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닫힌 전시, 랜선을 통해 다시 열리다

전유안 기자가 소개하는 6월 서울서 즐길 만한 ‘랜선 문화’

등록 : 2020-06-04 14:22 수정 : 2020-06-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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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등 온라인 전시 강화

놓친 전시들 ‘방 안에서’ 다시 볼 수 있어

운동은 물론 어린이 독서 콘텐츠까지

실제와 가상 오가는 ‘유연한 삶’ 확산돼

“부르르르~.” 핸드폰이 또 날뛴다. 코로나19 재점화로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 알림이다. 동네 공공도서관은 물론, 주말에 방문 예약해둔 박물관도 2주(5월29일~6월14일) 동안 급작스레 임시 휴관에 들어간단 소식이다.

허탈한 한편,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겠군’ 싶다. 올해 호모 루덴스(노는 인간)에게 필요한 건 튼튼한 배낭과 신발이 아니다. 실제와 가상공간을 허물없이 오가는 ‘유연한 삶의 방식’이다. 서울시도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가상현실(VR) 전시 관람과 문화예술 교육, 홈트레이닝 강의까지 온·오프라인이 연결된 문화체험 채널을 늘렸다. ‘랜선 서울살이’를 시작할 때다.


서울 생활사·발달사 담은 90여 개 ‘VR 전시관’

평소 서울생활사와 도시발달사에 관심 많았던 이들이라면 서울역사박물관 ‘온라인 전시관’으로 가본다. 90여 개 ‘VR 전시관’을 운영한다. 놓친 전시들까지 ‘방 안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전시관에선 마우스 ‘클릭’으로 시간 제약 없이 공간을 누빌 수 있다. 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개한 ‘1784, 유만주의 한양’(2016) VR 전시관 화면 촬영. 당시 입소문을 탔던 인기 기획전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치 전시 가운데 ‘입소문 자자했던’ 전시를 다시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한국전력공사가 120년 전 전차 개통을 기념하며 서울과 시민들 일상을 회상해 다룬 ‘서울의 전차’, 조선시대 다리 가운데 원형이 그대로 남은 수표교와 다리 주변의 생활사까지 다룬 ‘수표교水標橋 한양에 비가 내리면’처럼 비교적 최근작 외에도, 한양 살던 청년 선비 유만주가 쓴 일기 <흠영>을 바탕으로 꾸민 ‘1784, 유만주의 한양’(2016)과 서울역사박물관과 에도도쿄박물관이 교류협력해 재구성했던 ‘18세기 서울의 일상_유만주 일기의 세계’(2019)도 현지 동선 그대로 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1784, 유만주의 한양’(2016) VR 전시관.

그 밖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전시 ‘집합도시장’(2019), ‘동대문패션의 시작, 평화시장’(2019),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2019), ‘천변호텔, 3·1아파트’(2019), ‘메이드 인 청계천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2018), ‘한영수 기증유물 특별전-내가 자란 서울’(2017), ‘인현동 인쇄골목’(2016), ‘신림동 청춘-고시촌의 일상’(2015), ‘안녕! 고가도로’(2014) 등 서울 지역 곳곳을 조명한 전시가 다양하다.

미술사, 문화유산, 공연…온라인 교육 다양

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www.k-heritage.tv/)도 이참에 온라인 콘텐츠 보강에 나섰다. 마치 과학수사대처럼 인골과 유기물을 발굴해 연구하는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이야기 등 우리 문화재 관련 지난 방송을 내보낸다. 코로나19로 멀리 떠날 수 없는 여행객을 위해 ‘문화유산 치유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카메라 움직임 따라 낙산사 의상대나 무등산 주상절리대, 담양 소쇄원, 디엠제트(DMZ) 등 한국의 명승과 천연기념물들 속으로 떠나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교육 콘텐츠도 푸짐하다. 근현대 미술사 아카데미, 예비 전문인 연수 프로그램, 학술 토론, 작가 인터뷰, 큐레이터 전시 해설, 어린이 미술관 등 미술관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해 채널화(//www.mmca.go.kr/onlinemuseum)했다.

국립국악원에서 제작한 360도 VR 영상도 볼거리다.

국립국악원은 360도 VR 영상을 제작해 현장감을 살려냈다. 국악박물관 국악아카이브(//archive.gugak.go.kr/portal/vr/selectPlayList)로 접속하면, 춘향가와 진도아리랑, 사물놀이, 소고춤 등 세련되게 구성한 우리 음악을 1열에 앉은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선 6개 언어로 제작한 다국어 동화구연 영상을 내보낸다.

‘집콕’에 지친 어린이를 위한 교육도 많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다국어 동화구연’(//storytelling.nlcy.go.kr)을 시작했다. 6개 언어(한국어, 영어, 몽골어, 베트남어, 중국어, 타이어)로 읽은 구연동화 영상과 플래시 애니메이션 456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 아카이브’(//archive.acc.go.kr/)도 전문 스토리텔러가 그림책을 읽어준다. 우즈베키스탄,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이야기 자원을 활용한 것도 강점이다.

금메달리스트, 스포츠 선수들과 ‘랜선’ 운동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운동 강의 ‘내 집 안 운동하기 홈Fit' 채널도 다시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운동기구 없이 신체부위별 강화, 다이어트 등 목적에 맞는 운동방법을 안내한다.

올해는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클라이밍 유망주 서채연, 양궁의 주현정, 핸드볼의 최수민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등장해 재능기부에 나선다. 6월 초부터 ‘서울아 운동하자’ 네이버TV, ‘서울아 운동하자’ 소셜매체(유튜브·페이스북), 핫둘핫둘 서울 블로그, 서울시체육회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글·사진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국립국악원 아카이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누리집 화면 촬영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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