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음성으로 들려준 소설

등록 : 2020-12-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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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일지라도 누군가 쓸모 있게 해줄 답을 찾기 위해 애쓴다면, 그 곡진한 기운이 모여 사람들의 인식, 시대의 얼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11일 오전 9시55분부터 2분30초간 <티비에스>(TBS) 라디오 FM 95.1㎒의 전파를 타고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설가 김미월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교통정보가 들려왔겠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60명의 문학인이 라디오를 통해 시와 소설을 낭독하는 ‘문학에 물들다’ 캠페인에 동참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0월5일에 시작한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김 작가는 라디오에 송출되는 작품으로 단편소설 ‘질문들’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위태로운 세상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그 질문들 때문일지 모른다며,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가 세상을 살며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아니겠냐고 되묻는다.

“지난해 겨울, 8년 만에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를 출간했는데, 올해 예정됐던 독자와의 만남에 차질이 생겼어요. 오랜만에 낸 책이라 독자와 소통할 기회를 기다렸는데, 기대가 어긋나 너무 아쉬워요.”

이제는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장기화한 전염병 때문에 지친 작가와 독자들을 위해 캠페인을 준비한 것이다. 특히 작가 60명 중 대미를 장식한 그는 문자가 아닌 음성으로 소설을 전하는 방식이 때로는 흥미롭지만 여운도 크다고 고백했다. “독자가 문학에 물들길 바랐는데, 이젠 저 자신이 먼저 문학에 물들어가는 기분이에요.”

더불어 이 캠페인을 듣는 청취자에게 들려줄 메시지를 묻자 터키의 서정시인 나즘 히크메트(1902~1963)의 시 ‘진정한 여행’ 일부를 인용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미월은 1977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로 등단했다. 출간한 책으로는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와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등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신동엽문학상과 젊은 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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