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마음을 비우고 ‘온전한 나’를 만나는 곳

은평 진관사와 마실 소공원

등록 : 2020-11-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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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심리적인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있다. 자연스레 밖으로 나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된다. 은평구에 자리잡은 진관사와 그 옆에 있는 마실 소공원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진관사는 북한산에서 찾아가기 좋은 사찰 가운데 한 곳이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내려 진관사 근처까지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

진관사는 북한산 자락에 있어 공기도 좋지만,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진관사를 오르다 보면 태극기와 한 스님 사진이 보인다. 2009년 진관사 칠성각의 복원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발견한 보자기에서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는 태극 문양 태극기가 나왔다. 이 태극기는 독립운동하며 1920~30년대 진관사에 머물렀던 백초월 스님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몰래 숨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백초월 스님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관련해 수차례 옥고를 치른 항일지사다. 진관사에 가면 스님의 항일 정신을 떠올릴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진관사는 어수선한 일상에서 힐링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전통차를 음미할 수 있는 초가지붕 찻집, 팥빙수와 단팥죽을 먹을 수 있는 테라스도 있다. 편안하게 앉아 전통차의 향을 맡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좀 더 걷고 싶어 진관사 계곡을 끼고 올라가면 바위와 북한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시원한 물줄기도 볼 수 있다.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상의 작은 걱정을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 있다.

진관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오른편에 마실 소공원이 있다. 북한산 둘레길 9구간인 마실길 구간이기도 하다. 이웃에 놀러간다를 ‘마실 간다’고 표현하듯 이 구간은 동네 마실 나온 마음으로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마실길을 걷다 보면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명소와 만나게 된다. 위로 솟구친 생태공원 은행나무 숲은 은행나무 본연의 자태를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가로수 정비를 위한 짧은 은행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 한 편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진다.


또 하나의 보호수로 다섯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 지킴이 분위기를 풍기며 무성한 가지를 뻗고 있다. 느티나무 높이는 15m, 둘레는 3.6m나 된다. 거대한 느티나무들을 보면 인간의 마음은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를 겪는 현시대 우리에게 노자 사상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노자 연구 50년 총결산으로 <노자가 옳았다>를 펴냈다. 노자가 가르치는 무지, 무욕, 무위의 철학을 통해 사람들 간 신뢰 형성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바로 평화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진관사와 마실 소공원을 가면 도올이 주장하는 노자 사상이 절로 느껴진다. 마음을 비우며 ‘온전한 나’로 돌아가고 싶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준호 은평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은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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