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학교, 긴밀한 연대·소통 통해 행복공동체로 거듭나다

행복둥지 공모전 일반 공동체 부문 대상 후보 중랑구 망우동 ‘마을과아이들’

등록 : 2022-12-08 15:21 수정 : 2022-12-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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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랑구 망우동 주민과 초·중·고 교사들이 만든 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은 망우만끽 마을장터와 축제, 자조모임, 인문학 강좌, 마을테드(TED)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을 주민과 아이들이 모임 활동을 하는 모습.

2016년 주민·교사들 모금해 만들어

다양한 직업의 남녀노소 주민 참여

자조모임·마을테드 등 소모임 다양

쉬고, 나누고, 배우는 공동체 지향


장터·축제 통해 주민 공감대 만들어

예산 모금부터 주민 주도로 축제 개최


가장 낮은 곳에도 ‘숨결’이 통하도록

마을 미래 여는 길 힘차게 걸어갈 것

망우동은 공동묘지 동네라는 지난날의 어두웠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살맛 나는 마을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기신 분들이 잠들어 계시는 망우역사문화공원. 지역 주민들에게 역사 교육의 산 체험장이 되기도 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객 맞춤형 전통시장 우림시장과 주민 쉼터로 사랑받는 중랑숲이 있다. 게다가 ‘망우’(忘憂)의 이름에 걸맞게 모든 근심을 잊고 정겹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주민들이 만든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곳 망우리이다.

2016년 상반기 망우리 주민들과 마을의 초·중·고 교사 등이 모여 마을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십시일반 모금하고 공간을 물색하는 등 본격적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4월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활동, 5월 마을장터 등을 통해 망우동에 마을공동체가 문을 열게 됨을 알렸다. 드디어 이 기운을 모아 7월22일, 중랑구 양원역로19 3층에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이 터를 잡았다. 마을과아이들 공간은 각종 자조모임, 인문학 강좌, 어린이·청소년 쉼터와 모임, 마을테드(TED) 등의 활동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수십 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마을과아이들은 철저하게 회원들의 회비로 월세, 인건비, 기타 운영비와 활동에 드는 경비를 충당한다. 또한 교육지원청이나 구청의 공모사업으로 마을과아이들 취지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자생력이 마을공동체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자생력은 관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게 하며 주민들의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가난하지만 모든 것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마을공동체. 이것이 마을과아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지향점이다.

한 학생이 나서 강연하는 모습.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행복 옷감

마을과아이들 활동에는 어린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그리고 학생과 교사를 비롯해 자영업, 전문직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함께한다. 어떤 때는 마을강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학생들의 작은 강연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더불어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따뜻한 마을공동체. 바로 마을과아이들의 모습이다. 마을과아이들은 더불어 즐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을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를 하나둘 실현해나간다.

자조모임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모임이다. 마을 속에서 씨줄(다양한 주민 참여)과 날줄(모든 연령대와 함께)로 엮여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고자 하는 마을과아이들의 바람을 잘 반영하고 있다. 현재 세상의 모든 길을 걷는 ‘세모길’, 스마트폰으로 사진기술을 익히는 ‘사진타짜’, 선정된 도서를 낭독하며 생각을 나누는 ‘청독’, 책을 읽고 토론하는 ‘글마들’, 마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보는 ‘마을다큐’, 사회적경제 배우기, 요가, 캘리그래피, 텃밭 등 다양한 자조모임을 한다. 수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활동이 뜸한 경우 없어지기도 한다.

마을테드는 마을 주민들이 준비하는 작은 강연이다. 14살부터 60대 후반의 어르신까지, 학생, 교사, 공무원, 농민, 여행전문가, 마을활동가, 언론인, 의사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주민이 강사로 나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을 관련 단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담도담마을학교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1500만원을 지원받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마을학교를 열었다. 마을학교 강사는 모두 다양한 재능을 가진 마을과아이들 회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경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확신한다. 2022년에는 연극활동, 도자기 제작, 요리활동, 그림책 문학 수업, 테라피 미술활동, 목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을과아이들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을 하지만 이 중에서도 어린이·청소년 관련 활동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올해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소파의 묘역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을과아이들은 해마다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올해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5월1일 연극 <바다쓰기> 관람을 시작으로 5월5일 놀이마당과 바비큐 파티, 5월6일 소파 선생님을 소개하는 미니강연과 소파 묘역 백일장·사생대회를 개최했다.

마을과아이들이 매년 개최하는 망우만끽 마을장터 모습.

망우만끽 마을장터와 마을축제

망우만끽 마을장터는 마을과아이들 활동 중 마을축제와 함께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마을과아이들의 탄생을 준비하며 마을 주민의 뜻을 모으고자 제일 먼저 기획한 행사가 마을장터이다. 마을과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판매자 겸 구매자로 모인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 6월18일 양원역 앞 광장에서 망우만끽 마을장터를 열었다. 마을이 정을 나누는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5회째를 맞는 망우만끽 마을축제는 어느덧 마을을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2016년 교육청에서 지원받은 200만원 등 약 300만원의 예산으로 힘들게 시작했다. 2019년 망우동의 기관과 단체들에 마을축제를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축해 준비하자는 제안을 했다. 주민센터, 주민자치회를 비롯해 10여 개 기관과 단체가 모여 축제를 개최한 첫 시도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올해도 망우본동 주민센터를 비롯해 12개 기관과 단체가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성해 축제를 준비했다.

하지만 난관은 따로 있었다. 2022년에는 축제 예산이 구청으로부터 지원받은 300만원과 마을과아이들 예산 100만원, 총 400만원밖에 없었다. 이 금액으로 어떻게 축제를 치른단 말인가? 그래서 주민 후원금을 모아보자고 했다. 기적처럼 후원금이 2300만원이나 모였다. 마을의 기업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총 140여 명이 후원금을 냈다. 2022년 마을축제에서 예산 마련부터 함께 참여하는 주민주도형 축제의 원형을 만든 것이다. 참 가슴 벅찬 순간순간이었다.

축제는 매년 망우리 중랑숲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이곳에 지역 주민 2500여 명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 부스 활동과 공연마당, 먹거리장터, 전시마당으로 이뤄졌다. 약 37개 부스(체험·공동체·상담), 14개 팀 공연, 4개 팀 먹거리장터, 전시마당 등 동 단위 축제로는 규모가 꽤 컸다.

2022년에는 새롭게 전시마당이 추가됐다. 어린이가 중랑구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린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 장면, 망우동의 옛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진전, 송곡여고 미술중점반 학생들이 그린 수준 높은 작품들 등 마을과 학교가 그림으로 소통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마을이 희망이다

마을과아이들 활동 6년.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말처럼 더불어 즐기고 더불어 나누는 마을과아이들과 함께 서울의 끝자락 마을이 모든 근심을 잊는 행복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마을과아이들은 쉼의 공간, 안전의 공간, 호혜적 나눔의 공간, 서로 배움의 공간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손 내밀고 가장 낮은 곳에도 숨결이 통하는 마을공동체이고자 한다. 마을과아이들의 길이 마을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 믿기에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려 한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마을과아이들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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