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시민 위로하는 마음백신, 문화예술

기고│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

등록 : 2020-04-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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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3일,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영웅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온라인 콘서트 ‘영웅’이 생중계됐다. 서울시향 단원 40명이 연습실에 모여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연주했고, 5천여 명이 실시간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관람객은 박수를 대신해 응원 댓글을 남기고 감상을 나누며 공연을 즐겼다. 코로나19로 집 안에만 있어 답답했던 마음에 위로가 됐다는 글부터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는 서로를 응원하는 글까지…. 댓글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문화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일제히 휴관했고 대부분의 공연이 연기 또는 취소돼 전시 하나, 공연 한 편 감상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시민들이 집 안에서도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에 동참해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시민이 안방 1열에서 안전하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향 단원 40명이 3월13일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 콘서트는 온라인으로 서울시민들에게 제공돼 5천여 명이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서울시향 제공

‘영웅’을 시작으로 자신의 방이 관람석이 되는 생중계 공연이 이어졌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운당여관 음악회’ 7회 공연이 관객 없이 무대에 올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됐고, 3월31일에는 서울시 오페라단의 ‘오페라 톡톡 로시니’가 무관객 온라인 공연으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은 4월까지 무관객 온라인 중계 공연을 진행할 계획으로 애초 3월에 공연 예정이던 서울시무용단 ‘놋 NOT’을 4월18일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공연이 취소된 예술인이나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인의 공연을 무관객 온라인 중계로 무대에 올리는 ‘힘내라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생중계 공연 외에도 3월14일부터 3월 한 달간, 주말마다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던 클래식, 음악극, 오페라 등 공연실황 영상을 게재해 시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공연뿐 아니라 미술관, 박물관의 전시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서울시립미술관은 휴관 기간 중 막을 내린 ‘강박²’ 전시를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영상부터 미술관에 대한 질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받아 답변하는 영상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에스엔에스에 공개하며 휴관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도 마을을 안내하는 현장 배우들이 공간 곳곳을 소개하는 온라인 도슨트 투어 영상을 통해 마을전시관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서울역사박물관의 ‘서울의 전차’, 한성백제박물관의 ‘전시로 보는 한성백제의 역사와 문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의금부 금오계첩’ 등 휴관 중인 박물관들의 전시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외에 서울도서관은 누리집을 통해 국내외 전자책 1만1천여 종과 오디오북 150여 종 등 3만여 종의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회원증을 발급받은 회원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3월16일부터는 서울시에 주민등록된 시민이라면 누구나 온라인 회원 가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가 준비한 공연, 전시, 독서 등 온라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은 서울시 누리집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기간의 장기화에 따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일상을 잃어버린 공허함을 느끼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함)’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심리 방역이 절실한 요즘…. 온라인으로 만나는 문화예술이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마음 백신이 되기를 바란다.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면, 지금 바로 온라인으로 공연 한 편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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