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공사장도 당당한 전시장

가림막 활용 우희서 작가

등록 : 2020-06-18 14:24 수정 : 2020-06-19 14:00

크게 작게

“이 고난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한창 철거가 진행 중인 대학로 한복판에 있는 옛 동숭아트센터.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에 속도를 가하는 이곳의 가림막을 예술가 작품으로 승화시킨 우희서(27)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재작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그의 앞길엔 넘어야 할 문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전시를 하려고 대관 신청을 해도 번번이 떨어지더라고요.” 경력이 부족한 신진 작가의 한계였을까.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전시장 정보를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이 벽 뚫어도 돼요?’를 기획했다. 더불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은 순수미술을 위해 기획한 ‘@개찰구’는 좀더 많은 작품이 팔리길 바라는 작가로서 마음을 담은 프로젝트이다.

우 작가는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을 한탄하기보단 스스로 개척하는 도전을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그에겐 또 하나의 도전 과제였던 셈이다. 기성 작가들이 멋진 화이트 큐브(White Cube)에서 전시하는 것을 빗대 혼잡한 공사장에서라도 작품이 공개되면 어떨까를 고민한 실험적 아트프로젝트인 ‘화이트 배너’(White Banner, ~6월30일)를 준비했다.

“전시를 돋보이게 하는 ‘화이트’만 갖춘다면 어디서 전시를 여는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내년이면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청’으로 탈바꿈하는 이곳의 의미를 되살려 7월부터는 2주마다 다른 작가의 아이디어가 연속해서 이어진다. 프로젝트 시작을 알린 우 작가는 코로나19에 사력을 다하는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섬데이 이즈 투데이’(Someday is Today)를 공개했다. 가림막엔 방진복을 입은 사람이 검은 천을 뚫고 나오는 모습이 나오는데, 작품 속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들려줬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가 언젠가는 종식되겠죠? 그 미래의 ‘언젠가’가 하루빨리 ‘오늘’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우희서는 건국대학교 현대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이 벽 뚫어도 돼요?’(2020), ‘이야기청’(2020), ‘화이트 배너’(2020년 1~11월), ‘@개찰구’(2019년 11~12월), ‘A/S 성북진경점’(2019년 10월), ‘공연 For time-poor’(2018년 6~12월)가 있으며, 그룹 전시로는 ‘영, 바라보다’(2018년 8월, 써포먼트갤러리)가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