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간다

“오직 구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뭐냐, 이 마음뿐”

신연희 강남구청장 “강남을 관광객 5000만 명이 찾는 도시로”, 강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갈등도 감당할 것

등록 : 2016-11-10 14:01 수정 : 2016-11-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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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010년 취임할 때부터 청렴을 강조해왔다. 지난 직원청렴도평가에서 9.9점을 받았지만, 10점이 아닌 것이 부끄럽다며 청렴을 강조하는 신 구청장.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시와 행정소송, 강남구 분구 독립 요구…. 끊임없이 이슈를 몰고다니는 구청장, 신연희(68) 강남구청장이다. 10월 기준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가장 비싼 부자 동네 강남구는 2010년 지방선거에 이어 2014년 선거에서도 신연희 구청장을 선택해, 최초의 여성 연임 구청장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신 구청장은 자치단체장으로서 구의 이익을 위해 일하다 보니 오해 사는 일도 많았지만, “알고 보면 다 맞는 말”을 했을 뿐이라며 강남구와 강남구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서울무역전시장(SETEC, 세텍) 터 사용을 두고 강남구와 서울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연일 양측에서 해명자료를 쏟아내던 지난달 24일, 신 구청장을 만났다.

“오늘 또 기사가 났지요?” 신 구청장이 입을 뗐다. 갈등은 이렇다. 서울시는 서울시 소유의 서울무역전시장 터에 제2시민청을 만들겠다는 주장이고, 관할 구청인 강남구는 마이스산업단지 조성에 터를 쓰겠다는 것이다. 관련 소송이 계속되는 이유다.

“시는 우리 구와 협의해서 한다면서, 실제로는 독단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텍 건물이 C등급으로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우리 구 의견은 무시하고, 시가 자체 용역을 줘 B등급이라 말하고 있어요. 세텍 터 사용처는 오세훈 시장 때부터 얘기됐던 일입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시가 제2시민청을 만들겠다는 건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신 구청장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강남구는 대규모 마이스 산업(기업회의, 보상관광, 국제회의, 전시회를 아우르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세텍 부지를 왜 제2시민청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구민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제2시민청 건립 반대에 나서고 있다.

“확정판결 나기 전까지는 어떤 협조도 거부”


강남구는 제2시민청 건립을 반대하며 공사를 중단해왔지만, 지난해 11월 감사원 공익감사에서 서울시의 제2시민청 건립이 법령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강남구는 1월 서울시가 진행하는 리모델링 공사중지 명령으로 맞섰다. 서울시는 행정심판위원회에 공사중지 명령 취소청구를 제기했고, 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시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시는 법원이 강남구가 제기한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취소 소송을 각하했으므로, 절차에 따라 고시 내용을 국토교통부의 국토이용정보체계(KLIS) 시스템에 올리라고 요청했다. 국토이용정보체계 등재 의무는 기초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인데, 강남구는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서울시 감사 자료 제출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어떤 후속 조처에 대한 협조 요구도 거부하겠다”는 게 신 구청장의 뜻이다.

강남구와 서울시는 2013년 3월 구룡마을 개발 보상 방법을 두고 갈등을 빚은 뒤로, 수서역 행복주택 건립, 현대차 부지,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개발 사업 공공기여금 사용 방안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현대자동차 신사옥 공공기여금 1조7000억 원도 우리 구가 다 쓰자는 게 아니에요. 당장 통합개발이 필요한 강남구에 먼저 쓰자는 거지요.” 신 구청장은 서울시와 갈등의 원인을 “소통하지 않는 서울시” 탓으로 돌렸다. “중앙정부에 강남구를 특별자치구로 지정해달라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 최초 365일 24시간 전일제 보육서비스 실시’ ‘구립 보육시설 대폭 확충’ 등의 공약을 내걸고 치른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신 구청장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61.3%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만큼 지역을 잘 챙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해외 통상촉진단 파견, 인터넷전자무역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 수출 순위에서 강남구는 2009년 16위에서 올해는 7위로 올라섰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제가 해외에 나가 현장조사를 합니다. 경쟁력 있는 우리 구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수출 계약 성립도 굉장히 빈번한데, 홍보가 되지 않는 점이 아쉽지요.” 강남구는 지난 9월에 열린 ‘2016 뉴욕 패션 코트리 S/S’에 강남구에 있는 유망 패션기업 6개사 참가를 지원해, 현장에서 약 500만 달러 계약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강남페스티벌 그랜드 세일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사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필요하다면 계속 추진

신 구청장은 영동대로 지하공간이 개발되고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립되면, 강남구가 국제업무와 마이스 산업의 중심지가 돼 5000만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에 들어설 환승센터와 도심공항터미널 같은 교통 인프라는 강남구민뿐만 아니라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 허브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중요한 공간입니까. 독일 베를린의 중앙역이나 프랑스 파리 라테팡스를 능가하는 복합환승센터가 되는 거죠. 이런 중요한 계획을 서울시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신 구청장은 서울시가 강남구 개발 문제에서 강남구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작년 1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난 후로 이런저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만남 신청을 여섯 번이나 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 구청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개토론회라도 열고 싶다고 했다.

신 구청장은 이른바 ‘김영란법’ 제1호 타깃이 되기도 했다. 무혐의로 끝났지만 실로 바람 잘 날 없는 강남구였다. 강남구청 곳곳에는 ‘강남구 모든 공직자는 절대로 금품·향응 등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2010년 신 구청장은 강남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청렴을 강조해왔다. “지난 직원청렴도평가에서 강남구 공무원이 10점 만점에 평균 9.8점, 제가 9.9점을 받았습니다. 높은 점수라고 칭찬하지만, 저는 10점이 아닌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신 구청장은 단호했다.

꼬박 33년 3개월을 서울시 행정에 몸담았던 신 구청장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있을 때는 어린이집 개수, 학생 수, 교사 고용 현황을 전수조사해 수당 지급의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도 했다. “보조금이나 집행 금액은 언제나 깨끗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각종 사회복지 시설을 개보수할 때, 역시 지원을 받았다면 그걸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보고해야 하죠. 그 체계를 구축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필요했지만 지금껏 없었던 절차들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에 직원들이 불평을 해도 행정가로서 집행을 멈추지 않았다.

신 구청장은 2014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25개 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구청장이다.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구청장으로 일하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에 구민을 위해 해야 될 일이 뭐냐, 이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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