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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겐 창작공간 제공, 시민에겐 문화예술 향유 기회

2008년 문화를 통한 도심재생 프로젝트로 시작한 서울시창작공간 12곳

등록 : 2017-07-06 16:57 수정 : 2017-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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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8일 코엑스 홀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전 초청전시회에서 한자리에 모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들과 서울문화재단 대표. 왼쪽부터 임병한, 정도운, 김현우 주철환 대표, 신동민, 한승민 작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접이식 간이침대와 책상. 갖가지 색의 칠판펜(보드마커)과 연필이 가득 놓인 작업대. 잠실창작스튜디오 정도운 작가의 방 풍경이다. 하얀색 벽에는 사방으로 <손석희> <빅 펀> 등 그동안 완성한 작품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페스티벌 나다 2017’에서 선보인 <룩셈부르크> 원본 작품도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장애예술가 창작 레지던스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9기에 걸쳐 100여명의 장애예술가가 이곳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입주 작가들은 해마다 시각예술 분야 장애예술가 가운데 12명을 선발한다. 입주 작가들에게는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강좌, 전문가 멘토링 지원 등이 제공된다. 기획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는 입주 작가들이 세상과 작품으로 소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가들의 솜씨가 알려지면서 외부 전시에 초대되는 횟수도 늘고 있다. 지난 6월28일부터 7월2일까지 코엑스 홀 D1, D2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전에도 이들 작가의 작품이 초청돼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돼 호평을 받았다. 장애아동 창작지원사업 ‘프로젝트A’와 장애인 예술창작 활성화 지원사업도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중요 사업이다.

인쇄공장이 시각예술 분야 국제적 레지던스로

서울시에는 잠실창작스튜디오와 비슷한 서울시창작공간이 12곳(표 참조) 있다. ‘컬처노믹스 정책에 따른 도심재생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시작된 탓에 서울시창작공간 대부분은 도심 내 유휴시설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예술가들에게 창작활동에 필요한 공간과 환경을 지원하고 시민에게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서울시창작공간의 목적이다.

독산동에 문을 연 금천예술공장은 과거 인쇄공장을 개조해 2009년 문을 열었다. 예술가 지원뿐 아니라 구로공단으로 상징되던 서울 서남단 지역에 문화적 활기를 가져오는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30여개국 267명(팀)의 작가가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해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창작활동을 해왔다. 시각분야 예술의 국제적 레지던시로 자리 잡은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들에게만 소중한 공간은 아니다. 입주 작가들은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을 시민들에게 나누는 행사에도 열심이다. 예술가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기업을 만나는 ‘다빈치 아이디어 마켓’이나 국제적 심포지엄도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예술 활동을 직접 만나고 작품을 향유하는 소중한 공간이자, 행사나 작은 결혼식을 치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금천예술공장은 요즈음 행사가 한창이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는 지난 1일 마쳤지만, 기획전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다시, 주변인>을 주제로 여는 기획전은 예술의 치유 기능을 확인할 기회다. “상처 입은 한국 사회를 회복시키고 다양한 가치와 주변부 삶의 의미를 되찾고자 준비했다.” 오세원 큐레이터가 설명하는 올해 기획전의 뜻이다.


옛 성북구보건소 건물을 활용한 서울예술치유허브는 예술이 갖는 치유 기능을 특화한 창작 공간이다. 예술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치유하는 ‘문화예술보건소’ 기능을 수행 중이다. 암 환자를 위한 예술 치유 프로그램, 특수 직군과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통합형 예술 치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텃밭과 디아이와이(DIY) 공방, 갤러리 등도 운영해 지역 주민과 연대를 강화하는 등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에도 열심이다.

지역, 장르, 이용 대상별로 특화

서울시창작공간은 공간별로 지역적 특성과 예술 장르, 이용 대상에 따라 특화돼 있다. 서교실험예술센터는 홍대 앞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지역 문화생태계 네트워크 만들기에 주력한다. 작가 지원사업도 신진과 중진 등 계층별로 실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쇠락한 지하상가에 둥지를 튼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에 특화해 운영한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40개의 작업실은 시민들이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 있도록 한 조처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예술교육을 하고 지역축제를 함께 여는 등 지역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 서울역사편찬원의 시설을 재활용한 연희창작촌은 서울시 최초의 문학인 전용 집필실이다. 19개의 집필실 가운데 3개를 해외문학 교류를 위해 국제 레지던시로 활용하며, 신작을 집중 소개하는 ‘연희극장’, 문인 교류 프로그램 ‘연희의 식탁’ 등을 운영한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어린이 전용 창작공간이다. “예술로 어린이들에게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 체험 프로그램 ‘예술로놀이터’, 어린이 참여형 공연 ‘예술로 상상극장’ 등의 프로그램과 어린이의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관악 예술가 교사 양성 사업 등을 진행한다. 김포 가압장을 개조해 지난해 문을 연 서서울예술교육센터도 어린이들의 예술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시창작공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누리집 참조. www.sfac.or.kr)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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