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가기 전, 책의 바다 속으로 ‘풍덩’

서울 도심 속 더위 잊게 하는 책 공간들

등록 : 2019-06-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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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서울형 책방 선정된 50곳

6월부터 문화 행사 독자 모시기 행사

3월 송파구에 개관한 ‘서울책보고’

기존 헌책방과 독자의 플랫폼 역할

지난 16일 일요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헌책방 겸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를 찾은 시민들.

좁은 골목에서 너른 광장까지, 책이 밀려오는 6월이다. 닷새 동안 펼쳐지는 ‘2019 서울국제도서전’이 한창인 셋째 주간. 책쟁이들 열기로 달아오른 여름 길목에서 때맞춰 서울 속 ‘책 공간’들이 정비됐다. 지난 16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이른 휴가를 맛보듯 그곳으로 떠났다.


여름, 50개 책방이 뭉쳤다 ‘서울형 책방’

서울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책방 50개가 ‘서울형 책방’으로 선정됐다.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지난 4월부터 사전 공개모집으로 접수하고 전문 심사위원단이 정량평가해 6월 최종 선발된 책방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겸비한 책방들이 명단에 올랐다. 1953년부터 6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종로구 혜화동의 ‘동양서림’, 같은 건물 한 층 위에 자리한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 서촌 명소로 떠오른 ‘역사책방’, 사진 전문서점으로 내공을 다져온 ‘더레퍼런스’ 등 종로구 곳곳의 책방 외에도 홍대 앞 명소로 자리잡은 ‘땡스북스’, 번역책 전문서점 ‘번역가의 서재’, 용산구 문학 전문서점 ‘고요서사’, 독립출판물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등이다.

동양서림

위트앤시니컬

책방 주인들은 선발 결과에 흡족한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이제 시작 단계라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역량껏 준비해온 책방 프로그램을 서울시 지원금(약 70만원)으로 충당할 수 있고 홍보를 맡길 수 있어 부담을 조금 덜었다는 것이다.

50개 책방은 이달부터 문화 행사를 열며 독자 모시기에 나선다. 21일 그림책방 ‘향기나무’는 그림책 원화전을, 22일 ‘동네책방 주택’은 도시를 주제로 그림 그리는 ‘어반스케치’에 관한 배움과 대화의 시간을, ‘위트 앤 시니컬’에선 특강 ‘구름의 탄생-시를 위한 상상력’을 마련한다. 25일 ‘마음책방 서가는’은 특강 ‘요즘 아이들의 속마음을 만나는 시간’, 26일 ‘아무책방’은 ‘정지돈, 나일선 작가와의 만남’, 27일 ‘더레퍼런스’에선 전시 ‘Exposure / Everlasting' 아티스트 토크, 29일 ‘질문서점 인공위성’에선 빙고 게임과 공연을 한다.

시는 앞으로 서울에 있는 책방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동네책방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서울형 책방 행사 일정과 참가 안내는 서울도서관 공식 블로그(blog.naver.com/seoul_library)와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133-0213)

역사책방

더레퍼런스

서가를 거닐다 만난 추억 ‘서울책보고’

걷다가 마주친 헌책 앞에서 “아!” 하는 감탄사 뿜길 여러 번이다. 이가라시 유미코의 만화 <캔디 캔디>나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 등이 상자째 또는 노끈에 묶여 팔려나가는 이곳. 지난 3월 송파구에 개관한 ‘서울책보고’도 오후 내내 붐비고 있었다.

거대한 책벌레를 닮은 철제 서가가 볼거리다. 비어 있던 신천유수지 창고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서울책보고는 1465㎡(443평) 공간에 헌책과 독립출판물들을 두루 섞어 13만여 권을 가득 채웠다. 29개 헌책방이 위탁한 책을 한곳에서 보고 살 수 있어 기존 헌책방과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실을 한다.

서가 하나에 책방 한 곳을 배정한 점이 독특하다. “서점이나 도서관은 책을 검색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잖아요. 여긴 그 책이 꽂힌 서가를 알려주니 책장 전체를 훑어봐야 해요. 그러다가 다른 책을 또 찾게 되는 거죠.” 세 번째 방문했다는 김희정(34)씨가 말한 ‘서울책보고’만의 재미다.

서울책보고의 6월 프로그램도 빼곡하다. 먼저 25일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와 함께 <모든 국민은 작가다>를 주제로 글쓰기 특강과 북콘서트를 연다. 26일엔 한국문학번역원과 ‘2019 소수 언어권 번역캠프 낭독회’ 행사의 하나로 ‘베트남어와 아랍어로 옮겨진 김애란의 소설, 김선우의 시’ 행사를 연다. 독서 소모임인 ‘수요 북클럽’ 회원도 모집한다. 7월부터 신영복 교수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함께 읽는다. 운영 시간은 평일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서울책보고 누리집 (www.seoulbookbogo.kr)에서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다. (문의 02-6951-4979)

6월을 기억하는 도서전시회 ‘서울도서관’

서울도서관

서울도서관(관장 이정수)은 6월30일까지 테마 도서 전시 ‘기억의 달’을 진행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도서와 영화’를 집중 소개한다.

일반자료실에선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 ‘한국을 빛낸 위인들’ ‘전쟁을 기억하고, 평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도서 전시 중이며, 디지털자료실에선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서울자료실에선 ‘6·25 그날의 서울’, 세계자료실에선 ‘Do you know about the Korean War?’를 주제로 각각 선별한 책을 전시 중이다.

27일 서울도서관 4층 사서교육장에서는 <서울백년가게>의 저자 이인우 <한겨레> 선임기자의 강연이 열린다. 지난 반세기 이상 연륜을 쌓아온 서울의 오래된 가게를 보며 도시의 변천을 마주할 예정이다. 7월7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선 기획전 ‘독일 문학 속 물의 세계-워터월드’를 연다. 뮌헨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선정 전시한 <워터월드> 그림책과 표지 관련 그림 패널 전시로, 물과 연관된 독일 어린이 그림책과 한국에서 출판된 번역 그림책을 함께 전시한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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