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도 보고 주변 길도 걷고…‘소확행’의 하루

가벼운 봄나들이 3제

등록 : 2018-03-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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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남녘에 매화가 한창이라지만, 도시인들에게는 아직 사진 속 아득한 꿈일 뿐이다. 산수유 꽃망울 보러 멀리 떠나지 못해도 괜찮다. 봄바람 따라 서울에도 곧 봄물이 오른다. 주말 가볍게 떠나보자. 도시 상춘객을 위한 가까운 동네 볼거리와 봄길 3곳을 골랐다.

가족·자녀들과 건강한 주말

연희동 서대문자연사박물관 → 안산도시자연공원(안산자락길)

안산도시자연공원

안산 자락에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외투 벗고 뛰어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오는 주말에는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안산도시자연공원(안산자락길)으로 가보자.

일명 ‘공룡박물관’으로 알려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온종일 놀 궁리로 바쁜 아이들 천국이다. 입구에서 맞닥뜨리는 아크로칸토사우루스 공룡 화석(키 10.5m)과 유유히 헤엄치듯 매달린 향고래 모형(길이 16m)에 어른들도 사진 찍기 바쁘다.


3층 지구환경관에서 관람을 시작해 2층 생명진화관, 1층 인간과 자연관을 거쳐 내려오는 동선이다. 아이들은 지구 탄생 과정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고, 공룡 발자국을 관찰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해하고 환경보호 필요성을 배운다. 주중 평일에는 1층을 무료 개방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안산자락길이 곧바로 이어진다. 총길이 7㎞ 남짓으로 능선 따라 한 바퀴 도는 안산자락길은 4월 초부터 벚꽃이 수놓는다. 연희숲속쉼터, 홍제천폭포, 허브원 등 볼거리가 많다. 안산봉수대 전망대까지 오르면 서대문구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서대문구자연사박물관: 서대문구 연희로32길 51 문의 02-330-8899 관람 3~10월 9:00~18:00, 월 쉼 요금 어린이 2천원, 청소년 3천원, 어른 6천원

친구·연인과 봄바람 데이트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 → 사직공원·인왕산길

라 카페 갤러리

부암동 골목에도 봄바람이 깃들었다.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박노해 시인의 팔레스타인 사진전 <올리브나무의 꿈>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분리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광야에 올리브나무를 심는 이야기, 나무 아래 앉아 책을 읽고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성서에 나오는 ‘언약의 땅’인 헤브론 고원의 봄 햇살 등 지구 저편의 기록이 골목을 밝힌다. 8월29일까지.

라 카페 갤러리의 자랑인 수제 음료 ‘계절담금차’도 계절마다 인기다. 올봄에는 ‘제주햇살레몬차’를 선보였다. 제주 햇살과 바람이 키운 샛노란 레몬 맛에 웅크린 피로가 달아난다.

인왕산길

부암동 골목은 인왕산 자락과 금방 닿는다. 인왕산길은 이맘때부터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로 피고 진다. 진달래 붉은 봄이면 윤동주문학관 근처인 사직공원에서 걷기 시작해 인왕산 자락을 따라가는 한양도성길을 산책할 때다. 연인과 함께라면 황학정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까지 가봐도 좋다.

※ 라 카페 갤러리: 종로구 백석동1가길 19 문의 02-379-1975 관람 11:00~22:00, 목 쉼

‘소확행’ 하루

도곡동 커피에스페란토 → 양재천변, 양재 시민의 숲

커피에스페란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유행이다. 나 홀로 화평한 봄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도곡동으로 가보자.

해마다 심사를 거쳐 8명의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작은 갤러리 카페 ‘커피에스페란토’가 올봄에 선택한 주제도 ‘행복’이다. 4월7일까지 함보경 작가의 <소소한 행복> 회화전을 무료로 연다. 함 작가가 비단에 그린 사람들은 두루마기와 치마저고리를 입었지만, 배를 타고 한강 유람에 나서거나 반려동물과 거리를 산책하는 현대인과 닮았다. 그림을 그리며 ‘사소함에서 시작한 커다란 행복’을 통찰하게 됐다는 작가의 말이다. 가성비 좋은 스페셜티 커피와 ‘마약크림호밀빵’(작은 사진)은 이 카페의 별미다.

함보경 작가 ‘산책’

눈과 배를 채웠다면, 꽃길로 걸어나가자. 양재천변과 양재 시민의 숲이 걸어서 10분 안에 닿는다. 양재천변은 서울시가 꼽는 ‘산책과 운동하기 좋은 봄꽃길’로 해마다 선정되는 길이다. 양재동 화훼공판장까지도 길이 이어지며, 양재 꽃시장에서는 이미 꽃 향연이 한창이다.

※ 커피에스페란토: 강남구 도곡동 954-23 문의 02-575-9429 관람 평일 8:00~21:00, 주말 10:00~21:00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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