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경단녀도 전문인 될 수 있다는 사례 만들어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⑤ 인공지능 데이터·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등록 : 2022-07-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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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송파구 테스트웍스 본사에서 윤석원 대표가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중심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잘나가던 ‘삼성맨’이 돌연 퇴사한 뒤

2015년 AI 데이터 테스트 회사 설립

임직원 170명 중 26.5% 사회적 취약계층

장애인 30명과 경단녀 15명 함께 일해

자폐장애인, 집중력 좋아서 높은 성과

경단녀 교육생, 국제자격 80% 이상 합격

‘한국판 뉴딜 유공자’ 대통령 표창 받고


‘가장 존경받는 유니콘’ 비전 향해 전진

‘잘나가던 ‘삼성맨’, 돌연 퇴사한 까닭은?’ ‘균형적 사회발전에 귀감이 될 소프트웨어 전문가’ ‘IT 전문가 꿈꾸는 장애인 직원들…그 길에 작은 사다리 놓아주고파’ 여러 언론 매체에 실린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관련 기사의 제목들이다.

“테스트웍스는 사회적 취약자도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시작됐어요.” 6월29일 송파구 테스트웍스 본사에서 만난 윤석원 대표는 회사의 창업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5년 6월 설립된 테스트웍스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사회 혁신을 추구하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다양성을 실천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국내 최초 자율주행 AI 데이터 가공 노하우를 보유한 테스트웍스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5년 창업 당시 2명이던 직원은 170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 170명 중 26.5%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발달장애인 17명, 청각장애인 13명 등을 포함한 장애인 직원 30명과 경력단절여성(경단녀) 15명이 함께 일한다.

“많은 사장님이 직원들 급여 줄 때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직원들 급여 줄 때가 제일 좋아요. 직원들에게 나가는 그 월급이 어떤 직원한테는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정말 내가 사회인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저는 월급날이 되게 좋더라고요.”

윤 대표는 고려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로 유학을 가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그가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20명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교육을 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며 오류와 결함을 찾아내는 업무를 말한다.

그는 교육을 진행하면서 경력단절여성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일궈낸 결과들에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실제로 교육생들이 관련 국제자격증(ISTQB) 시험에서 80% 이상 합격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국제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두 달 반 동안 하루 4시간씩 총 200시간을 진행했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합격률이 40%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저희 교육생은 80% 이상이 합격했어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차별이란 벽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난해 12월8~9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2021 컨퍼런스’ 부스에서 테스트웍스 AI 연구개발팀 박예성 연구원이 블랙올리브 3D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 가공 도구의 데모 시연을 하고 있다.

테스트웍스의 미션은 ‘선한 사회에 기여하는 기술혁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이다. ‘임팩트·협업·성장·장인정신’ 4가지를 핵심가치로 삼고 ‘가장 존경받는 임팩트 유니콘’을 비전으로 세웠다.

테스트웍스는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분야에서 장점 기반의 직무를 설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포용적 고용’을 실현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데이터셋 구축과 자동화 플랫폼 기술력에 다양한 계층의 강점을 살려 고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에게 자부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하고 있다. 포용적 고용을 통한 발달장애인과 경력단절여성 등 여러 취업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컴퓨터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검사,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수집·가공 등과 같은 일은 상당한 전문지식과 경험, 숙련도가 필요하므로 발달장애인 등이 수행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윤 대표 생각은 다르다. “장애인이 일반인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음에도 그동안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데이터셋 구축 업무는 상당한 인내와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으로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강점과 더 매칭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폐장애인은 한 가지에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테스트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시각적으로 예민해 시각 데이터 작업에 일반인보다 능숙하다.

지난해 3월24~26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인공지능 전문 전시회 ‘AI 엑스포 2021’ 테스트웍스 전시 부스에서 윤석원 대표가 고객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또 다른 취업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을 통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에 제약을 겪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에게 취업 연계형 디지털 교육(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 및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과정)을 한다. 교육 이수자들이 교육 과정 완료 뒤 일자리로 연계하거나 관련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 중심 교육을 한다. 이에 따라 역량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조직 적응을 위한 기초 교육을 통해 교육 수료생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테스트웍스가 만들어낸 성과는 안팎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6월 테스트웍스가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임직원들과 특별한 인터뷰를 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직원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다 함께 살아가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어 기쁩니다” “장애인이 서로를 존중하며 차별 없이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복지 환경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늘 함께하는 분위기라서 매우 좋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회사 테스트웍스”라는 등의 답변을 했다.

4월13~15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엑스포 2022’ 테스트웍스 전시 부스에서 AI 연구개발팀 임정현 수석이 블랙올리브 3D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 가공 도구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 화면.

외부로부터의 인정도 이어지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지난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한국판 뉴딜 추진 유공자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한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유망 중소기업 중 하나로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당분간은 국내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에 집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에 나가 세계 각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AI 서비스 기업을 만들 계획입니다.” 윤 대표가 밝힌 포부다.

이진백 <라이프인>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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