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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 뚫은 1천만원대 카트리지

세계 오디오 시장서 뜨는 ‘테데스카’ 포노 카트리지 제작자 재독 이현 대표

등록 : 2019-09-05 15:04 수정 : 2019-09-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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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베를린 대학 나온 기타리스트 출신

70개 공정 혼자 처리 “장인정신 평가”

세계적 평론가 마이클 프레머도 찬사

30·31일 국내서 ‘금의환향’ 청음회

테데스카 카트리지 제작자인 이현(51)씨가 8월30일 청음회에 앞서 톤암을 들어올리며 테데스카 카트리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국인이 만든 오디오 포노 카트리지가 ‘배타적인’ 일본 오디오 시장에서 시판 1년 만에 선풍적 반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재독 기타연주자 이현(51)씨가 지난해 7월 ‘에일렉스’라는 총판을 통해 일본 시장에 내놓은 테데스카 카트리지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4월 일본의 오디오 계간지 <아날로그> 봄호는 테데스카 최신 플레그십 모델인 ‘DST ub(스테레오)’에 그랑프리상을 주었다. <아날로그>는 지난해 가을호에서도 ‘청려한 사운드로 하모니가 실로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전 영역에 걸쳐 음 분해 능력이 높고 섬세함과 힘참이 잘 배분돼 있다”고 평가하고 “이제까지 없었던 음의 감촉을 제시해주는 테데스카 카트리지,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극찬했다. 계간 <오디오 액세서리>도 ‘음악가의 감성이 자아낸 독일 현대 카트리지’라는 제목으로 3쪽에 걸쳐 대서특필했다. 제작자 이씨가 독일에서 클래식기타를 정식으로 공부한 프로 기타리스트라는 점을 의식한 평가로 읽힌다. 12살 때부터 기타를 잡은 이씨는 26살이었던 1994년 독일로 건너가 동베를린대학과 대학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이수한 뒤 강사와 직업연주자로 활동했다. 2001년 독일인 친구와 턴테이블·톤암 제작회사를 운영하다 2009년 정리한 뒤, 2015년부터 테데스카 카트리지를 본격 제작하고 있다.

하이엔드 포노 카트리지인 테데스카 제작자인 이현씨는 클래식 기타연주자이다. 이현 제공
8월30~31일 국내 총판사인 씨웍스사가 마련한 테데스카 카트리지 국내 청음회 참석 등을 위해 일시 귀국한 이씨는 30일 청음회에 앞서 <서울&>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서 성공한 것에 대해 “현지 딜러를 잘 만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 내 9종류 테데스카 시판 가격이 60만~100만엔(약 700만~1200만원)이라 고가인데도, 주문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제품 만드는 장인 정신을 인정하고 평가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씨는 70가지가 넘는 카트리지 공정을 혼자서 일일이 처리하는 1인기업을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카트리지 주문이 밀릴 때는 하루 16시간씩 꼬박 일하거나 12시간씩 일하는 것은 예사다. 카트리지는 초정밀 제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현미경과 씨름해야 하므로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아무리 주문이 몰려도 연간 100~150개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는 당분간 1인기업을 유지할 것이라 한다.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일부 부품을 주문생산 방식으로 받았는데, 너무 마음이 들지 않아 70여 가지 카트리지 제조 공정에 제가 일일이 개입하는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카트리지를 팔고 서류 처리하는 사무행정 부분이라며, 그 업무는 아내에게 넘겼다 한다. 실제로 그는 고지식할 정도로 엔지니어의 존재 가치를 중요시한다. 일본 총판을 맡은 에일렉스사 쪽에서 지난해 7월부터 테데스카를 판매하면서 “카트리지 만드는 데 기타리스트로서 음악성이 관여된 것”이라고 홍보했는데, 이씨는 판매 담당자에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선입관도 줄 수 있구요. 제가 훈련해왔던 음악적 귀를 제가 만든 카트리지 튜닝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요. (웃음)” 이씨의 까탈스런 장인 정신은 비단 일본 시장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인정받는다. 세계적인 아날로그 오디오 평론가인 마이클 프레머는 미국의 오디오 잡지 <스테레오 파일> 올해 1월호 기고문에서 ‘DST201ua’ 모델(스테레오)에 대해 “너무 부드럽거나 너무 분석적인 것의 차이를 메워주는 균형감과 표현 능력이 뛰어난 카트리지”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실망은 최대한의 다이내믹”이라고 지적하면서도, 1만달러(약 1200만원)가 넘는 ‘이케다’의 최신 프리미엄 모델보다 6370달러에 파는 테데스카의 ‘DST201ua’ 모델을 더 높게 평가했다. 미국 <스테레오 파일>은 3월호에서 테데스카의 이 모델을 ‘2019년 추천 제품’으로 선정했다. 이씨는 “햇병아리인 저에게는 극찬”이라며 “단점 지적은 자극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테데스카의 모노 카트리지. 이현 제공
지난 5월 뮌헨 오디오쇼에서 만난 마이클 프레머는 자신이 리뷰했던 테데스카 샘플 모델을 되돌려주었다고 한다. 보통 리뷰용 샘플 제품은 리뷰어에게 증정하고, 그 리뷰가 실린 잡지에는 광고를 내는 게 오디오업계의 관행인데, 지금까지 제품성으로만 승부한 테데스카의 방침에 오디오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고 한다. 이씨는 “올해 뮌헨 오디오쇼에 다섯 번째 참석했는데, 그전보다 5배 이상 관심을 끌었다”고 했다. 아날로그 오디오 시장이 작은 한국 시장에서도 테데스카 카트리지가 제법 팔리고 청음회가 만석을 이루는 등 금의환향 조짐을 보인다. 국내 총판을 맡은 이원일 씨웍스 대표는 “참석자 중 한 명이 구매 예약을 하는 등 테데스카 카트리지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씨는 올해 안으로 미국과 캐나다, 남미 등과 총판 계약을 맺고 테데스카의 수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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