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종부세 제외 특혜 언제까지?

기고 l 허원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고려사이버대 교수

등록 : 2019-05-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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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한 빌딩은 시가 약 1조원에 부속 토지 공시지가가 3천억원이다. 이를 일반 기업이 소유했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토지분 재산세와 종부세로 약 24억원이 과세된다. 그런데 이 빌딩을 외국계 부동산 사모펀드가 소유하면서 종부세 과세에서는 제외되고 재산세만 약 8억원을 부담했다. 즉, 사모펀드는 보유세의 3분의 1 정도만 부담함으로써 16억원의 특혜를 받은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토지에 대한 재산세와 종부세는 원칙적으로 토지를 합산(종합·별도)해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체계이나, 예외로서 농지·임야 등은 합산하지 않고 낮은 세율로 과세하며 종부세의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를 분리과세 대상이라고 한다. 농지·임야 외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토지를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해 지방세법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투자회사 소유 토지’다. 이 때문에 위의 건물과 같은 세금 특혜 사례가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분리과세 대상 토지는 저율의 재산세만 부과될 뿐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라면 자기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되길 원할 것이다. 그 토지가 농지와 임야 등이라면 얼핏 이해되고 또한 원래의 취지와도 부합하겠으나, 위 사례와 같이 대형 빌딩 소유주가 부동산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과도한 혜택을 받는다면, 이는 조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방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부동산은 종부세 과세에서 제외되는 세금 특혜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사모펀드 소유 토지는, 애초 소수가 독점한 부동산을 분산할 수 있도록 부동산 펀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2006년 이후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해 13년여 년에 걸쳐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2017년 기준 그 규모도 연간 700억원에 이른다. 결국 일반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특정 투자상품(사모펀드)의 수익률을 계속 보전해준 것이다.

다행히도 행정안전부에서 사모펀드가 소유한 토지를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지방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라고 한다. 일정액 이상의 자산가들만 가입할 수 있는 부동산 사모펀드에까지 지방세 혜택이 부여되는 문제점을 개선해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사모펀드가 소유한 서울역 앞 해당 토지에 대한 재산세는 별도합산 과세(0.2% → 0.2%~0.4%)로 전환되고, 종부세 과세 대상(0.5%~0.7%)에도 포함된다.

한편,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 토지의 종류가 1990년에 4종이던 것이 현재는 38종이라고 한다. 정책적 지원 대상 토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인데, 다르게 말하면 특혜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재산세 분리과세를 통한 특혜는 조세 지출 규모에도 잡히지 않는 맹점이 있다. 지자체가 지방세 감면 등에 따른 재정 지원 금액은 해마다 지방의회에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분리과세로 해서 지원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분리과세 대상 토지 중 공익성 등 정책적 세제 지원이 꼭 필요한 토지라고 한다면 분리과세가 아닌 감면 대상으로 하여 지방세특례제한법이나 지자체의 조례를 통해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아울러 분리과세 대상으로 규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적용 시한을 정해 두는 것도 기득권화되기 쉬운 특혜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분권을 위한 국세 이양 추진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지방세 제도에 특혜성 규정으로 해서 생기는 재정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이 기회에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해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 토지와 각종 지방세 감면 규정 등을 과감히 줄여주길 바란다. 이로써 납세자 간 과세 형평성을 높임은 물론 지방 재정을 건실화하는 등의 노력을 더욱더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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