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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프롬프터, 무대 앞에 나서 ‘보이지 않고 잊혀지는 삶의 기억’ 말하다

소프루(17~19일)

등록 : 2022-06-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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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의 삶, 잊혀지는 것들에 보내는 우아한 헌사입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정돼 전세계가 주목하는 연출가인 티아구 호드리게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극 <소프루>(Sopro)를 선보이며 한 말이다.

포르투갈어로 ‘숨, 호흡’을 뜻하는 연극의 제목은 극장에 깃든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실제로 연출가는 40년 넘게 현역 프롬프터로 살아온 크리스티나 비달을 무대에 등장시킨다.

프롬프터 박스나 무대 옆에서 나와 처음으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극장에서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몰리에르, 장 라신, 안톤 체호프 등 유럽 고전 희곡의 서사를 차례로 교차하며 허구와 실재,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을 알려주는 ‘프롬프터’의 존재를 내세워 극장과 무대 뒤 수많은 삶, 나아가 잊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40대 중반의 ‘젊은 거장’인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는 배우로 연극을 시작해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포르투갈 연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15~2021년에는 포르투갈의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을 맡아 도시와 국가 간의 가교 구실에 앞장서왔다. 특유의 문학적 상상력과 시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이번 작품은 예술과 기억을 통해 사회, 경제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유럽의 인문주의적 전통에 경의를 표하는 연출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크리스티나 비달의 초상을통해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점차 잊혀가는 존재와 오랜 문화유산을 기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이렇게 얘기했다.

“극장의 가려진 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구나 ‘나’를 말하는 시대지만, 그 속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채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소: 중구 장충동2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시간: 금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원 문의: 02-2280-4114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사진 국립극장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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