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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다움’ 강요하는 사회, 피해자는 두 번 죽는다

7번국도(17~28일)

등록 : 2019-04-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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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피해자다움’은 무엇입니까?” 17~28일까지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7번국도>(배해률 극본, 구자혜 연출)가 던지는 질문이다. 삼성 백혈병과 군 의문사 사건을 다루는 이번 작품은 남산예술센터가 ‘여기는 당연히, 극장’과 공동 제작한 올해의 첫 시즌 프로그램이다. 공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허구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죽음은 사실에 가깝게 묘사됐다. 인물 사이의 갈등과 충돌,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피해자를 비롯해 그들의 가족, 또다시 다른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까지…. 그러나 피해자를 둘러싼 사람들은 갈등을 외면하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은 피해자를 더욱 피해자답게 만들며, 이것이 피해자를 다른 형태로 압박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첫 장막(나누어진 단락이 많고 긴 연극) 희곡으로 문을 연 배해률 작가는 “사회적 참사를 겪을 때마다 우리는 피해자들이 사회적 영웅으로 떠오르길 바라지만, 사실 피해자들은 싸우거나 멈출 것을 결심하는데 더 치열한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전작을 통해 끊임없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왔던 구자혜 연출가도 “과연 연극이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를 고민했단다. 출연진은 권은혜, 박수진, 이리, 전박찬, 최요한이다.

<7번국도>는 남산예술센터의 대표 프로그램을 통해 순차적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극작가 지망생이 미발표 창작 희곡을 투고하는 상시 투고 시스템인 ‘초고를 부탁해’로 2017년 시작해, 이듬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낭독 공연 <서치라이트>를 거쳐 올해 본격적인 ‘시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공연이 시작되는 17일과 막을 내리는 28일에는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문자와 수어(수화) 통역,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배리어 프리’(무장벽) 공연이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은 모든 회차에서 제공되며, 시각장애인은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객석의 첫 열을 먼저 제공한다.

장소: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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