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인 사회적 경제, 어떻게 일굴까?

대학과 언론인 등 사회적 경제 소개 책 출판 잇달아, “시장을 위한 사람에서 사람을 위한 시장으로”

등록 : 2017-02-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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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지역공동체 주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람이 먼저인 사회적 경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1 청각장애인 떡제조 사회적기업 ‘삼성떡프린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2 시각장애인 지압힐링센터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3 광진구 돌봄서비스 복합매장 ‘열린밥상’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곳, 모두가 행복한 건강 한 끼, 열린 밥상’ 간판부터 일반 식당과 사뭇 다른 한식뷔페 ‘열린밥상’은 지난해 11월 광진구 구의동에 문을 열었다.

‘열린밥상’은 광진구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뜻을 모아 차린 동네 식당이다. 어르신들이 당신이 살던 동네에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서울시 사회적 경제 특구사업으로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4000원만 내고(11시 30분 이전, 1시 이후 가능) 영양을 고루 갖춘 식사를 한다. 청소, 간병 등 필요한 서비스도 연결받을 수 있다. 식당에서 열리는 어르신을 위한 문화와 정서 치유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대학 정규수업으로 사회적 경제 관찰

서울 곳곳에서 ‘열린밥상’처럼 지역공동체의 주민 행복을 위한 사회적 경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공동체를 살려나가는 등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에는 현재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3000개가 넘고, 1만7000명 이상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정도로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 경제라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경제의 현장 모습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책들이 최근 잇달아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연말 발간된 <동네 안의 시민경제>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18명이 학교 수업과 연계해 지자체의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고 관찰해 쓴 사례집이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글로벌 리더십 연습’ 수업에서 서울의 자치구 5곳(강동, 금천, 마포, 성북, 은평)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인천 남구, 전북 전주시·완주군, 광주 광산구, 충북 옥천군) 10곳의 지역 현장을 직접 찾아가 참여 관찰과 인터뷰를 했다. 지역주민들이 사회적 경제활동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사회적 경제 활동의 틀을 만들어가는 데 지방정부는 어떤 몫을 하는지 등을 들여다본 결과물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동네 안의 시민경제>는 사회적 경제의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춘다. 행정과 민간이 어떤 형태로 제 몫을 하고, 여기에 지역마다 고유한 여건이 어떻게 맞물려 사회적 경제를 빚어내고 있는지, 넓은 관점에서 살펴본다. 정치학과 수업의 특성에 맞게 사회적 경제를 둘러싼 주민자치의 모습도 눈여겨봤다. 대학생들이 지자체와 지역 현장을 직접 겪기 어려운 여건을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보조기사 참조)의 도움을 얻어 풀었다고 한다.

사례 소개 넘어 한계와 해결책 모색

서울의 사회적 경제 기업 30곳을 취재한 현장 보고서 <사회적경제 참 좋다!>가 이번 주에 나왔다. 사회적 경제의 태동을 알리고 전파해온 전·현직 언론인과 출판인들 20명이 함께 펴냈다. 일자리, 혁신, 청년, 장애인, 윤리적 소비, 도시재생 등의 열쇳말로 8가지 주제를 다뤘다. 사회적 경제를 퍼뜨리는 서울, 런던, 몬트리올 세 도시 이야기와 사회적 경제의 법과 용어도 곁들여 담았다.


<사회적경제 참 좋다!>는 사회적 경제 기업에 돋보기를 갖다댔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한계점 등을 세밀하게 다뤘다. 또한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사회적 경제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그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담으려 애썼다. 실제 포럼 회원 가운데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두 사례집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생활 터전에서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참고서가 될 것 같다. 대학생, 언론인 등이 발로 뛰어 묶어낸 사례들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적경제 참 좋다!>의 추천사에서 “시장을 위해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시장이 됐을 때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가 실현된다”며 “사회적 경제 사례들은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경제모델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참 좋다!>는 저작권을 공유해,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누리집(sehub.net) 자료실에서 다음 주부터 무료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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