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꿈과 희망을 주는 그림

장애인 한국화가 전동민

등록 : 2020-06-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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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요.”

한 해 매출만 30억원이 넘는 각휴지 표지작품 공모에 선정된 한국화가 전동민(33) 작가가 밝힌 소감이다. 공모를 연 곳은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인 늘푸름보호작업장. 사업 취지에 맞춰 국내에서 유일한 장애예술 분야 창작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전씨를 선정했다.

그는 5살 때 40도 넘는 심한 열병을 앓고 청력을 잃었는데, 현재는 청각장애 2급 장애인이다. 졸업 이후 한때는 홈페이지를 개발하는 웹 개발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했다며, 이제는 전업 작가로만 나서고 있다. 선정된 작품들을 언뜻 보니 ‘이상’을 꿈꾸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그린 <서울전경>(2015)이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 <다른 세상>(2015)이 그렇다. 그가 동경하는 또 다른 세상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이후 청각장애 때문에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혼자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단다.

성인이 되면서 유년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일에 더욱 몰입했다. 5살 때 열병 때문에 듣지 못하게 된 기억 때문인지 한때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작품만 고집했고, 이후엔 어두움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야경을 그렸다.

“너무 힘들고 죽을 거 같던 지난 시간을 치유받고 싶었어요. 명암의 경계가 모호하듯이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지에 다양한 물감을 채색하는 동양화를 그리는 전 작가는 앞으론 밝은 느낌의 그림 그리기에 더욱 몰두하고 싶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전동민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를,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했다. 개인전으로는 ‘야경, 삶과 죽음의 경계’(2016), ‘서울, 야경 그리다’(2017), ‘동시풍경이야기’(2018), 신한갤러리 기획전 ‘OURSTORY3’(2019), 단체전으로는 ‘무무 입주작가 기획전’, 유플러스 5G 기획전, 영은미술관 3기 프로젝트 선정 작가전 등이 있다.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2010)을 수상했다. 현재 잠실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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