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신화에서 찾은 ‘현실 모습’

‘발이 되기’ 연출 이승우씨

등록 : 2022-06-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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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지만 결국 신이 되는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연극 <발이 되기>(~2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배우 겸 연출가인 이승우씨는 이렇게 말했다.

모티브가 됐던 ‘서사무가 신화’가 제목을 짓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해하니 그 이유를 들려줬다.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희생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밑바닥 인생을 봤어요. 사회를 지탱하고 굴러가게 만드는 저변의 사람들이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받는 이들은 이 시대의 바리데기 같았거든요.”

마치 그것은 자신의 신체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발의 존재로 봤던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장벽 없는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신념으로 진정한 배리어프리 연극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막을 청각장애인을 위한 요소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중요한 요소로 융화시켰다며 차이를 강조했다. “애초부터 배리어프리로 제작된 연극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관객 모두에게 필요한 무대 언어로 자막 영상을 사용했어요.”

이것은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제작환경에 힘입은 배리어프리 연극과 다르단다. “몇 번의 특정 회차만을 위한 공연은 원치 않아요. 그것도 또 다른 차별이죠.” 이번 작품은 사전에 촬영한 영상물, 언어의 질감과 운율이 느껴지는 모션그래픽, 작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상과 흐름을 통해 무대 위에서 다른 언어를 구현했다. 지난해 6월 삼일로창고극장에서 1인극의 부활을 꿈꾸며 초연을 올렸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미래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석권한 작품의 세 번째 버전이다. 배우가 중심이었던 초연과 블랙박스에 맞게 재구성한 재연과 다르게 이번 작품을 즐기는 방법을 들려줬다.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1인 배우, 다양한 영상을 표현하는 모니터 등이 객석을 찾은 관객과 하나 되어 발이 되는 과정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이승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학사, 석사를 졸업했으며, 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박사를 수료했다. ‘극악무도’와 ‘극단적인승우’에서 대표로 있으며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출강 중이다. 제11회 서울미래연극제(2021)에서 대상(장관상)과 연출상으로 2관왕을 받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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