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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변이’, 엔데믹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

㉛ 바이러스 특별전에서 배우는 ‘코로나 변이’의 원리

등록 : 2022-05-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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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게임으로 바이러스의 세계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변이’, 유전체가 약간만 바뀌게 된 것

1% 바뀌면 ‘변종’, 완전 달라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64년 런던서 발견

2002년 ‘신종 코로나’인 사스 대유행

코로나19는 ‘사스의 변종’에 해당하고

델타·오미크론은 ‘코로나19의 변이’

지구 바이러스, 별보다 많은 숫자지만


그중 인간이 밝혀낸 것은 1%에 불과

인류가 동물 터전 빼앗아 영역 넓히자

바이러스, 동물→인간으로 서식지 옮겨

‘바이러스의 고백’ 특별전에서는 터치스크린 등 여러 가지 인터랙티브 장비로 바이러스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거리에 드문드문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보였다. 열 살 난 딸이 물었다.

“이제 코로나가 끝난 거야?”

“그건 아니야. 실외에선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것일 뿐이야. 그것도 모인 사람이 50명 이하일 때만.”

“그러면 코로나는 언제 끝나?”

얼마 전 본 뉴스가 떠올랐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일명 뉴욕변이로 올해 가을·겨울엔 미국에서만 신규 확진자 1억여 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변이 때문에.”

“변이가 뭐야?”

“서로 달라지는 거야. 여러 변이가 있는데, 변이 바이러스는 유전체가 달라진 거니까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면 변이는 나쁜 거네. 그거 때문에 코로나가 안 끝나는 거니까.”

하지만 변이 자체는 모든 생물한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같은 종의 생물 개체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특성’이 사전적 정의다. 변이는 정말 나쁜 걸까? 변이가 계속되는 한 코로나 대유행은 끝나지 않을까? 백신도 계속 맞아야 할까?

의문을 풀 실마리는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6번 출구 앞 국립과천과학관에 있었다. 오는 8월28일까지 열리는 ‘바이러스의 고백’ 특별전, 그중 ‘바이러스의 변이’ 코너에서다.

이 코너는 바이러스에 신종·변종·변이가 출현하는 원리를 나무블록으로 보여줬다. 해설자인 허민수 과천과학관 과학소통팀장이 여러 모양과 색깔의 나무블록들, 아니 ‘유전체’를 들면서 말했다.

“독감이라 불리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우리가 매년 백신을 접종받아야 해요. RNA(리보핵산) 바이러스 계열은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반면 수두 등 DNA(디옥시리보핵산) 바이러스 계열은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아요. 유전체 차이 때문입니다.”

코로나도 RNA 계열 바이러스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전시장 벽화 앞에서 허민수 과천과학관 과학소통팀장이 종간 장벽을 넘어가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DNA는 이중나선구조라 한 나선에 고장이 나면 다른 나선을 보고 베끼는 형식으로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게 수정합니다. RNA 바이러스 계열은 가닥이 하나예요. 그래서 한 가닥이 고장 나면 참고할 게 없어서 자기 마음대로 변형을 시킵니다.”

그는 분홍색으로 칠해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 세트, 그리고 ‘변이’가 일어난 뒤를 표현한 세트를 차례로 가리켰다. 언뜻 보기엔 크기 외엔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분홍색 안에 초록색의 다른 구조가 보였다.

‘변종’의 구조 차이는 더 크다. 모양은 같지만 색깔이 다른 블록들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신종’은 모양도 색깔도 다른 두 가지 블록이 뒤섞인 것과 같다. 두 가지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섞이면서 이전과 완연히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유전체가 약간만 바뀌는 것을 ‘변이’, 1% 이상 많이 바뀌는 것을 ‘변종’이라고 부릅니다. 알파, 베타, 오미크론 이런 것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는 2002년 유행했던 사스의 ‘변종’입니다.”

사스, 그러니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은 2002년 전세계로 퍼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1964년 영국 런던의 한 병원 검사실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사뭇 다른 ‘신종’이었다. 요즘 코로나라 줄여 부르는 바이러스의 정식 이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사스의 ‘변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준 알메이다 박사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를 소개하는 글.

사실 발견되기 전부터 바이러스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심지어 인간의 몸에도 섞여 있다. 태반을 만들어주는 신사이틴 유전자의 기원은 ‘레트로바이러스’다. 인간의 기억력을 담당하는 아크 유전자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에서 유래됐다.

개체 수로 따지자면 지구는 바이러스의 별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개체 수는 ‘10의 31승’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 묻자 허 팀장이 답했다. “별보다 많은 숫자”라고. 그중 인간이 밝혀낸 것은 1%에 불과하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계 속으로 점점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인류는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으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그와 함께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서식지를 옮겨왔다. 즉 ‘종간이동’을 했다. 사스, 코로나19를 비롯해 21세기에 퍼진 신종 감염병의 75%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온 바이러스 때문에 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설명을 듣자 전시회장에 들어서기 전보다 의문이 강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 변종을 거듭하고 있다면 사실상 코로나 대유행은 끝날 수 없다는 뜻 아닐까?

집으로 돌아와 도서와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다. 그러다 기초과학연구원이 기획한 책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에서 이런 대목을 발견했다.

“팬데믹과 바이러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로 인해 전파력은 증가하고 병독성은 약화하는 길을 간다. 병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감염 가능한 숙주의 수를 줄이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불리하다.”

다시 말해, 우리를 지금 괴롭히는 코로나 변이가 거듭되다 보면 코로나의 병독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 즉 숙주를 죽이지 않고 더 많이 퍼지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에는 인간과 공존하는 법을 찾은 바이러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면서, 하지만 감염된 사람들을 죽이진 않으면서. 이게 바로 풍토병화 즉 ‘엔데믹’이다. 변이는 엔데믹으로 가는 길인 셈이다. 풍토병이 된 코로나를 치료하는 것, 즉 더 값싼 치료제를 대량생산해 차별 없이 퍼트리는 건 우리 인간의 몫이다.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참고 자료: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기초과학연구원, 2021),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창문, RNA>(김빛내리, 2020), 미생물학백과

왜 RNA는 변이가 많을까?

RNA(리보핵산)는 DNA(디옥시리보핵산)보다 불안정하다. 원인은 두 가지다. 성분과 구조의차이다.

RNA를 이루는 리보스(Ribose)에 붙은 수산기(-OH)는 다른 원소를 만나면 화학반응을 잘 일으킨다. 그러나 DNA의 리보스에는 산소가 빠진 수소(-H)가 붙어 있어 다른 원소에 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DNA에는 디옥시(Deoxy) 즉 산소가 빠졌다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엔 구조를 보자. DNA는 이중나선구조이고, RNA는 단일나선구조다. 덕분에 RNA는 매우 복잡한 구조도 만들 수 있게 된 대신, DNA보다 불안정해졌다. 유전체 나선이 한 줄이라 복제 때 오류를 일으키더라도 교정에 참고할만한 다른 쪽 나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RNA는 복제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킨다. 1천~10만 개 염기당 1개의 비율이다. DNA보다 오류 확률이 1천 배 이상 높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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