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분단국가 주제의 연극

정치극 연극제 ‘권리장전’ 이끄는 김수희

등록 : 2018-08-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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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대학로를 이끌 차세대 연출가 김수희(42)는 3년 전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9월23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계속되는 이 연극제를 3년째 이끄는 김 연출가의 최근 작품을 살펴보면 크레인 노동자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말뫼의 눈물>, 장준하의 죽음을 다룬 <두 번째 이별> 등 유독 정치와 사회적 이슈를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정치사에 격동의 시기’인 2016년에 시작한 ‘권리장전’을 두고 연출가는 “지난 정권이 선물해준 연극제”라 했다. 블랙리스트로 시작된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는 이듬해 국가의 영향력을 다룬 ‘권리장전 2017-국가본색’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한반도의 상황을 드러낸 ‘분단국가’를 주제로 삼았다. 지난 3년간 한국 정치사의 핵심만 뽑을 정도로 극은 ‘국내 유일의 정치극 페스티벌’이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듯하다.

1689년 영국 의회가 강력한 군주를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에서 출발한 <권리장전>이 이제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연극제로 변했다. 연극은 본래 권력을 비판하고 정치를 풍자하기 마련이다. 그 역할이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이유를 묻자, 연출가는 자신이 몸담았던 진보적 성격의 극단 ‘혜화동 1번지’에서 찾았다. “부당한 해고로 실직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했는데, 실제로 이들이 공연을 보러와 울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기억했다.

‘권리장전 2018-분단국가’에는 국가정보 요원, 재일동포, 탈북자, 남북통일, 이산가족, 인민군 등 ‘분단’에서 파생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공연은 천편일률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강요하지 않으며, 극단 난희의 <냉면-침향외전>(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연출가들이 펼치는 서로 다른 11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 김수희는 연극 연출가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 단원으로 시작해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을 거쳐 극단 ‘미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황혼> <섬> <당신의 손> <소년B가 사는 집> <공장> <말뫼의 눈물> 등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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