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1980년대 매몰된 탄광에 갇힌 ‘광부들의 세월호 사건’

후산부, 동구씨(~22일)

등록 : 2018-06-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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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유, 그저 광부로 사는 게 좋아유. 막말로다가 어서 이런 월급 받으면서 일하겄슈. 배운 거라고는 탄광일밖에 더 있어유? 돈 많이 벌어가꼬 우리 순자 맛난 거 배터지게 멕이는 게 꿈이여유.” 집집마다 연탄을 피우던 시절, 석탄사업은 붐을 이뤘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깊은 땅속으로 자진해서 내려간 광부들은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냈다. 서울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1988년 어느 날, 충청남도의 한 탄광이 붕괴되면서 광부 4명이 고립됐다. “진정하시고, 일단 기다리세요. 높으신 분들의 결정입니다.” 구조해줄 것이라 믿었던 광부들은 20일이 흐르자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사건을 통해 ‘일단 기다리라’는 악몽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고립된 생존자들이 벌이는 필사적인 생존의 몸부림에 관한 연극 <후산부, 동구씨>를 오는 8일부터 22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공연한다. ‘후산부’는 탄광에서 쓰는 용어로, 아직 일이 서툴고 미숙한 광부를 일컫는다. 연극은 후산부 동구를 통해 구조를 기다리는 20일 동안 천진함에서 시작해 불안과 의심, 기대 등 주인공들이 겪는 심리 변화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구조 상황과 대비되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그리고 사회 현실의 풍자까지, 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공개된다. 1967년 구봉광산과 1982년 태백탄광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연극은 재난과 구조에 관한 이야기로만 국한하지 않았다. 작품은 구조 순간에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광부들, 그저 남 탓하기에 급급했던 구조반원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 이는 석탄처럼 잊힌 과거사의 기록이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생존 과정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 것이다. 한편, <후산부, 동구씨>는 2018년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된 마포문화재단과 공상집단 뚱딴지가 공동으로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다. 장소: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시간: 화~금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3274-860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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