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디데이’는 스타트업 등용문…함께 얻는 자신감은 덤이죠”

③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데모데이인 디데이 참여자가 가진 기대

등록 : 2022-03-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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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 4명의 입주 스타트업 대표가 모였다. 신생 스타트업 대표인 이들은 “디캠프와 프론트원에 입주함으로써 신생 스타트업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해소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데모데이인 디데이에 응시하면서 얻게 된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온라인 플랫폼 ‘포카마켓’을 운영하는 박상엽 ㈜인플루디오 대표,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솔루션 ‘윌로’를 서비스하는 앨리스헬스케어 강다겸 대표, 원격의료를 통한 셀프 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을 제공하는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패션 크리에이터를 위한 의류 스트리밍 ‘브랜더진’을 운영하는 인에디트의 이건준 대표.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스타트업 창업은 낯선 생태계 진입 뜻

“사람 어떻게, 월급 얼마나, 호칭 어쩌나”

궁금증 산더미 속 도움의 손길들 절실

법률 등 전문지식 필요성은 더욱 높아

디캠프가 공간, 채용 등 알찬 도움 주고

입주한 것만으로 투자자가 귀 기울여

섭외 힘든 전문가도 찾아줘 큰 도움 돼


“창업 뒤 1차 목표, ‘디데이 출전’ 삼을 만”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디데이’는 스타트업의 등용문 같은 느낌입니다. 출전만 하더라도 ‘1차 검증’이 됐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케이팝 포토카드를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 ‘포카마켓’(www.infludeo.com, www.phocamarket.com)을 운영하는 박상엽 ㈜인플루디오 대표는 ‘디데이’에 대한 스타트업 업계의 평가를 이렇게 전했다.

디캠프와 프론트원에 입주한 4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입주를 결심하게 된 과정 등을 설명하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앨리스헬스케어 강다겸 대표, 인에디트의 이건준 대표, ㈜인플루디오 박상엽 대표.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4일 디캠프가 운영하는 창업지원공간인 프론트원에는 박 대표 외에도 3명의 스타트업 대표가 함께 모였다. 원격의료를 통한 셀프 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chekit.kr)을 제공하는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솔루션 ‘윌로’(weelo.fit/land)를 서비스하는 앨리스헬스케어 강다겸 대표, 그리고 패션 크리에이터를 위한 의류 스트리밍 ‘브랜더진’(www.brandazine.com)을 운영하는 인에디트의 이건준 대표가 그들이다. 모두 디데이 등 디캠프가 주관하는 데모데이에 참가한 뒤 강남구 역삼동의 디캠프 본원과 마포구 공덕동의 프론트원 등 두 곳에 입주한 이들이다. 두 곳은 모두 디캠프가 직접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이다.

스타트업 업체가 직접 자신들의 사업을 ‘피칭’하는 디데이에 참여하는 것은 현재 이 두 창업보육기관에 입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2013년 6월부터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진행돼온 디데이 진출 경쟁률은 12 대 1에 이른다. 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것일까? 네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네 사람은 우선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창업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현재 사업으로 피보팅한 지 2~4년 된 신생 스타트업의 대표다.

사실 청년 창업가가 회사를 새로 시작하면 정말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생태계에 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건준 대표는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지, 그래서 결국 어떤 회사를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할지, 월급을 얼마나 줘야 할지,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등 사업과 관련한 모든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강다겸 대표도 “사업이라는 게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는 못하는 것”이라며 결국 팀워크가 중요한데, “팀 빌딩을 하는 것 또한 초기 스타트업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짚었다.

신생 스타트업들은 “디데이 본선 진출과 디캠프·프론트원 입주 뒤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는 평판이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상엽(오른쪽) ㈜인플루디오 대표가 포카마켓사이트를 열어놓은 채 포토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각 스타트업 제공

어렵게 팀을 구성하더라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인물들을 만나는 것 또한 큰 과제로 다가온다. 박상엽 대표는 포토카드 사업으로 아이템을 전환한 뒤 가장 크게 다가온 어려움이 “사업 경험도 많이 없었고 인맥도 많이 없었던 점”이라고 되돌아봤다.

