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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 드라마가 살아남는 이유

등록 : 2016-08-04 14:50 수정 : 2016-08-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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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배우가 누구예요?” 주연급 배우들이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으면 꼭 묻는 말이다. 누구와 연기하느냐는 출연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톱스타가 상대역으로 나오면 내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혹여 나보다 ‘급’이 떨어지는 배우이거나,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배우면 거부권도 행사한다. 인기가 더 높은 배우가 거부하면 제작진도 꼼짝 못 한다. “상대 배우 안 바꿔? 그럼 나도 안 해”라고 나오면 낭패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드라마에서 캐스팅은 피디의 영역인데, 언제부터인가 배우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류 열풍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는 이제 한국보다 해외를 겨냥한다. 드라마 전체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한국 시청자는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 외국에 많이 팔아야 수익이 짭짤하다. 그래서 외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들이 캐스팅 1순위가 된다. 중국이 한류의 중심이 된 요즘은 이민호, 이종석 등이다.

한류 스타가 나오면 편성도 잘된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등 여러 가지 우려에 편성을 받지 못하다가,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송중기, 송혜교가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방영됐다. 올해 지상파에서 편성이 예약됐던 한 드라마는 결국 얘기가 오가던 한류 스타가 최종적으로 출연을 거절하면서 편성이 불발됐다. 편성 조건이 ‘OOO의 출연’이었기 때문이다. 편성권을 쥔 방송사는 제작사에 대놓고 한류 스타를 잡아오면 편성을 주겠다고 얘기한다.

시청률이 낮아도 조기 종영의 위험이 없다. 최근 16부에서 14부로 조기 종영이 결정된 <뷰티풀 마인드>와 60부에서 54부로 축소된 <그래, 그런 거야>에는 한류 스타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조기 종영된 드라마를 보면 <무림학교> <내 마음 반짝반짝> 등이다. 평균시청률 3.3%(티엔엠에스 집계)였던 <예쁜 남자>는 방송 5회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한류 스타 장근석이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덕분에, 조기 종영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시청률이 낮아도 해외 판매로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광고 수익도 떨어지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한류 스타를 ‘상전’으로 모신다. 그러나 연기력과 배역 이미지와 관계없이 한류 스타 모시기에 혈안이 된 행태는 종종 드라마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한다. 최근 시작한 <함부로 애틋하게>의 기대 이하의 만듦새는 배우의 민망한 연기력과도 관련 있다. 막강한 파워에 비례하는 책임감을 바라는 건 과한 기대일까. 한류 스타에 목매는 방송사가 잘못일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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