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청년들의 공동식사, 도시재생으로 통한다

강동구 암사동 청년식탁 운동 눈길…1인가구 많은 지역특성 살리기

등록 : 2017-04-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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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의 ‘암사공동체마당’에 마련된 청년식탁에 모인 청년들이 리더 원보라(왼쪽에서 네 번째)씨와 함께 식사하며 색칠책에 색을 입히고 있다. 강동구 제공
“정말 색칠을 잘하시네요. 디자이너다워요.”

디자이너 김현희(25)씨가 색연필로 꽃 그림이 가득한 색칠책(컬러링북)에 색깔을 입혀가자, ‘청년식탁’이라 하는 식탁에 둘러앉은 청년 5명이 칭찬을 쏟아냈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 안 ‘암사공동체마당’에 마련된 청년식탁에는 여느 때처럼 혼밥이 아닌 공동식사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5000원씩 내 마련한 닭강정, 떡볶이, 순대, 딸기 등을 식탁 가운데 놓아둔 채 한편으로는 책을 펴서 색칠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식사를 하면서 각자의 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날 처음 모임에 참석한 속기사 박승희(33)씨는 참가자들이 궁금해하자 즉석에서 속기사용 타자기를 꺼내 속기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디자이너는 청년식탁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곳에 오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는 모두 디자이너뿐인데 청년식탁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이 온다. 한번은 칵테일 만드는 사람이 참석해 재미있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년식탁 운동은 암사동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2015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암사동은 1970~1990년대 가죽산업의 중심지였지만, 가죽산업이 사양화한 뒤로 인구가 줄어드는 등 활력을 잃어갔다. 그러다 2014년 12월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뒤 공동체 부활을 통한 도시재생을 꿈꾸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주일에 한 차례씩 청년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청년식탁은 암사동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마련한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 중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청년식탁을 기획하고 초기에 참가자들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김화령 암사도시재생지원센터 자문계획가는 “암사동은 1인 가구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높고, 서울 중심부로 일하러 다니는 청년들이 잠만 자는 베드타운 성격도 강해졌다. 암사동 도시재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청년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주 음식 레시피를 준비하는 청년식탁 리더 원보라(33)씨도 청년식탁의 동력 중 하나를 ‘암사동 사랑’이라고 꼽았다. 6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 원씨는 무보수 리더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암사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암사동이 도시재생을 통해 따뜻함을 잃지 않는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씨는 “그런 따뜻한 마을을 만드는 데 청년식탁과 같은 공동체가 중요한 몫을 할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늘어 회당 참가 인원도 7~10명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년식탁은 그동안 변신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초기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강동구 내 경로당에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만났으나, 1년 전인 2016년 4월에 현 ‘암사공동체마당’에 터를 잡았다. 130㎡(약 40평) 규모의 암사공동체마당은 강동구가 공동체 활동을 위해 제공해준 공간으로, 청년식탁 이 외에도 공유부엌, 공동육아, 집수리상담소 등 10개의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식사 나눔 중심이었던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동식사와 함께 색칠책 칠하기, 함께 영화 보기, 방향제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활동도 함께 시도하고 있다. 리더인 원씨는 “영화 보기 등 하나하나의 프로그램들을 각각 독립된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작은 식탁에서 공동체의 꿈을 함께 나누는 청년식탁이 잃어가던 ‘암사동의 자기 색깔’을 되찾는 데 한몫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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