사업을 좀더 진척시키려면 법률 등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전문지식도 절실하다. 박지현 대표는 “사업 아이템이 원격진료라는 새로운 영역이어서 법률에서 허용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며 “관련된 정부 기관들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그럴수록 더욱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생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커다란 어려움을 느끼면서 당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광역·기초 지자체들도 스타트업 업체들의 이런 어려움을 알기에 다양한 지원책과 지원기관을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4명의 대표는 디캠프에서 제공하는 지원책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우선은 공간이다. 브랜더진 이건준 대표는 2020년 12월 디캠프가 주최하는 한 대학생 대상 데모데이에서 수상하면서 디캠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독립적인 사무실을 운영하다 2021년 12월 프론트원에 입주했다. 공간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의류 협찬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 대표에게는 당연히 옷이 중요한 자산이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옷이 늘어나서 “2021년 말에는 사무실 내에서 사람이 있을 공간까지 옷이 다 차지해버렸다”. 이때 디캠프가 제공해주는 공간이 생각나서 입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대표가 입주한 프론트원에서는 개방형과 독립형 오피스를 운영하는데, 1인당 월 5만원의 관리비만 내면 된다. 이 대표는 “덕분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시설뿐만이 아니다. 팀 빌딩을 중시하는 윌로의 강다겸 대표도 역삼동 디캠프에 입주한 뒤 채용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았다. 강 대표는 “디캠프 입주사 중 한 회사가 채용을 도와주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며 “멘토링, 교육세미나, 인재채용, 법률상담 등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성장지원 프로그램 운영이 업계 최고”라고 말했다.

셀프 성병 검사 키트인 체킷을 서비스하는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각 스타트업 제공

체킷의 박지현 대표도 “재무와 회계, 법률, 그리고 스타트업까지 잘 아는 사람을 디캠프로부터 소개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사업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의료알선행위에 대한 판단, 앱서비스, 수수료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이를 모두 아는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운데, 디캠프가 사람을 찾고 소개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포카마켓’을 운영하는 박상엽 대표는 2021년 9월 프론트원에 입주한 뒤 12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기회까지 얻었다. 박 대표는 “디데이에 출전하기 전까지는 사업 모델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그러나 디데이에 출전하고 프론트원에 입주하면서 시선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기존에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도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프론트원에서 제공하는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인 ‘오피스아워’에서 지난해 11월30일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박영호 대표를 만났다”며 “당시 1시간 미니 투자설명회(IR)를 했는데, 박 대표로부터 다음에 정식 투자설명회를 하자는 제안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데이를 통과한 사람이라는 배경이 생기니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표는 지난 1월 프리A시리즈로 12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네 대표는 디캠프·프론트원 입주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주변의 평판 변화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체킷 박지현 대표는 “디데이를 통해 한 번은 걸러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평판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디캠프 디데이로 선정된 것 자체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브랜더진 이건준 대표도 “선배 창업자들을 만날 때 디캠프 출신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디캠프에 대한 추억 등을 공유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공유할 거리’가 있다는 것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서도 당연히 큰 자산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디캠프·프론트원 입주는 입주 기업들의 커다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킷 박지현 대표는 디데이 출전이 “두 번의 실패 뒤 세 번째 도전에서 이루어낸 성공”이라고 말한다.

“처음 2020년 3월에 신청했다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보면서 열심히 보완해서 다음달인 4월에 냈지만, 다시 떨어졌고요. 또다시 2차 피드백을 보면서 더 다듬어서 낸 뒤 2020년 5월 세 번째에 디데이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디테이 본선 진출에 대해 “계속 열심히 보완하는 성실한 태도와 성장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셨던 것 같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솔루션 ‘윌로’를 서비스하는 앨리스헬스케어 직원들이 디캠프 로고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각 스타트업 제공

포카마켓의 박상엽 대표도 이전 아이템으로 두 번 신청했다가 2021년 1월 현재 아이템으로 피봇한 뒤 같은 해 7월 세 번째 지원한 뒤 디데이에 나갈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의 경우 디데이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디데이 본선에 나가 디캠프에 입주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원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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