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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출자 50%·젊은 작가 등용…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공개

등록 : 2019-01-31 15:03 수정 : 2019-01-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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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동시대 이슈에 주목해온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가 2019 창작극 시즌 프로그램 6편을 23일 공개했다. 시즌 프로그램은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 국도>(4.17~4.28) △세월호 참사가 주제인 <명왕성에서>(5.15~5.26)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낸 <휴먼 푸가>(11.6~11.17) 등이 그것이다. 남산예술센터는 이들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연극적 방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와 초혜왕이 모의전 고사를 소재로 삼은 <묵적지수>(6.26~7.7), 극장의 공공성 문제를 다룰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9.18~9.29), 지난해 초연한 작품 중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10.9~10.27)도 관객맞이 준비에 나선다. 남산예술센터는 2019 시즌 프로그램 제작진 구성을 통해서도 사회문제를 환기시킨다. 지난해 ‘미투’와 관련해 제일 먼저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던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시즌 프로그램 6편 중 3편을 여성 연출자에게 맡겼다. <7번 국도>의 구자혜 연출, <묵적지수>의 이래은 연출, <드라마센터, 드라마/ 센터>(가제)의 류주연 연출이 그들이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극장 식구들과 토론한 결과 창작자의 남녀 동수 비율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며 “우선 올해는 남녀 연출자를 동수로 참여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 등용도 눈에 띈다. <7번 국도>의 배해률 작가는 2017년 남산예술센터의 새 작품 발굴 프로그램인 ‘초고를 부탁해’에 투고한 작품이 선정된 뒤, 지난해에는 낭독 공연을 거쳐 올해 시즌 프로그램에 선보이게 됐다. 지난해 11월 제8회 벽산희곡상을 받은 <묵적지수>의 서민준 작가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에 재학 중인 젊은 작가다.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시즌 프로그램은 극 중 내용과 함께 연출진 등 구성에서도 연극계에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번 국도

4월17~28일

배해률 작, 구자혜(사진) 연출. 2017년 남산예술센터 상시 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에서 처음 발굴돼 2018년 ‘서치라이트’(Searchwright) 낭독 공연에 이어 2019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만난다. 강원도 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동훈은 어느 날 7번 국도에서 군복을 입은 주영을 태운다. 주영이 삼성에 다니다 백혈병으로 죽은 자신의 죽은 딸과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명왕성에서


5월15~26일

박상현(사진) 작연출. 세월호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성 작품.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동안 유보해온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진혼을 시도하는 씻김굿의 의도를 지녔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억하며,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망자들이 함께 있다고 각성하게 한다.


묵적지수

6월26일~7월7일

서민준 작, 이래은(사진) 연출. 초나라 혜왕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가 강대국인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 벽산희곡상 심사 당시 “겸애를 숭상하는 묵자의 사상을 반전(反戰)주의로 확장시켰다. 섣불리 현대와 타협하지 않고 고문헌들을 방대하게 조사하고 연구해 그 시대의 역사성과 사상을 재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

9월18~29일

이양구 작, 류주연(사진) 연출.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10여 년간 드라마센터(현 남산예술센터)를 임차해 운영해온 서울시에 2018년 문화사업 계약 종료를 요청했다. 남산예술센터 존속 여부가 흔들리면서 공공성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연극인들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극을 통해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에 질문을 던진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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