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표정과 생활을 바꾸는 컨테이너

쇼핑과 문화활동, 청년과 소외계층 위한 컨설팅까지…규격화한 육면체 쇳덩어리의 변신

등록 : 2017-03-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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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3호
플랫폼 창동 61
해양 운송수단인 ‘컨테이너’가 육지로 깊숙이 들어왔다. 대형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세운 건물이 최근 2~3년 동안 서울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규격화된 육면체 쇳덩어리가 수십·수백 개씩 쌓여 있는 풍경과 안으로 들어서면 막 싹트기 시작한 신선한 콘텐츠들이 볼거리다.

오늘날 서울의 컨테이너는 쇼핑센터나 공연무대는 물론, 소외계층의 자립을 돕는 컨설팅 사무실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나아가 낙후된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도시재생 사업의 아지트로 활용된다. 런던, 코펜하겐, 뉴욕 등 유럽과 미국 대도시에서는 이미 컨테이너를 활용해 공간을 창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서울의 컨테이너 더미들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늘 새로운 놀거리를 찾는 도시여행객들을 위해, 현재 서울의 주요 컨테이너 공간들을 둘러봤다.

언더스탠드 에비뉴

레고 블록을 닮은 공익 문화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

서울숲으로 가는 길목, 좌우로 116개 컨테이너가 3층 높이로 쌓여 있다. 알록달록한 모습이 마치 레고 블록 같은 이곳은 공익 문화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후 성수동 골목여행자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인기가 치솟았는데,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용물도 건실하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스(YOUTH)·하트(HEART)·맘(MOM)·아트(ART)·파워(POWER)·소셜(SOCIAL)·오픈(OPEN) 스탠드로 이름 붙은 총 7구역으로 나뉘는데, 진로를 찾는 청소년, 다문화 가정, 경력단절여성을 돕고, 아이디어 많은 청년 사업가들과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의 자립에 집중한다.

‘소셜 스탠드’에서는 현재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한다. 기본 비용을 지원하니 관심 있는 청년들이라면 도전해보길!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5분 거리.


참고: ‘맘(mom) 스탠드’ 구역의 카페와 브런치 식당을 이용해보자. 입맛 까다로운 방문객들과 블로거들의 맛 평가가 꾸준히 좋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 63(성수동1가 685-704) 문의: 02-725-5526 운영: 10:00~공간마다 다름.

커먼그라운드

개성과 감각의 경연장

커먼그라운드

한국 최초 컨테이너 팝업 스토어(임시 판매장) ‘커먼그라운드’는 현재 서울에서 방문객들이 가장 붐비는 컨테이너 공간이다. 약 5300㎡ 대지에 200개의 파란색 컨테이너가 쌓여 규모도 가장 크다. 감각적인 컨테이너 설계로 유명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테이너 파크’와 영국 런던의 ‘박스 파크’에서 착안한 곳으로, 구름다리를 통해 2개 동을 건너다닐 수 있다.

개성 있고 유행에 민감한 중소 브랜드와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가방·액세서리·옷·향수·문구 가게가 70여 점 들어와 있다. ‘팝업스토어’란 개념에 맞게 종종 입점한 가게들이 바뀌며, 최근 20·30세대가 많이 찾는 생활한복 브랜드 ‘치마저고리 서울’이나 한국 디자이너와 타이완 디자이너가 여성에 대한 고찰에서 떠올린 ‘URNAVY’ 등이 들어왔다. 중앙광장인 ‘마켓 그라운드’에서는 주말 시장을 열고, 공연과 이벤트를 자주 마련한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

참고: 해 질 녘 3층 테라스 마켓으로 올라가면 저녁해가 빚어내는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유명 맛집과 맥줏집도 몰려 있어 테라스에서 즐기기 좋다.

주소: 광진구 아차산로 200 문의: 02-467-2747 운영: 11:00~22:00(펍 11:00~2:00)

지역 도시재생 마중물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 61

지난 4월 말 문을 연 ‘플랫폼 창동 61’도 눈여겨보자. 서울시에서 창동 공영주차장이 있던 자리에 61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1층은 주차장으로, 2층은 공연장으로 쓰는 ‘레드 박스’를 중심으로, 패션·포토 스튜디오, 레스토랑, 갤러리, 카페, 운영사무국이, 3층에는 350명이 수용되는 스탠딩 공연장과 녹음실, 합주실 등이 있다. 기획 단계부터 이동연 한예종 교수의 지휘 아래 신대철, 최현석, 한혜진, 조세현 등 예술인들까지 투입돼 기대를 모았다. 서울시는 앞으로 창동·상계 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할 예정이라 한다. 지하철 4호선 창동역 1번 출구에서 5분 거리.

주소: 도봉구 마들로11길 74 플랫폼 창동 61 문의: 02-993-0561 운영: 매일 10:00~22:00(월 휴무)

SJ 쿤스트할레
SJ 쿤스트할레

예술 활동을 전시하는 28개의 박스

SJ 쿤스트할레

도산공원 근처에 자리한 ‘SJ 쿤스트할레’는 하얀색 외관이 먼저 눈에 띈다. ‘쿤스트할레’는 독일어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하얀 컨테이너 28개를 쌓아올린 이곳은 전시, 공연, 파티, 퍼포먼스, 패션쇼, 워크숍 등 문화를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특별한 행사 없이도 상설 개방되어 들어가 즐기기 편하다.

2009년 ‘플래툰 쿤스트할레’로 먼저 문을 열었다가 공간을 좀 더 폭넓게 개방하며 오늘날 모습에 이르렀는데, 제법 쌓인 시간 덕에 단골들도 있다. 24시간 소란한 강남 도심에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에 셰프가 만든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 쾌적한 공기가 필요한 날 들려보자. 강남구청역에서 5~10분 거리.

주소: 강남구 언주로148길 5 문의: 010-2014-9722 운영: 오전11:00 ~ 오전1:00(일요일, 공휴일 휴무)

청년들의 든든한 아지트

무중력지대 3호

카페와 도서관을 찾아 방랑하는 청년들을 위한 전문 컨테이너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마련한 ‘무중력지대 3호’다. 취업준비생들을 비롯해, 무언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공간으로, 동작구 대방동의 옛 미군기지 자리에 지상 2층, 전체 면적 393㎡ 규모로 13개의 오렌지색 컨테이너를 조립해 만들었다. 구로·금천 G밸리에 이은 세 번째 지점으로 다목적홀, 세미나실 등이 있고 회원제로 운영한다. 1층 다목적홀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어 동료가 필요한 청년들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올해 상반기 안에 컨테이너 건물 전체가 창동역 근처로 이사한다. 1호선 대방역에서 5분 거리.

주소: 동작구 대방동 340-5 문의: 070-4266-6258 운영: 월~금 10:00~22:00, 토 10:00~16:00(공휴일 휴관)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각 업체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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