 고쳐 만든 맥주 바가 즐비한데, 대부분 젊은 사장들이 운영해 공간들이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다. 처마 밑에서 마시는 술맛에 열대야도 쉽게 잊는다.

중구에서 운영하는 ‘광희문 달빛로드’와 종로구의 ‘한양도성 달빛기행’은 서울 여행자들에게 두루 인정받는 야경길이다. 도심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데다가, 사대문과 한양도성 등 서울의 중요 문화제가 몰린 지역 특성 덕에 고즈넉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광희문 달빛로드’는 흥인지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디디피, DDP)를 거쳐 시구문장터를 지나 무당천까지 닿는 코스로 1시간30분에서 2시간 남짓 걸린다. 조선시대 장례행렬이 통과했던 문의 역사와 자연스레 형성되었던 무당마을 등 지역 배경과 해설사의 입담이 만나 잊지 못할 밤을 보낼 수 있다.

‘한양도성 달빛기행’은 흥인지문에서 이화마을을 거쳐 낙산전망대를 지나 혜화문까지닿는 코스로, 서울 10대 야경 중 하나로 꼽히는 낙산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보름달 청명한 밤, 색 깊은 성곽 돌의 자태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혀보자. 2시간 남짓 걸린다.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로 7017’도 색다른 야경길을 선보이고 있다. 만리재 고개에서 남대문까지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서울의 시간과 역사를 가늠하며 산책하기 좋다. 파란 조명이 일제히 길을 밝히면 낮과 확연히 다른 서울의 밤과 서울역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북동 거리
도심 문화바캉스 ‘2017 서울문화의 밤’

한여름밤의 낭만을 즐기는 ‘2017 서울문화의 밤' 축제가 서울시 주최로 8월11~12일 이틀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펼쳐진다.

‘서울문화바캉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음악과 빛이 융합된 한여름밤 음악회(서울광장) △월드뮤직바캉스(서울광장) △눈조각전(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다양한 문화와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익선동 한옥골목
특히 올해 첫선을 보이는 ‘야광 축제’는 서울광장에서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펼쳐진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샘족을 위한 야광 운동회와 야광 패션쇼, 밤샘영화제 등이 열릴 예정이다.

행사 동안 ‘서울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대사관, 필리핀대사관, 불가리아대사관, 이라크대사관, 페루대사관, 말레이시아대사관, 에티오피아대사관, 유럽연합(EU)대표부, 인도문화원 등 외교 공간에서 각국의 음식과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서울돈화문국악당도 개방해 국악당 백스테이지투어, 연주자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찬찬히 국악을 즐길 수 있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투어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서울 양화나루와 절두산 순교성지를 뱃길로 탐방하는 ‘양화나루 유람기’, 중구에서 야간 역사 산책을 즐기는 ‘정동길 따라’, 광희문·신당동 일대 야경과 역사를 즐기는 ‘광희문 달빛로드’ 등 13

가지 이색 탐방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된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축제는 당일 참여도 할 수 있지만, 서울오픈하우스·투어 프로그램은 미리 신청해야 한다. 오는 24일까지 ‘서울문화의 밤’ 누리집(www.seoulculturenight.com)에서 신청을 받고, 프로그램별 최종 참가자는 28일 누리집과 개별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공지한다.

모든 참여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무료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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