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초소의 ‘멋진’ 변신, 카페·책방·쉼터 되다!

종로구 인왕산 초소책방

등록 : 2022-12-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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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온 동네 사람이 여기 다 모였나 싶은 건물 한 동이 눈에 띈다.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는 종로 명물 ‘인왕산 초소책방’이다. 초소와 책방의 생경한 조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심지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서울 시내를 조망하는 일이 가능하고 교외에 나온 듯한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건물 안 어디서든 인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지어 특별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신간에서부터 스테디셀러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면 눈도, 입도, 마음도 즐거운 시간에 젖어들게 된다.

지금이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나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명산으로 꼽혀온 인왕산이 완전히 개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18년 6월의 일이다. 이 일대는 과거 다양한 규제 법규로 시민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휴식공간을 새로 짓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종로구는 1968년 북한군의 청와대 기습 시도 사건인 일명 ‘김신조 사건’ 이후 방호를 위해 경찰 병력이 주둔했던 철거예정 초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찰초소 주변이 산세가 수려하고 전망이 양호하다는 점에 주목해 ‘철거’ 대신 시민을 위한 방향으로 ‘재생’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했으며 건축, 조경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고 주민 의견까지 수렴했다.

그 결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초소의 흔적을 살린 현대식 건물이 2020년 11월11일 문을 열었다. 기존 건물의 철근 콘크리트 골조를 살려 증축한 초소책방은 지상 1층 194.73㎡, 지상 2층 119.4㎡ 규모로 카페, 책방, 전망 쉼터로 구성돼 있다. 조금 더 자랑해보자면 개관 이후 종로의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녹여낸 공공건축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상과 ‘인사혁신처 주관 적극행정 우수사례경진대회’ 국무총리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는 초소책방 맞은편 나무계단을 오르며 하늘에 가까워져보자. 이윽고 등산객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인왕산 숲속쉼터’가 등장한다. 옛 군 초소 건물을 활용해 시민을 위한 휴게쉼터와 숲 해설·전시 공간으로 꾸민 친환경 목조건물이다. 기존 상부 패널은 보존 가치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해 철거하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는 살려 목제 기둥을 세운 뒤 목제 지붕판까지 끼워 안정화를 도모했다.


물론 초소책방과 달리 경사진 위치에 있는데다 계단이 많아서 가는 도중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마음이 잠시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착해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을 보상해줄 것이다.

종로구는 숲속쉼터 사례로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군사통제구역, 도시자연공원구역 등과 관련한 여러 규제 법규의 해법을 강구해 군 초소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생한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시린 계절이지만 탁 트인 자연 안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인왕산을 오르길 추천한다. 인왕산의 수려한 경치와 책방이 주는 일상 속 느긋함, 쉼터가 선사하는 평온함에 대한 비용은 전액 무료다.

이혜민 종로구 홍보과 주무관, 사진 종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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