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집에 대한 상상 넓히는 다양한 주거 실험실

영등포구 서울하우징랩

등록 : 2019-10-17 15:18 수정 : 2019-10-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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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이 ‘사는(live) 곳’보다 ‘사는(buy) 것’의 의미가 더 큰 시대를 살고 있다. 장소가 아닌 상품으로서의 집은 “××평, ○○만원” 같은 숫자로만 기억되곤 한다. 집이 가진 장소성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공유공간 ‘서울하우징랩’을 소개한다.

서울하우징랩은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다. 2005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당산 에스에이치빌(SH Ville)’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그동안 각자 논의하던 주거빈곤, 홈리스,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주거 문제를 모으는 주거복지 허브이자 실험실 구실을 수행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주거 의제 거점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꼭 주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만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모두를 위한 집’(Home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처럼 누구나 찾아와서 집에 대한 상상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함께 해결안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주거(住居):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삶. 또는 그 집’이라는 정의처럼 집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을 다루고 있다.

서울하우징랩은 전체 360평으로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다. 지상층은 카페, 회의실, 사무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집에 대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여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 주거복지센터 25곳을 관장하는 에스에이치(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중앙주거복지센터가 위치해 주거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대강당, 계단식 강의실, 전시실로 구성된 지하층은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예약을 통해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기획에 참여한 도시영화제 ‘먼데이 서울’이 매주 열린다. 이외에도 북토크, 하우스콘서트, 커피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열어 시민이 서울하우징랩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지하 다목적 공간 에이치(H)스퀘어2에서는 시민들의 제안을 통해 만들어진 ‘주거 실험실’이 진행되고 있다. 전기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우리 집 작은 지구’, 복잡한 미로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는 ‘개미굴 프로젝트’, 타인의 공간을 바라보며 방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플라이 미 투 더 #룸’(Fly Me To The #ROOM) 같은 기획전이 집에 대한 상상을 넓힐 수 있게 한다.

서울하우징랩은 조성 단계부터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협력해 공간을 만들어왔다. 특히 운영을 담당하는 사회혁신기업 ‘로모’는 집에 대한 논의의 플랫폼 구실을 자처한다. 그를 위해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새롭게 필요한 공간을 발굴해 보완해가는 방식으로 이곳을 진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서울하우징랩의 지속성을 위해 완전한 독립 운영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하우징랩은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편안하고 예쁜 카페를 상상하며 찾아올 수도 있고, 집에 대한 상상을 넓히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집에 대한 생각을 넓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시민에게 인식되기를 기대한다.


윤성욱 서울하우징랩 운영사 ㈜로모 홍보 총괄 매니저

사진 서울하우징랩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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