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빈번했던 동작구 예방디자인 효과 ‘톡톡’

기고 | 이창우 동작구청장

등록 : 2017-06-29 15:48 수정 : 2017-06-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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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의 한 골목에 적용된 범죄예방디자인. 지난해 경찰청 주관 제1회 범죄예방 대상에 동작구가 서울시 자치구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효과를 낳았다. 동작구 제공
범죄로부터 안전한 동네는 기본적 삶의 조건이자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다.

매슬로우의 이론을 따르자면 ‘안전 욕구’는 ‘생리적 욕구’와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욕구이면서, 더 높은 단계로 가는데 바탕이 되는 욕구이기도 하다.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아야 좀 더 가치 있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이 무너졌다는 것은, 내일 역시 송두리째 파괴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13년 선거를 준비하면서 서울의 범죄안전도를 나타낸 지도를 보게 됐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동작구가 범죄안전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강력범죄빈도는 높게 나타났다. 충격이었다. 한편 의문도 생겼다. 동작구는 전형적인 주거중심 도시에 변변한 유흥가도 없는데 다른 자치구보다 더 범죄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근본적인 도시구조보다 일상적인 생활환경 개선, 즉 셉테드(CPTED, 범죄예방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취임하자마자 ‘범죄청정 안전도시’를 목표로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였다. 전담팀을 꾸리고 조례를 만들어 사업기반을 다졌으며 경찰서와 함께 지역별 범죄현황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분석결과에 따라 지역특성에 맞는 안전마을을 조성해 나갔다. 상도3동은 ‘스파이더범죄 예방마을’로 조성했다. 가스배관을 이용한 절도 범죄를 막고자 도시가스덮개 설치를 의무화하고 배관에 범행 시 흔적이 드러나는 특수 도료를 칠했다. 범죄에 취약한 노량진 학원가는 골목마다 LED보안등과 SOS벨을 설치하고 반사경과 미러시트를 부착하는 등 범죄안전디자인을 입혔다. 또한 상도3‧4‧5동 일대 골목은 여성 안심거울길로 탈바꿈했다. 범죄안전마을은 현재까지 총 9개동에 조성되었다. 2018년까지는 15개 동 전역에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정책적 노력은 동작구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2013년 25개 자치구 중 18번째 수준이었던 범죄안전도가 2017년에는 3번째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경찰청 주관 ‘제1회 범죄예방대상’에 우리구가 서울시 자치구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효과도 크다. 낡은 주택가에 색을 입히고 골목에 빛을 더하자 오래된 주거지가 주민 소통공간으로 바뀌었다. 상도4동은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내 아들 딸아 힘내자 파이팅’,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랑해’ 등 힐링 메시지를 비춰주는 경관조명사업으로 마을에 희망과 온기를 더하고 있다. 중국인 동포가 많아 갈등이 많았던 신대방 1동도 셉테드를 통해 소통과 상생의 마을로 탈바꿈했다. 주민 참여 또한 활발해졌다. 지난해 3월부터 주민들 스스로 마을안전 봉사단을 운영하여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파트너로 성장해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튼튼히 하는 사업이다. 소를 잃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마을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마을,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마을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보며 오늘도 나는 우리 외양간에 깎이고 망가진 곳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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