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생계 도움에 고객과의 작업 경험이 큰 자산”

등록 : 2017-03-30 15:33 수정 : 2017-04-12 22:32

크게 작게

사진 해우 제공
2010년에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한 해우(31·사진)씨는 2012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 문을 뚫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작가의 삶을 지속하고픈 욕심도 컸다.

하지만 전업작가의 길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유명세가 없는 작가의 고달픈 생활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계유지조차 어렵더라구요.” 그나마 지난해엔 서울시의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이 숨통을 조금 터줬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로 활동했다. 서초구 언남17길에 있는 ‘지인문화공간’에서는 니트스쿨의 특색을 살려 니트와 손자수, 합판 등이 사용된 간판을 만들었고, 마포구 성미산로29길의 ‘리얼씨리얼’에선 벼 이삭 모양의 패턴과 점주의 캐리커처 등을 이용해 가게 외관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매달 지원받은 100만원가량은 마치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죠.” 해우씨는 전담예술가 사업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로 생계유지를 꼽았다. 그렇지만 금전적 이익만 얻은 것은 아니다. 해우씨 같은 초보 예술가에게 고객을 두고 작업하는 경험은 좋은 자산이 되기도 한다. “상업예술은 처음이었어요. 두 번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고객과 깊게 논의해 개념을 잡고, 표현할 것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해우씨는 이때 배운 파워포인트와 포토샵 등의 기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했던 전담예술가 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만족했던 것으로 응답자의 32%가 ‘참여 예술가 사이의 네트워크 형성’을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23%가 ‘개인 능력과 발전에 도움’이라고 답했다. 해우씨도 지난해 함께 참여했던 전담예술가 4명과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에는 각자의 작업실 임대료를 줄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작품도 선보이기 위해 아예 ‘제작소’(서대문구 증가로32길)라는 공동 작업실 겸 카페를 마련했다.

해우씨는 “예술가가 안정된 삶을 유지하며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전담예술가 제도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처음 참여하는 예술가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작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이 사업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멘토로 함께 활동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