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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신 만끽하는 역사 산책 4㎞

강북구 ‘너랑나랑 우리랑’ 북한산 산책로

등록 : 2018-06-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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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냄새 물씬 풍기는 숲길을 따라 걷고 싶은 계절이 왔다. 바야흐로 완연한 봄을 지나 어느덧 초여름의 문턱. 방문객에게 숲의 매력을 맘껏 뽐내고 있는 특별한 장소가 강북구 우이동에 있다. ‘너랑나랑우리랑’(사진) 스탬프 힐링 투어 산책로다. 이곳은 산책로로도 훌륭하지만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는 뜻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숭고한 민족정신과 마주하게 된다. 봉황각을 비롯해 손병희 선생, 이준 열사, 이시영 선생, 김병로 선생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묘소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너랑나랑우리랑’은 강북구가 역사·문화·관광을 한데 묶어 새로운 형태의 산책 코스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개장한 산책로다. 개장 이래 탐방객 약 5만 명이 다녀가면서 시민들의 힐링 쉼터로 이름났다.

‘너랑나랑우리랑’이 다른 산책로와 다른 점은 이곳이 스탬프 힐링 투어라는 데 있다. 만남의 광장이나 근현대사기념관에 있는 스탬프 용지에 기점별로 비치된 도장을 모두 찍어 산책로 주변 제휴업소(33곳)에 제시하면 싼값에 음식도 먹고 등산용품을 살 수 있다. 또 만남의 광장과 근현대사기념관에는 혈압·혈당 검사를 하는 ‘건강조은’이 있어 운동 전후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건강조은에서는 심폐소생술 기술을 익히며 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을 실습해볼 수 있다.

산책 코스는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부터 솔밭공원과 4·19전망대를 지나 근현대사기념관까지 약 4㎞다. 코스 전체가 그다지 높지 않은 산비탈 위주로 돼 있어 씩씩하게 산보를 즐기는 어린이들도 자주 눈에 띈다. 너무 멀다고 느껴지면 코스 중간에 있는 우회로로 내려올 수 있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만남의 광장 근처에 있는 봉황각은 3·1독립운동의 발상지다. 의암 손병희 선생이 천도교 지도자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1912년 세운 교육시설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5명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다.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책로 구간이 시작된다.

북한산 둘레길 1구간인 ‘소나무숲길’을 지나 서울의 유일한 평지형 소나무 군락지인 우이동 솔밭공원이 나온다. 100년생 소나무 1천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솔밭공원 인근에는 자수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현대 섬유 조형예술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박을복 선생의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은 기획전시실과 체험 공간으로 운영돼 방문객에게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솔밭공원에서 약 1㎞ 정도 걷다보면 4·19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초대길 구간이다. 강북구는 북한산 둘레길 2구간인 순례길 주변에 우리나라 초대, 즉 ‘최초’라는 상징성을 가진 선열들의 묘역을 엮어 산책로를 꾸몄다. 북한산의 비경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는 애국지사들의 소중한 희생의 가치를 생생하게 전해주면서 뿌듯함을 안겨준다.


근현대사기념관은 ‘너랑나랑우리랑’ 산책로 마지막 코스다. 선열들의 묘역 인근에 자리잡은 특별한 장소로, 동학혁명에서부터 4·19혁명까지 근현대 역사 유적·유물들이 전시된 공간이다. 기념관은 평일에도 역사 탐방에 나선 학생들로 북적이며 역사교육의 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6년에 문을 연 기념관 주변은 개성 넘치는 카페부터 아기자기한 음식점들이 들어서서 이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해야 할 만큼 핫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를 완주하는 데는 어른 걸음으로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예약하면 강북구 역사문화해설사가 동행해 자세히 안내도 해준다.

도심 속에 자리잡아 시간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산책로! 북한산 둘레길을 거닐며 건강도 챙기고, 발품 걱정 없이 취향 따라 골라 먹는 맛집을 거쳐, 격동기 대한민국의 역사를 걸음걸음마다 만날 수 있는 ‘너랑나랑우리랑’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김정학 강북구 홍보담당관 언론담당 주무관

사진 강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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