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개선 통한 균형발전, 규제 완화부터

오언석 l 도봉구청장

등록 : 2023-03-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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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1일 도봉구 쌍문동 724번지 일대 주택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안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 담당자가 사업 내용을 설명한 뒤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공공이 주도한 재개발의 성공적인 사례로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지역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리브고슈는 파리 도심에서 2㎞ 떨어진 센강 주변 철로를 따라 창고와 공장 등이 산재한 낙후 지역이었으나 이 철로를 연결하고 인공지반을 조성해 재정비하는 파리 최대 규모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발전한 지역이다.

리브고슈 재개발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과감한 규제 완화를 꼽을 수 있는데, 특히 고도 제한을 37m에서 137m로 대폭 완화해 민간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 주요했다고 평가받는다.

영국의 도클랜드 역시 대표적인 재개발 성공사례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계획과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민간투자 유도로 국내외 기업을 지역 내에 진입하도록 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을 확충해 런던의 신중심지로 탄생시켰다.

이 두 곳 모두 공공이 주도한 재개발사업이지만 성공 요인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참여의 활성화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공공 주도가 우선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율적인 민간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민간참여 유도의 가장 긍정적인 방법은 바로 규제 완화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재개발·재건축의 청신호가 될 만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발표됐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비중을 높였다. 노후한 환경이나 협소한 주차공간 등으로 고통받던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용이하게 된 것이다.

도봉구 최대 규모 재건축 대상지인 신동아1단지가 완화된 기준에서 재개발을 확정하면서 이 수혜를 입은 첫 대상지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 외에도 도봉구에는 신속통합기획 2곳, 모아타운 2곳,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총 35곳의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모든 사업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구에서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산 지역의 고도 제한과 준공업지역 용적률 등이 그것이다. 서울시가 1990년 북한산국립공원 주변 3만여 평을 도시관리계획으로 지정해 높이를 20m 이하로 규제하면서 도봉구는 생활가능 면적의 11%가 고도지구로 설정됐다. 이로 인해 재산권 침해 관련 민원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북한산 권역 중에서는 강북과 도봉만이 이런 고도 제한을 받고 있어 타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리브고슈처럼 고도 제한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고 민간참여를 이끌어내면 성공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에 대한 고려가 우선해야 할 것이다. 다만, 건축기술 발전과 함께 엄격한 고도 제한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제기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높이가 낮은 건물 여러 개 대신 높은 건물을 적게 짓고 남는 땅을 공원이나 도로로 이용하는 것이 활용도가 높고 환경보전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에서도 이런 합리적 고도지구 관리방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건의한 상태이며 시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준공업지역 용적률인데,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준공업지역은 재건축 때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적용받지 못해 조합원 분담금이 가중되는 등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매우 어렵다. 도봉구에는 이러한 준공업지역이 많아 규제 완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관련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 중이나 아직 처리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되지 않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도 수도권과 지방, 또 강남과 강북 간의 주거환경 수준에는 큰 편차가 존재한다. 지금은 여야의 논쟁보다 주거 소외지역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시급함을 염두에 두고 긍정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파리에 리브고슈가 있다면 서울에는 도봉구가 재개발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아마도 공공의 체계적인 계획과 규제 완화를 통한 적극적인 민간참여가 있다면 그것은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오언석 l 도봉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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