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나들이 이유 하나 더 늘었다, 공공한옥

헌책방에서 직물 공방까지…서울시가 선정한 공공한옥 5곳

등록 : 2018-02-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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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책방’ 중장년층 여성 4명이 운영

한옥 안채에 헌책 2000여 권 들여놔

10분 거리에 ‘직물놀이공방’

이명애 선생의 30년 넘는 내공

북촌책방

“아이고, 추운데 이 많은 책을!” 종로구 ‘북촌책방’ 주인 박은숙(65)씨가 외투도 잊고 안채에서 뛰어나갔다. 한파 특보가 발효된 1월26일 금요일 오후, 한 손님이 150여 권의 책을 책방에 기증하려고 차에 싣고 온 참이었다. 대문 앞에 차곡차곡 책이 쌓였다. 손님들도 합심해 책을 옮기기 시작했다.


책방부터 공방까지, 공공한옥의 매력

지난해 12월 북촌 골목에 문을 연 ‘북촌책방’은 서울시가 건물을 사서 민간에 임대한 ‘공공한옥’ 신규 5곳 중 하나다.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던 4명의 중장년층 여성들이 모여 헌책방을 꾸렸다. 한옥 안채 곳곳에 약 2000여 권의 헌책을 채웠다.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 창간호에서 폐간호까지 전권 등 요즘 보기 힘든 절판 책들이 상석에 놓였다.

책방 인문강좌 중 하나인 ‘다도체험’에 참여한 손님 정선혜씨는 “한옥에서 한번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라도 누려보니 좋다”고 말했다. 책방 주인 이희숙(60)씨는 “오랫동안 헌책을 좋아했다. 여긴 묵은 책 매력을 아는 이들이 만든 책방”이라며, “일본 교토의 마을책방처럼 친절하고 오래가는 동네책방으로 자리 잡기를 꿈꾸고 있다”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직물놀이공방

책방에서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직물놀이공방’은 섬유공예가 이명애 선생의 공방이다. 석 대의 크고 작은 손베틀(수직기·손발로 움직여 베를 짜는 기계)을 이용해 전통 직조방식의 섬유공예를 선보인다. 그중 가장 큰 45인치 손베틀에 앉은 이 선생이 30년 넘게 베틀을 다뤄온 솜씨를 유연하게 내보였다.

“초보자가 실을 잡고 10년이면 큰 직기에 앉을 수 있게 돼요. 손뜨개에서 직조까지 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손작업이 주는 위안이 크지요. 직기에 관심을 두고 찾아온 여성들이 이 일을 ‘자기 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경제활동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평생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어떻게 할지 골몰했다고 한다. 공방 문을 열자 하루에도 몇 번 나가서 손님을 맞고 직물공예를 설명하느라 ‘작업시간이 줄어 고통’이지만, 공공한옥 입주 당시부터 기쁜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생활공예가 전통으로 끝나면 그대로 끝이니까요. 작품이 예쁘고, 접근하기 쉬워야 젊은이들이 좋아해요.”

 

지역사회 밀착형 공공한옥 늘어

현재 서울시는 북촌 일대에 총 26개소의 공공한옥을 운영 중이다. 멸실 위기의 한옥을 시가 사들여 민간 등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한다. 시가 2001년부터 시작한 ‘북촌 가꾸기’ 사업 중 하나다.

초기에는 게스트하우스와 공방에 치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책방, 도서관, 교육, 대관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확보에 신경을 썼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정주권 침해 현상은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는데,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옥 입주자로 선정된 한 관계자는 “10년, 20년 경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정되려고 재수, 삼수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옥과 동네를 실질적으로 잘 알아야 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한옥의 따뜻한 아랫목을 활용해 공공한옥에서 무료 개방 중인 ‘한파 대피소’가 칭찬을 받은 이유다. 공공한옥마다 내세운 ‘무료 개방 화장실’도 관심을 받았다.

공공한옥 한파 대피소

‘북촌한옥청’ 무료 개방 화장실

올해 새로 문을 연 ‘북촌책방, 직물놀이공방, 북촌한옥청, 한옥문화원, 전통홍염공방’ 5곳에서도 지역 수요에 맞춘 신규 프로그램을 추가해 지역주민과 방문객 맞이에 나섰다.

‘북촌책방’에서는 헌책 판매, 독서동아리 활동, 인문학 강좌, 낭독 체험 등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며, 종로구민과 재학생에게는 책값, 유료 프로그램 참가비의 20%를 깎아준다. (북촌로5길 19-12, 일·월 쉼, 02-995-6630)

‘북촌한옥청’은 서울시가 직영하는 대관 시설이다. 현재 한옥포털 누리집(hanok.seoul.go.kr)에서 상반기 대관 신청을 받고 있다. 오는 20일까지.(북촌로12길 29-1, 월 쉼, 02-2133-5580)

‘한옥문화원’에 마련된 도서관에서는 한옥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다. (사)한옥문화원이 입주해 앞으로 일반인 대상 한옥 체험과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계동길 103-7, 일·월 쉼, 02-741-7441)

한옥문화원

‘전통홍염공방’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9호 홍염장 김경열 선생의 공방이다. 전통 홍염 방식의 다양한 복원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예약하면 각종 천연물감을 이용한 천연 염색을 배울 수 있다.(창덕궁5길 10, 월 쉼, 010-3993-3325)

전통홍염공방

‘직물놀이공방’에서는 직물짜기 시연과 섬유공예 체험 프로그램, 나아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손뜨개 강좌를 연다. 지역주민과 재학생에게는 프로그램 참가비를 20~30% 깎아준다.(북촌로11가길 14, 일·월 쉼, 010-3326-5383)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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